야사카 2022. 8. 20. 11:31

해가 질 무렵

 

류이치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낡아빠졌다고 까진 말할 수 없지만 나름 오래된 아파트

 

눈에 익은 풍경, 류이치가 가장 마음 편안해지는 장소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져있다

 

 

 

「여기가 시시도군이 살고있는 아파트구나」

 

「……………」

 

 

 

지그시 아파트를 올려다보는 시즈나의 모습에 류이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결국 시즈나는 류이치를 따라온 것이다

 

꽉 잡은 손은,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강하게 뿌리쳐도 됐겠지만 난폭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반강제적이긴 해도 시즈나의 방문이 확정된 것이다

 

 

(...이녀석, 행동력이 엄청났구나 )

 

 

만화에는 그려질 수 없었던 일상

 

설마 원작이 시작되기 전, 그녀가 류이치의 집에 찾아오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아무리 조금 친해졌다 해도 혼자 사는 남자의 집에 찾아오다니, 조금 걱정될 정도다

 

 

 

「...... 역시 바래다 줄테니까 돌아가라」

 

「이미 여기까지 왔잖아 안돼」

 

「너말이야 ......」

 

「...... 그게 ..... 그렇게나 안돼 ?」

 

 

 

류이치는 다시한번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뭐 그의 방에 여자가 찾아오는 일은 그렇게까지 드물지 않다

 

치사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이 이곳에 온 적이 있으니까

 

 

시즈나도 그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류이치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조금 더러워서 미안하네」

 

 

 

그렇게 말하며 류이치는 문을 열었다

딸깍 소리를 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곳은 쓰레기봉투의 산이였다

 

산이라고 해도 쓰레기장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시즈나 같은 여자 아이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광경이었던 것 같다

 

 

 

「...... 지저분해」

 

「그래서 말했잖아」

 

「조금이 아니거든 ! ?」

 

 

 

이것도 나름 청소한건데 그런 생각을 하며 류이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둘은 집안에 들어갔지만 가장 먼저 이뤄진 것은 당연히 쓰레기 청소다

 

 

 

「이건 저기, 그건 여기」

 

「오우」

 

「이건 ...... 버리자」

 

「알았다」

 

 

 

시즈나의 명령에 따르는 하인처럼 류이치는 시키는대로 착착 해나갔다

 

둘은 그저 무기질 적으로 청소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이윽고 방 안은 몰라볼 정도로 깨끗해졌다

 

 

 

「오오, 고급 주택인가」

 

「너무 더러웠을 뿐이야」

 

 

 

감동한 모습의 류이치에게 이번에는 시즈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시즈나는 류이치에서 눈을 떼고 사온 식재료를 펼쳤다

 

본래 시즈나의 식재료지만 류이치를 위해 사용해 주는 것 같았다

 

 

 

「괜찮겠어 ?」

 

「응, 엄마에게 급하게 친구 집에서 요리하게 됐다고 연락해뒀어 」

 

「...... 그래도 되는건가」

 

「돼, 그럼 바로 식사 준비 할게」

 

 

 

깨끗해진 주방에 류이치 이외의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은 신선했다

무심코 빤히 쳐다보고 있었지만 류이치는 약간 거북함을 느낀다 

 

 

 

「...... 저기 린도, 뭔가 도와줄건」

 

「시시도군은 요리 못하잖아, 앉아」

 

「...... 네」

 

 

 

어정쩡하게 일어서던 류이치는 다시 얌전히 앉는다

 

인자강인 류이치지만 요리에 관해서는 한낱 피라미다

 

시즈나가 얌전히 있으라고 한다면 그저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흥 흐흥 흐 ~ 응♪」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요리하는 시즈나

 

류이치는 빤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번이고 눈이 마주쳤지만 그럴때마다 시즈나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요리를 이어갔다

 

이윽고 류이치에게 오랜만이라고 할 수 있는 집 요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 오오 !」

 

「자, 간단하게 준비 해봤는데 먹어봐」

 

 

 

아무래도 여러 반찬을 준비하면 시간이 걸린다며 시즈나가 만들어 준 것이 고기감자조림이다

 

맛있는 향기를 풍기는 고기감자조림을 앞에 두고 류이치의 배가 꼬르륵 울렸다

 

쌀밥과 된장국이 포함된 간소한 가짓수였지만 류이치에게는 매우 호화로운 식사로 보였다

 

 

 

「...... 잘먹겠습니다」

 

 

 

서둘러 젓가락 끝을 고기감자조림에 뻗었다

 

감자를 잡고 천천히 입안으로 옮긴 그 순간

 

감자의 달콤함이 퍼지며 류이치는 눈을 반짝이며 와구와구 입속으로 던져간다

 

 

 

「그렇게 급하게 먹으면 목막힌다 ?」

 

「괜찮아 괜 ...... !」

 

「이거봐 말하자마자」

 

 

 

기막힌 듯한 시즈나가 컵을 내밀었고 류이치는 서둘러 그것을 마셨다

 

푸하 하고 거친 숨을 내몰아쉬는 류이치의 등을 문지르며 미소짓는 시즈나

 

 

 

「그렇게 맛있어 ?」

 

「엄청 맛있어, 이렇게 맛있는걸 먹는건 오랜만이야」

 

