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무언가 바뀌는 순간
「놀랐어, 돌아와보니 류이치군이 있으니까」
「밥의 유혹에 패배했어」
류이치의 말에 사키에다는 쿡쿡 웃었다
그 후 시즈나가 원하는대로 안아주고 있었다
그녀는 좀처럼 떨어져주지 않았지만, 돌아온 사키에 덕분에 시즈나는 류이치로부터 떨어졌다
시즈나는 현재 목욕중이며, 류이치는 요리를 하고 있는 사키에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사키에는 조금 놀랐지만, 시즈나가 없어지자마자 류이치에게 키스 했던걸 생각하면, 그녀도 기뻤을 것이다
「돌아올때 소헤이군을 봤어, 뭔가 말하고싶은 얼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무슨 사정인지 알겠어 」
「아무 말도 안하는건가 ?」
「말할 필요가 없어, 전부 시즈나가 결정할 일이야,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나는 부정하지 않아」
그것은 즉, 소헤이보다 류이치 편을 든다는 것이다
아마 사키에는 류이치가 어떤 선택을 해도 나쁜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그날 밤의 사건이 류이치에 대한 생각을 심어주고 있다
싫어하는 상대에게 미소 짓지 않을 것이며, 하물며 스스로 키스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후우, 개운하다 ♪ 엄마도 목욕하고 와」
그렇게 사키에와 대화 도중에 시즈나가 돌아왔다
만화에서는 많은 복장을 봤지만, 현실에서 류이치가 본 것은 교복 차림뿐이다
바에 갔을 때도 교복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교복 이외의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
「왜그래 ?」
사키에가 거실에서 나간 후, 류이치는 시즈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목욕 후라 상기된 뺨은 요염하며, 핑크색 위주의 파자마는 시즈나에게 잘 어울렸고
격렬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팍은 가슴의 크기를 짐작캐한다
(치사때도 생각했지만, 왜 여자란건 이렇게 목욕후에는 요염해 보일까 ?)
영원한 과제라며 류이치는 웃었다
시즈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쑥쓰럽지 않은 것은 단순히 여성 경험이 풍부해서다
여러 번 여성과 관계를 맺고 알몸을 흔하게 봤으니 새삼스럽게 이런 일로 부끄러울 리 없다
「이상 ...... 해 ?」
빤히 쳐다보는 이유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류이치는 그런 일이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파자마 차림은 좀처럼 볼 수 없으니까, 꽤 어울린다고 생각해, 요염해서 손대고 싶을 정도다」
「그, 그래 ...... ♪」
손대고 싶을 정도다, 그 말에 거짓은 없었다
다른 세계의 류이치라면 곧장 넘어뜨리고, 입술을 탐하며 풍만한 가슴을 주물렀을거다
그대로 실전 행위에 돌입해, 교성이 울려 퍼지는 쾌락의 막을 올린다 ......
마치 만화의 에로 전개 그 자체구나 하고 남몰래 류이치는 생각했다
「조금 ...... 덥네 ?」
「그런가 ? 아직 5월도 안됐고 덥지는, 목욕 후라 그런거 아니야?」
「그러네, 하지만 더워 ...... 응, 나는 더워 !」
그러면서 시즈나는 파자마의 단추를 하나 풀었다
출렁, 효과음을 내듯 풍성한 가슴팍이 드러나고 이쁜 모양의 가슴골짜기가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그또한 류이치에게는 익숙한 것이다
자극적인 광경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지긋히 마음껏 바라보는 것이 그였다
「...... 읏」
「부끄러워 할거면 하지마」
반대로 시즈나가 부끄러워한다
그리고는 시즈나가 사키에의 뒤를 잇듯이 요리를 시작했다
이렇게 누군가가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역시 좋은 것이라며 류이치는 미소 짓는다
류이치도 뭔가 도와줄 생각에 다가갔지만 바로 거절당했다
「예전에도 말했잖아 ? 류이치군은 요리 못하니까, 앉아」
「...... 네」
이전에도 말했지만, 류이치는 요리에 관해서 한낱 피라미다
그러므로 시즈나의 말에는 얌전히 따를 수밖에 없다
오늘도 시즈나보다 큰 몸을 가진 그는 작게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런 분함도 준비된 요리 앞에는 날아가 버린다
「...... 말도 안되게 맛있잖아, 천재인가 시즈나는」
「후후, 고마워 류이치군」
사키에도 돌아오고 저녁도 완성되었으므로 류이치는 곧바로 먹기 시작했다
시즈나뿐만 아니라 사키에도 함께 만든거라, 사키에에게도 인사는 잊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기쁜 듯이 고맙다는 말을 되받아치며 우걱우걱 먹어치우는 류이치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햄버그뿐 아니라 남자라면 좋아할만한 가라아게와 흰살생선튀김 같은 것도 준비되어 있었다만
