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사카 2022. 8. 30. 19:52

―― 너, 나랑 자라

 

 

방안이 정적에 휩싸인 가운데, 리넨이 나에게 했던 말을 머릿속에서 되새긴다

 

말하자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예상하지 못한 상대에게 듣는 바람에

 

대답도 못하고 그저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토가 쏟은 컵이, 바닥을 더럽히며 공기를 더욱 무겁게 만드는 것 같았다

 

 

 

「...... 어이, 듣고 있어 ?」

 

 

 

침묵이 거슬렸는지, 리넨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노려본다

 

 

 

「어, 어 ..... 그, 즉 ?」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마, 나랑 자라 흑발 흑안, 그러면 햄버거든 브리또든 마음대로야」

 

「잠깐 어이」

 

 

 

끼어드는 이토의 목소리

 

왠지 묘하게 살기를 띄고 있으며, 그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정도 낮다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너는 드디어 약을 너무 해서 뇌에 구멍 뚫렸냐?하리가 너와 자는게 돈벌이와 무슨 연관이 있는거지?」

 

「그, 그래 ! 너는 그저 하리군과 ...... 그 ...... 하고싶은거 아니야 ?」

 

 

 

이토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동조하는 루라

 

화났다기보다는 이런 화제에 내성이 없는 느낌이다

 

 

 

「맞ー아 맞ー아아!하려면 나도 끼워줘ー!」

 

「복잡해지니까 닥치고 있어 라미 ー!」

 

 

 

급기야 라미까지 승차하여 수습이 안 된다

 

상황을 따라잡지 못한 나는 무언가 말할 타이밍도 못 잡고 단지 당황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찌된 일인지 ......

 

 

 

「...... 네가 말한 『연줄』 과 관계 있는거겠지?」

 

 

 

그렇게 말한 사람은 벨씨였다

 

이토들은 말을 멈추고 우물우물 햄버거를 먹고 있는 그녀를 본다

 

 

 

「대충, 하리군을 이용해서 이 근방을 장악하고 있는 녀석에게 아양 떨겠다는거군, 그는 먹이로서 최상이니까」

 

 

 

벨씨의 말을 듣고있던 리넨은 「하아」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말투가 거슬리지만, 대충 그렇다. 요구하는게 식량과 잠자리뿐이면, 오히려 거스름이 돌아올 헌상품이잖아 ?」

 

「하지만 위험한게 아닌가?녀석들이 거래를 무시하고 그를 강탈하면 ――」

 

「아니. 녀석들은 나와 이토를 알고 있다」

 

 

 

벨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넨이 단언했다

 

잘난척 하는 일도 없이 그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이다

 

이토는 리넨을 바라보며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아무리 맛있어보이는 고기가 있다해도, 호랑이2마리가 있는 우리 속으로 들어갈 바보는 없지」

 

 

 

그렇게 말한 리넨의 눈빛에는 얼어붙을 정도의 냉혹함이 깃들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그로키했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압박감이다

 

 

 

「...... 잠깐, 의문이 전혀 풀리지 않았어」

 

 

 

그러나 이토는, 그런 리넨의 압박감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리넨이 귀찮다는듯 이토를 바라본다

 

 

 

「뭐냐, 손가락질 하지마」

 

「네가 말한  『연줄』은 알겠어. 무슨 이유로 『윈스턴・힐즈』부근까지 왔냐는 것도」

 

 

 

「하지만」 하고 잠깐 말을 멈춘 이토

 

뭔가 말하기 어려운듯, 아주 조금 말을 더듬고 있다

 

 

 

「왜 그게, 하리와, 그게, 아ー...... 자는 일이 되냐고」

 

「별로, 진짜 섹스를 하자는게 아니야. 말대로 『같이 자면』 돼」

 

「그렇다 해도, 전혀 이어지지 않잖아 ?」

 

「...... 그게 ...... 역시, 개인적으로 하고 싶다던가?」

 

 

루라가 부끄러운듯 꼼지락거리며  리넨에게 묻는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며 물어볼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러는 걸까 ?

 

 

 

「흥, 그럴리 없잖아. 이 발정 주머니가, 너와 똑같이 취급하지마라」

 

「....... 에, 발정 주머니가 뭐야, 내 얘기 ! ?」

 

 

 

예상외의 리넨의 한마디에 루라는 마음껏 분개했다. 아니, 확실히 대단한 네이밍 센스라고는 생각한다

리넨은 그런 루라를 무시하고 테이블에 위에 있는 햄버거의 포장지를 난폭하게 뜯는다

 

 

 

「별로 섹스하는게 나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건 시식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서 햄버거를 베어문다

 

 

 

「...... 피클이 들어있네」

 

 

 

멍하니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약간 얼굴을 찌푸리는 것을 보면, 피클을 싫어하나보다

이토는 그것에 신경 쓴 기색도 없지만 단지 리넨이 말한 워드에 의문을 갖는다

 

 

 

「시식?」

 

「그래. 너는 마마・로자리아에게 최대한 접근하지 않았으니까 모르겠지만 ......」

 

 

 

