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사카 2022. 8. 22. 10:17

「...... 하아」

 

 

 

그날 시즈나는 아침부터 우울했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어제 류이치와의 통화 때문이었다

 

류이치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첫 통화

 

발신을 누를 때까지 얼마나 떨었는지 ......

 

그리고 전화가 연결되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때

 

시즈나는 가슴에 따뜻함이 넘쳐흐르는걸 느꼈다

 

 

그러나 통화를 끝내기 직전에 들었던 여자의 목소리 ......

 

그 목소리가 아직 시즈나 안에서 뭉게뭉게한 기분이 되어 계속 남아 있었다

 

 

 

「...... 하아」

 

 

 

아까부터 몇 번이나 한숨이 나오는 것처럼, 류이치와 그 여자가 어떤 밤을 보냈는지 계속 신경쓰였다

 

어째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것인지, 처음부터 그는 말했다 ―― 여러 여자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 그 때도 가슴이 살짝 아팠지」

 

 

 

소문을 긍정했던 그의 말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때는 실제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역시 그랬구나 하는 감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에 관해서는 시즈나의 반응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상당히 신경 쓰고있다

 

 

 

「...... 치사라고 했었지, 그 사람이 아직까지 만난다던 사람일까 ?」

 

 

 

혼자 생각해도 당연히 답은 나오지 않지만 그렇게 멍하니 있었던 게 실수였을 것이다

 

등뒤에서 다가오는 사람을 눈치채지 못했다

 

 

 

「시즈나 !」

 

「꺄앗 ! ?」

 

 

 

등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대로 안긴 것이다

 

안겼다고 해도 가볍게지만 시즈나가 놀라기에는 충분했다

 

 

 

「소헤이군 ?」

 

「응, 안녕 시즈나」

 

「...... 안녕」

 

 

 

등에 달라붙은 사람은 소헤이였다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이런식으로 서로에게 매달리거나 했었지

 

아무래도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그런 일은 없었지만

 

이런 모습을 보니 지금이나 예전이나 소헤이군은 변하지 않는구나 하고 시즈나는 생각했다

 

 

 

「왠지 기분 나쁜거같네 ? 혹시 ...... 싫었어 ?」

 

「...... 싫지는 않았어, 하지만 타이밍이 안좋다고는 생각했네」

 

 

 

시즈나는 한가지 거짓말을 했다

싫지는 않았어, 분명히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조금 싫었다

 

생각에 빠져 멍하니 있던 것은 제쳐둔다 해도, 갑자기 여자에게 안기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 아니, 싫었어, 소헤이군, 우린 이제 고등학생이잖아 ? 서로 남녀 차이도 있고 이런건 이제 하지 마 」

 

「...... 알았어」

 

 

 

역시 확실히 말해둬야 겠다고 생각한 시즈나는 말했다

강한 어조는 아니었지만, 시즈나에게 싫다는 말을 들은 소헤이는 꽤나 충격이었던 것 같다

 

 

 

「시즈나는 ......」

 

「뭐야 ?」

 

「...... 아니야, 학교에서 보자」

 

 

 

그렇게 말하고 소헤이는 달려나갔다

조금 심했나 하고 시즈나는 생각했지만

 

그러고보니 옛날에는 자신이 먼저 껴안기도 했었지 하고 되돌아 본다

 

쭉 함께 있었던 소꿉친구이며 소중함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라고있다

 

 

 

「옛날에는 서로 결혼 한다고 그랬던가, 그립지만 결국은 아이의 약속이지

나도 소헤이군도 이 사람뿐이다 생각하게 되는 상대를 찾을 수 있으려나」

 

 

 

자신이라면 누구일까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문득 머리에 떠오른 것은 그였다

 

그 큰 몸으로 시즈나를 지켜줬던 ――

 

 

 

「린도 ? 뭐하는거냐 그런 곳에서」

 

「...... 후엣 ! ?」

 

 

 

망상에 빠져있던 시즈나를 현실로 되돌린 목소리의 주인

 

그것은 시즈나에게 있어서 어떻게 보면 듣고 싶었던 목소리의 소유자였고

 

지금 만난다면 그건 그거대로 여러가지 곤란한 상대이기도 했다

 

 

 

「시, 시시도군 ?」

 

「오우」

 

 

 

어젯밤을 떠올리며 당황하는 자신과는 달리 평소대로의 모습인 류이치에게 조금 심술이났다

 