 

 

엄청 맛있다, 그것은 류이치의 표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시즈나도 류이치와 함께 식사를 시작했고 곧 고기감자를 포함해 쌀밥과 된장국은 없어졌다

 

고기감자의 대부분을 먹은 것은 류이치였지만

 

시즈나도 너무나 맛있게 먹어 주어서 그런지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 장래에 시즈나와 결혼할 녀석은 행복한 녀석이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

 

 

 

뺨을 붉힌 시즈나를 보고 장난기가 발동한 류이치는 손을 뻗어 시즈나의 팔을 잡고 몸을 잡아당겼다

 

 

 

「꺗 ! ?」

 

 

시즈나의 몸을 그 굵은 팔로 끌어안은 것이다

 

류이치에게 있어서 여자를 방에 들이는 목적은 몸 뿐이다

 

그러나 시즈나에 관해서 만큼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장난칠 생각이었다

 

 

 

「디저트로 널 먹어볼까, 나에대한 소문을 알면서 여기에 왔다는건 덮쳐져도 상관 없다는거겠지 ?」

 

「앗 ...... 으응 ...... ♪」

 

 

 

역시 생각했던 반응이 아니라고 류이치는 의아해했다

그것보다 어딘가 시즈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 여자를 안았던 기억이 있었다

 

생각해봐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몸을 떼어낸다

 

 

 

「저기 린도, 나는 여러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다」

 

「여 ...... 역시 그렇겠지」

 

「아아, 지금은 한명 뿐이지만 ...... 나는 그런 놈이야」

 

 

 

어디까지나 상냥하게 시즈나를 타이르듯이 그는 말을 이어간다

 

 

 

「고기감자조림, 너무 맛있었다, 하지만 혼자 사는 남자의 집에 태평하게 들어오지마라

나라서 다행 ....... 이라고 말하는것도 이상하지만, 너를 원하는 남자는 셀 수 없이 많다

틈을 보이는 순간 먹혀버린다고」

 

 

 

움찔하며 시즈나는 몸을 떨었다

그 모습에 류이치는 그걸로 됐다며 쓴웃음을 지으며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사용한 식재료 값이다, 거절하지 말아줘, 아무리 나여도 신경쓰이니까」

 

「..... 후후, 알았어 받아둘게」

 

 

어떤 형태로든 돈에 관련된건 깨끗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

 

저녁을 만들어 준 것도 동급생 여자에게 돈을 쓰게 하는 것은 과연 류이치도 참을 수 없다

 

 

 

「그래도 놀랐다고 ? 시즈나가 이렇게 행동력 넘칠줄이야, 보통은 이런짓 안한다 」

 

「그렇지 ...... 그래도 내버려둘 수가 없었어, 물론 시시도군에게는 민폐였을지도 몰라, 하지만 ......

아니, 미안해, 결국은 내 고집이였네」

 

「..... 덤으로 너무 상냥하다,  조만간 홀라당 속아 넘어갈거야 」

 

「그, 그렇게 까지 멍청하진 않은데 ! ? 」

 

 

 

휙휙 바뀌는 표정, 아름다움과 친근함이 동시에 느껴지는건 역시나 히로인의 관록이라고 해야할까

 

그렇게 잠시 잡담을 나누고 시즈나를 집 근처까지 배웅하기로 했다

 

 

 

「정말 괜찮은데」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마, 가자고」

 

 

 

류이치는 먼저 방을 나갔다

 

시즈나도 당황한 듯 방을 나왔지만 이내 류이치 옆에 나란히 같은 보폭으로 걷기 시작한다

 

 

 

「...... 저기, 시시도군」

 

「이제 오면 안된다 ?」

 

 

 

사전에 차단하는 류이치의 말에 시즈나는 볼록하게 부풀렸다

 

또 오고싶다고 말하려 했겠지

 

류이치도 고기감자조림을 포함해 여러가지 요리가 기대되긴 하지만 ......

 

역시 선긋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늘 일은 잊고 평소처럼 돌아간다

 

그것이 옳다며 시즈나에게 타일렀다

 

 

 

「...... 강제로 나를 안았어」

 

「잠깐, 엉뚱한 소리 하지 마」

 

「틀린 말은 아닌데 ?」

 

「……………」

 

 

 

확실히 그녀가 말한 대로다

 

의미는 다르지만 류이치의 팔과 가슴에 안긴건 사실이다

 

시즈나의 반응이 조금 수상하긴 했지만

 

 

 

「이걸 학교에 퍼뜨리면 어떻게 될까 ?」

 

「...... 강하게 나오네」

 

「후후, 또 와도 되겠지 ?」

 

「들켜서 이상한 소문이 퍼져도 모른다고 ?」

 

「알았어 ♪」

 

「정말로 알고있는거냐 이녀석 ......」

 

 

 

이번에는 류이치가 어이없다는 눈을 시즈나에게 돌릴 차례다

달빛에 비친 시즈나의 미소는 아름다웠고 잠깐이지만 류이치는 넋을 잃고 있었다

 

확실히, 이건 빼앗고 싶어질만 하다고 류이치는 생각했다

 

 

 

「...... 린도」

 

「응 ?」

 

「또 ...... 보자」

 

「! ...... 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