그 대부분을 류이치가 먹었다, 도중에 손을 멈출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시즈나와 사키에가 더 먹으라며 재촉하여 류이치로서도 멈출 수 없었다
「...... 후우, 너무 맛있었다, 최고였어 시즈나」
「그렇게나 좋아해주니 ...... 그, 무척 기뻐」
식사 후, 류이치는 시즈나의 방에 와있었다
일단 이 후 바로 돌아갈 생각인데, 아무래도 시즈나는 아직 류이치를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늦어도 류이치를 혼내는 인간은 없다 ...... 설령 부모가 살아있었어도 그에게 화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 깨끗한 방이네」
「류이치군의 방과 비교하면」
「그런 쓰레기장과 비교하면 ...... 스스로 말하고 슬퍼지네」
「후훗 ! 엄청 지저분했지 !」
「시꺼」
쿡쿡 웃는 시즈나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금 방을 둘러봤다
여자다운 깨끗한 방, 쓸데없는 물건이 없어,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
카펫 위에는 머리카락 한 올 떨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정기적으로 청소는 하고 있을 것이다
뭐, 청소는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며, 지금까지 그것을 해오지 않았던 류이치가 이상할 뿐이다
그런 식으로 방을 바라보던 류이치는 본론으로 들어간다
옆에 앉는 시즈나에게 눈을 돌리자 그녀는 움찔 몸을 떨며 시선을 마주쳤다
「그래서, 나를 방에 초대한 이유는 ? 단순히 얘기하고 싶어서는 아닐거 같은데」
「...... 응」
시즈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저번에 물어봤었지, 나는 안을만 하냐고」
「응 ? 어어」
「...... 나는 아직 사랑이 어떤건지 잘 모르겠어」
시즈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말을 꺼냈다
사랑이 뭔지, 아직 그걸 모른다고, 그러니까 그걸 알고 싶다고
「류이치군을 알게된 계기는 그 우연에서 비롯 됐지만, 그때부터 나는 류이치군을 점점 더 알고 싶어졌어
류이치군의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려, 상스러운 생각도 들지만 그때마다 류이치군을 생각했어
대학생 여자도 그렇고 엄마 얘기를 들었을 때 질투심이 솟아 났고」
「...... 그런가」
지금의 시즈나가 느끼는 것은 분명, 사랑임에 틀림없다
여렇게까지 말했는데 사랑이 아니라고 일축하는 것도 가혹하다
「사귀거나 사귀지 않거나, 연인이거나 그런 거 지금은 아무래도 좋아
나는 지금, 류이치군과의 관계성을 갖고 싶어, 나도 ...... 류이치군과 관계를 갖는 여자가 되고 싶어」
「...... 진심 ?」
「응, 진심이야」
시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류이치도 시즈나의 호의는 기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연인 관계가 될지는 별개의 이야기였다
류이치도 할 말은 아니지만, 이런 말을 꺼내는 시즈나도 어딘가 미쳐있다 ......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뭔가, 처음이네」
「처음 ?」
「지금까지는 그저 생각없이 여자를 안을 뿐이였다, 기분 좋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눈앞에 안아달라는 여자가 있는데, 섣불리 안기 힘든게 처음이라는거야」
「...... 나 ...... 그렇게 매력 없어 ?」
시즈나는 자신에게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인 것 같다
고개를 푹 숙이고 침울해하는 시즈나, 류이치는 그런 그녀를 굵은 팔로 꾸욱 안았다
「앗 ♪」
「후회하지 않겠지 ?」
「안 해, 절대로」
류이치는 고개를 끄덕인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시즈나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눈앞의 좋은 여자를 다 먹어치운다 ......
그렇게 언제나와 다를바 없다고 자신을 타일렀다
히로인이니 금태양이니, 지금은 그런 것을 잊고 그녀와 섞이자
사랑 따위와는 거리가 먼, 그저 탐하는 세계로
『설마 네가 이렇게 더러운 인간일 줄은 몰랐어, 분명 네 피를 이은 그 아이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딴거 알게뭐야, 확실히 이 녀석은 내가 배아파하며 낳은 아이지만, 솔직히 돈만 들고 방해일 뿐이야』
일순간, 잊고있었던 부모의 목소리가 떠올랐지만 류이치는 시즈나의 몸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 만약」
「앙 ?」
「만약 거절당하면, 엄마는 곧바로 해줬으면서, 나는 왜 안 되냐며 우는 척이라도 하려고 했어」
「그렇게까지」
「응 ...... 조금 무섭지만, 몸은 솔직한거 나도 잘 알고 있어」
「크큿, 아주 솔직한 몸이군」
「말하지마 ♪」
무언가 바뀌는 순간, 그것은 당연히 류이치도 시즈나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