어쩌다 이런 기분이 들었는지 어쨌든 발산하고 싶었기 때문에 투닥투닥 류이치의 가슴을 때렸다

 

 

 

「..... 뭐하는거야」

 

「미안해 왠지 이러고 싶어서 ...... 우우」

 

 

 

때리는 것을 멈췄지만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볼을 부풀리는 시즈나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던 류이치는 그대로 걸어간다

 

당연히 시즈나는 그의 옆에 나란히 걸음을 맞췄다

 

 

 

「어이, 같이 갈 생각인가 ?」

 

「응, 그래도 중간에 헤어지는게 좋겠지 ? 시시도군 입장에서」

 

「그렇지」

 

 

 

고등학생이라는 다감한 시기가 되면 남녀가 함께 걷는 것만으로 의심하는 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저기, 시시도군」

 

「뭐야 ?」

 

 

 

옆을 걷는 류이치에게 눈을 돌리자 그는 시즈나에게 눈을 돌리지 않고 앞을 응시하고 있다

 

성실하게 교복을 입고 있는 시즈나와 달리 단추를 전부 열고 있는 늘 보는 모습이다

 

 

(...... 역시 근육이 굉장해 ♪)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해 버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시즈나는 어제 일을 과감히 물어보았다

 

 

 

「어제는 ...... 도중에 통화를 끊었지」

 

「아아, 치사 ...... 대학생 여자가 집에 온거야, 술냄새를 잔뜩 풍기면서」

 

「그렇 ...... 구나」

 

 

 

그 사람은 여자친구일까

 

시즈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여자친구 ?」

 

「아니야, 전부터 알고지낸게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 그래」

 

 

여자친구가 아니다

 

그 말을 듣고 시즈나는 안심했다

 

하지만 그 안심의 정체를 아직 그녀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 뭐, 그런짓을 하는 관계지」

 

「읏 ......」

 

 

 

그런짓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어린애는 아니다

 

시즈나는 그것을 상상하고 부끄러움보다 가슴이 쿡쿡 쑤셨다

 

슬쩍 올려다본 류이치는, 고민하고 있는 것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건 ......」

 

 

 

뒤따르는 말은 시즈나가 냉정하다면 결코 입에 담지 않을 말이었다

 

하지만 시즈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류이치가 팔을 뻗어왔기 때문이다

 

 

 

「린도」

 

「에 ――」

 

 

 

 

팔을 붙잡혀 그대로 강한 기세로 류이치에게 안겼다

가슴팍에 얼굴이 닿아 단단한 흉근의 감촉이 직접 전달된다

 

급격히 뺨에 열이 나기 시작했고 그 열에 속아 깨닫지 못한 것은 아랫배의 욱신거림이다

 

 

 

「시, 시시도군 ...... ?」

 

「생각하면서 걷지 마, 부딪힐뻔 했다고 ?」

 

「에 ?」

 

 

류이치가 시선을 돌린 곳에는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가 걷고 있었다

 

확실히 저 상태라면 부딪혔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 할아버지를 넘어뜨리거나 하면 큰일이다

 

류이치가 시즈나를 끌어안은 것은 단순히 할아버지와 부딪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 고마워 시시도군」

 

「고마워할 필요 없어,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톡톡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린애 취급같았지만 왠지 그만두라고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게다가 아까 안아주었을 때 시즈나는 기뻤던 것이다

 

소헤이 때는 느끼지 못했던 따스함 두근거림, 그것을 시즈나는 류이치에게서 느꼈던 것이다

 

 

 

「자, 빨리 가자」

 

「응, 알았어」

 

 

 

다시 걷기 시작한 류이치의 옆에 나란히 걷는 시즈나

조금만 더 가면 류이치와 떨어져 학교로 향하게 된다

 

가능하다면 이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는데 ...... 

 

 

 

 

 

 

 

 

 

 

 

 

 

 

원래대로라면 시즈나는 소헤이와 맺어지게 되어 있다

그것이 이 세계의 본래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단 하나의 변화로 인해 길은 이렇게나 어긋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악의에 의한 변화가 아니다

 

류이치가 끌어당긴 미래가 시즈나를 끌어들였을 뿐이다

 

결코 조종당하고 있는 것도, 하물며 마음을 조작당한 것도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시즈나는 류이치의 본질을 보고있다

 

 

기억을 되찾은 그의 본질, 그것을 계속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