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교실에서의 변화
6월, 슬슬 여름을 눈앞에 두고 조금씩 따뜻해지는 시기다
할아버지와 다툰 이후로 한 달 가까이 지난 셈인데, 류이치에게 나름대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좋은 아침 류이치군」
「아아, 안녕 시즈나」
6월에 들어서며 하복의 계절, 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쌀쌀하기 때문에 시즈나는 겉옷을 입고 있었다
류이치는 이제 상의를 입지 않아 완전히 여름 스타일이다
「...... 정말 엄청난 근육이네」
「어제도 말하지 않았나 ?」
「말했지. 나 혹시 근육 페티쉬인걸까」
길 한복판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그녀를 보며 류이치는 쓴웃음을 지었다
시즈나가 류이치의 근육......라기보다는 어린애 같은 육체 취향인 것이다
늘 팔에 안기거나 가슴에 얼굴을 묻는 것을 그녀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이 시즈나, 슬슬 가자」
「알았어」
또 예전처럼 멍하니 걷다가 부딪힐뻔 했다가는, 위험하기 때문에 류이치는 주의를 주고 걷기 시작했다
5월 근처부터 시즈나와 함께 등, 하교 하는 것이 당연해졌으니, 그것이 주위에 알려지게 되는 것도 당연했다
「...... 흐아암」
「졸려 ? 역시 알바 때문에 ?」
「뭐 그렇지. 어제는 나름대로 늦게 끝났고」
류이치는 어젯밤 일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최근 그의 변화 중 하나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다
장소는 사츠키와 만났던 그 클럽, 류이치 자신도 몇 번이나 다녔던 곳이다
「언제 송금이 끊길지 모르니까. 안끊겨도 벌어둬서 나쁠건 없고」
「...... 류이치군」
실은 그때의 사건 이후, 시즈나를 포함해 사키에에게도 여러 가지 말을 듣고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와, 린도가에서 함께 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어때, 류이치군』
『나는 나름대로 많이 벌고 있어. 류이치군이 돈이라던가 여러가지 신경쓸 필요가 없어지는데』
그것은 류이치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제안이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그녀들의 신세를 질 생각은 없기에 거절했다
참고로 사츠키에게도 비슷한 제안을 받았지만 그것 또한 거절했다
「그때의 제안은 고맙지만 나도 여러가지 노력하고 싶으니까. 밥은 곧잘 얻어먹고 있지만, 모든걸 맡기는건 참을 수 없어」
「...... 후우, 신경쓸 필요 없는데. 하지만 그렇네. 무조건 좋다며 의견을 강요할 수는 없지」
그렇다고 해도 시즈나는 생각보다 ...... 아니, 상당히 챙겨주기 좋아하는 성격이다
휴일에 집에 오면 당연한듯 요리를 해주고 청소조차 자연스레 말없이 해준다
당연히 류이치도 도와주지만 워낙 시즈나가 뚝딱 움직이다 보니 별로 할 일이 없어졌다는, 사치스러운 고민이었다
「물론 이번주도 갈거야. 아니면 류이치군이 올래 ?」
「아 ~ ......」
이렇듯 류이치에게 기쁜 고민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은 학교에 도착했고, 이미 어느 정도 인원이 모여 있는 자신의 교실에 들어갔다
「아, 시즈나 시시도, 좋은 아침」
「둘 다 좋은 아침」
시즈나의 친구들이 먼저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아까 언급했던 변화, 그 대표적인 예가 이 인사에 있었던 것이다
시즈나와 류이치는 각자의 자리로 향했고, 얼마 전까지 전혀 이야기한 적 없었던 같은 반 남자들도 말을 걸어왔다
「안녕 시시도」
「오스」
「오늘도 린도씨와 등교냐 부러워 죽겠네」
「시꺼」
개중에는 익살스러운 녀석도 있었지만, 그래도 얼마전까지 두려움을 사던 류이치와 비교해 보면 큰 변화였다
그 사건 이후로 왠지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류이치, 그의 근본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작은 변화는 분위기로 나타났을 것이다
「오스 류이치」
「오늘도 푹푹찌네」
언제나의 멤버인 마코토와 카나데다
류이치에게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도 교우 관계는 여전하며, 마코토와 카나데와의 관계도 이어지고 있다
「뭐랄까, 류이치가 먼 존재가 된 느낌이야」
「갑자기 뭔 소리야」
마코토의 말에 류이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카나데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고고한 한 마리의 늑대 같던 녀석이 지금은 여러사람들이 말을 걸어주잖아.