리넨이 마마・로자리아 ...... 로지의 이름을 언급하자, 이토의 얼굴이 굳어진다

 

신경쓰지 않고, 손가락에 묻은 부스러기를 핥으며 리넨은 말을 이었다

 

 

 

「마마가 다른 부유층을 상대로 『그 약』을 선물하는걸 몇 번인가 본 적 있다」

 

 

 

나도 이토도 그 말에 눈을 부릅떴다 『그 약』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

 

 

 

「...... 『크리피 로즈』」

 

 

 

내 생각이 정리되 전에, 벨씨가 먼저 입을 열였다

 

『크리피 로즈』, 그것은 대상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정제』

 

복용자가 아닌, 복용자에게 접근한 인간을 마인드・컨트롤 하는 마법 같은 약이다

 

벨씨는 납득한듯한 얼굴을 하며 말을 잇는다

 

 

 

「그렇군. 그 약의 무시무시한점은, 다가가기만 해도 효과가 발생한다는거지

독이 있다는걸 알고있더라도」

 

「그런거다 박사. 방금 얘기로 알았겠지만,

이미 몇몇 부자들 사이에서 『크리피 로즈』의 존재는 알려졌다고 봐야해,

마마의 영역 밖인 이 서해안에도 말야」

 

 

 

리넨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햄버거를 먹기 시작한다

 

 

 

「당연히 내 『연줄』도 그렇다. 그래서 흑발 흑안에게 독이 없다는걸 증명 해야해」

 

「...... 하고 싶은 말은 알았어. 뭘 하고 싶은건지도 이해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이토는 어딘지 납득하지 못한 모습이다

 

리넨도 눈치채고 있는 듯,  먹는걸 중단하고 이토를 노려본다

 

 

 

「뭐야 ? 아직도 할 말이 남아있나 ?」

 

「..... 하리의 의지는 ? 너는 아까부터 이 녀석을 이용할 생각이면서 본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잖아」

 

「무슨 말을 하나 싶더니 .......」

 

 

 

기가막힌듯 이토를 노려보는 리넨

 

 

 

「왜 남자의 의견이 필요한거지 ? 너는 차에 탈때 일일이 차에게 허락받고 타는거냐 ?」

 

「뭔가 이토는 이상하지. 남자를 인간처럼 다루잖아, 그건 좀 과한거 아니야 ?」

 

 

 

리넨의 말에 라미도 동조한다

...... 한동안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잊을뻔 했지만, 그렇다

 

이 세계에서 남자의 취급은 이렇다, 기본적으로 도구와 같다

 

수요와 희소성 덕분에, 불합리하게 괴롭힘 당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의 사이에는 절망적인 상하관계 차이가 있다

이제와서 놀랄 것도 없지만, 이 가치관의 차이가, 역시 이곳이 이세계임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 또 지껄여봐라」

 

 

 

뽑아낸 검처럼 예리한 살기가 담긴 목소리를 내며 이토는 리넨을 노려본다

루라도 마찬가지로, 당장 덤벼들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진정해, 이토」

 

 

 

그렇게 말한 사람은 벨씨였다

이토는 그녀를 바라본다

 

 

 

「이대로 마마・로자리아한테 도망치고 있어도, 언젠가 곤란해진다.

그 전에, 다른 거대 세력의 비호하에 들어가야해,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수단을 가릴 처지가 아니야」

 

 

 

마치 어린애를 타이르듯 벨씨는 이토를 설득한다

그러자 이토는 난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곤란한 듯한, 납득하지 못한, 그런 표정

……그런 얼굴 하지 말아줘, 나도 해야 할 일은 알고있다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이토, 할게」

 

「하지만, 하리 ......」

 

「살아남기 위해서야. 그리고 나도 슬슬, 브리또를 실컷 사먹을 정도의 돈이 갖고 싶어」

 

 

 

나도 모르게 장난치듯 말을 꺼냈다

 

하지만, 허세라고 생각했나보다

 

이토는 나를 바라보며, 몹시 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 하리군, 괜찮겠어 ?」

 

「괜찮아, 이제 내가 힘낼 차례야」

 

 

 

나는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루라에게 대답하고, 리넨과 라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래서 ? 시식은 리넨이 해준다치고, 실제로 먹는건 누구지 ?」

 

「..... 이 부근에서는 『레자보아・하운드』라고 불리고 있다.

극히 최근,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몬태나・패밀리』의 보스다」

 

 

 

reservoir・hound ...... 무슨 의미지 ?

 

직역하면、『저수지의 사냥개』지만,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듯한 ......

 

 

 

「코가 좋은, 『수인』 여자다」

 

 

 

그렇게 말한 리넨은, 햄버거의 마지막 조각을 입에 넣었다

 

...... 『레자보아・하운드』 『몬태나・패밀리』 차례 차례 뒤숭숭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물어봐야겠지

 

 

 

「리넨」

 

「뭐야?」

 

「...... 『수인』이 뭐야 ?」

 

「...... 너, 의무교육 안 받은건가?」

 

 

 

『이 세계의 것은』 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야기가 복잡해지니 관뒀다

 

그리하여, 리넨의 기가막힌듯한 시선을 달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