체육시간에도 같이 팀 짜자는 말을 듣기 시작했고」
「아아 ......」
카나데의 말대로, 몸집이 크고 나름대로 운동신경이 좋은 류이치는 체육때 여기저기서 권유 받는다
신체스펙이 높은 류이치는 같은 팀 입장에서 든든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게 그를 권유할 수 있는 것도 분위기가 변해서인듯하다
「무슨 얘기중이야 ?」
시즈나가 궁금했는지 다가왔다
이제 그녀가 류이치와 대화하는건 자연스러운 일이 됐고, 반 친구들에게도 드문 광경이 아니게 되었다
「류이치가 듬직한 녀석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어」
「왜 그런 당연한걸 화제로 삼은거야 ?」
「..... 린도 너, 류이치를 얼마나 좋아하는거냐」
마음속 깊이 진심인듯한 시즈나의 표정을 보며, 마코토는 카네데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이런식으로 류이치의 생활에도 모종의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그를 적대시하는 눈도 있다
「저 녀석도 참 질리지도 않네」
마코토는 그렇게 말한 것은 아키라 보고 한 말이다
여전히 그는 류이치를 적대시하고 있으며, 사사건건 적의가 담긴 시선을 향해온다
말을 거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아닌, 그저 노려보기만 하는 그 모습은, 겁쟁이라고 여겨져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뭐, 신경써도 의미 없다. 금방 질리겠지」
「그렇지」
「이야, 누나를 뺏은 남자의 말이라 무게감이 다르네」
어느 정도 사정을 알고 있기에 카나데가 히죽거리며 말해 왔다
「잠깐 화장실좀 다녀올게」
「오, 같이 갈까」
화장실로 향하기 위해 마코토와 카나데가 교실을 나갔다
두 사람이 없어지자마자 가늠한 듯 시즈나가 등 뒤에 서서 어깨를 주물러왔다
「왜그래 ?」
「으응, 좀 풀어줄까 해서」
조물조물, 조물조물 ...... 강약 조절이 뛰어난 그녀의 마사지는 기분 좋아서, 방심하면 이상한 소리가 나올 것 같았다
최근에는 위장뿐만이 아니라 이런 일도 시즈나에게 통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있는 류이치였다
「아아 ...... 엄청 좋아」
「후후, 여기가 뭉쳤네요 손님」
살짝 장난기를 섞은 시즈나는 안마를 계속해주었다
그러던 중, 류이치는 시즈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표정을 진지한 것으로 바꿨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할아버지의 일이다
(...... 그 이후로 일절 연락이 없다. 그래도 송금이 끊기진 않았다 ...... )
그런식으로 틀어졌지만, 이렇게 여전히 송금을 해주는 이상, 말이 너무 지나쳤나 생각하게 된다
(...... 나이도 있으니 이제 강하게 쏘아붙이는건 그만두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싫어하는 것은 변함없다, 하지만 쏘아붙이는건 더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로의 간섭이 줄어들면 스트레스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 요즘 너무 기뻐」
「뭐가 ?」
「반 친구들에게 류이치군의 상냥함, 배려심이 알려지고 있으니까」
「...... 나는 태도를 바꾸지는 않았다만」
「분위기는 솔직한법이야. 류이치군이 평소대로인데 사람이 모인다면 그런거야」
「...... 그렇군」
「응」
류이치에게 사람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말을 걸거나 하는 일이 좀 늘어났을 뿐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경계심도 많이 줄었다, 그것은 소메야 덕분이겠지
『…...학생을 믿는게 교사의 본분이지. 설마 그걸 새삼 깨닫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좋은 학생이냐 아니냐로 따지면 나쁜쪽이지만』
인간이란, 마음가짐 하나로 타인이 보는 심상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류이치는 특별히 스스로 알아차릴 만큼 뭔가가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위는 조금씩 류이치의 분위기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틀림없이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 폭풍전야, 혹은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의 조짐이라던가」
「잠깐, 재수없는 소리 하면 안 돼」
「미안하군. 뭐,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왜?」
「불행따위 날려버릴 여신같은 여성이 곁에 있으니까」
류이치의 말에, 시즈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킥킥 웃었다。
「응, 불행이 닥치면 털어낼 뿐이야 ♪」
오늘도 그녀는 류이치의 곁에서 즐거운듯, 기쁜듯 미소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