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베이비 카스텔라를 하나
어쩌다 이렇게 됐지、나는 이 1시간 정도 머릿속에서 이 여덟글자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얌전히 일정한 규율을 지키며 약간의 푸념을 하고 세상에서 시험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세계를 저주한다。
나는 그런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여고생이다。
방과 후의 시간이 갖고 싶어서 다른 위원회에 참가하는 대신 학급위원이 될정도로 특징 없는 여자로、
최대의 고민이 키가 자라지 않는 것일 정도로 평범한 여자。
그날은 더운 날씨가 지속되어 나가지 않고 방에서 뒹굴며 책을 읽은지 5일째의 일이었다。
아버지에게 건강을 위해 나가보는게 어떻겠냐고 들은게 3일차、
어머니에게 동생과 둘이서 오셀로라도 할 생각이냐?라고 하얀 피부를 놀림받은게 2일차。
슬슬 어딘가 돌아다니지 않으면 냉방병에 걸릴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어머니는 동생과 아버지로부터 눈치 없냐는 눈총을 받고 저녁 반주의 기회를 줄였다。
나는 모른척 했다。
평소 활약할일이 없는 메신저 앱이 일을 한건 그때였다。
말하길、「차이고 상심중인 친구를 불태우는걸 도와줘!」라는 내용이었다。
발신자는 같은 반의 괴짜에 비교적 활동적인 그룹에 소속된 친구였다。
독서 취미가 비슷하고、1학년 부터 어울린 것도 있어서 내 친구들 중에서는 드문 타입의 상대다。
하지만 위로가 아니고 불태운다는건 무슨 소리야。
구체적인 내용이 써있질 않아서、어떻게 도와주냐고 물어보자 위원장의 직함을 사용하여
같은 반 남자들을 축제에 권유해달라는 것이었다。
차인 상대가 권유할 수 있다면 최선이고、다른 애라도 상관없다。
남자가 전멸이라면 그냥 평범하게 놀면서 격려해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친구 자신도 남자와 놀고싶다는 속셈이 훤히 보이는 제안이었지만、
나에게 협조 요청하는 마음도 잘 알 수 있다。
나는 학교에서 비교적 품행방정으로 통한다。
내숭떨고 있는거지만、확실히 그녀들처럼 「놀고 있습니다。」같은 타입이
친하지 않은 남자를 권유하면 풍파가 일어날 수도 있겠지。
자신에게 차례가 돌아온 이유는 기뻐할만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대의명분과 퇴로를 마련한 후에 남자애들과 축제날에 놀 수 있다는건
저울질 해보지 않아도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반 친구들과 교류를 다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고、
학교에 축제 포스터도 붙어 있었으니 권유하기 쉬운 분위기었다。
그렇기에 나는 곧바로 앱에 등록된 주소들로 권유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반응은 제각각이었고、대부분의 남자에게 거절당했다。
여자들도 갈 수 있으면 가겠다는 반응이 많았고、개중에는 남자친구와 가니까 무리 라는 성격더러운 답장도 있었다。
낙관적으로 남자 그룹 하나정도는 권유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 했지만、
자칫하면 남자는 전멸일지도 모르겠다며 약간 포기하고 있었더니 의외로 상대에게 참가 답신이 왔다。
소문의 주인공이다。
나보다 위원장에 더 어울리지 않나 싶을정도의 우등생이라、
꽤나 고지식 할거라 생각했던 만큼 가벼운 느낌의 답장에 살짝 골탕먹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해도 학교에서 친한게 아니기 때문에 의외로 잘 어울려주는 타입일지도 모른다。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인건 아니지만、막상 다가가기에는 주저함이 생긴다。
절벽위의 꽃과는 조금 다른 타입의 남자라는 이미지였다。
이번에 협력한 것도 그런 그에게 용기를 가지고 고백한 그녀를 칭찬하는 기분도 있었다。
5초만에 차였다고 들었지만、그걸 실행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예상외의 결과에 정체불명으로 올라버린 텐션으로、
해냈어요 대장님이라는 좀 장난 스러운 문장을 친구에게 보내자、
그쪽도 텐션이 올라간게 눈에띄는 문장을 보내왔다。
최종적으로 남자는 3명정도、여자는 나를 포함해 4명정도 참가하게 됐다。
집합 장소와 시간을 전원에게 보내고、
나는 다음 일요일의 일정을 저녁준비 중인 아버지에게 알리고 그동안의 평온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별로 대화한적 없는 상대와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 걱정하며 문자의 바다에 가라앉는다、
축제까지의 시간은 그렇게 아무일도 없이 흘러 갔다。
축제 당일、나는 일단 주최자 입장이라 아직 하늘이 밝을동안 축제 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중에 만난 담임에게 반 친구들과 노는걸 전하고、
뭔가를 눈치 챘는지 감시역 힘내라며 타코야키를 사주는 담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출점 종류를 둘러봤다。
대충 예상대로지만、평소에 본적 없는 케밥이나 타피오카 가게를 발견하고
만약 화제거리가 없으면 이 얘기를 하자며 마음속 할것 보드에 메모를 해두고、
마저 돌아본 후에 약속장소에서 대기하기로 결정했다。
신사의 토리이 앞은 집합장소로 최적이라 생각하고
입구보다 안쪽에 있는 토리이 아래에 자리 잡고 멍하니 축제 경치를 바라본다。
축제 음악에 북소리、이런 비일상의 경치를 바라보는건 의외로 지루하지 않다。
그렇게 멍하니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 그룹이 찾아왔다。
아무래도 그녀들은 의뢰자로서 제일 먼저 와있을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내 도착이 너무 빠르다고 불평하면서도 새삼스레 감사를 표하는 친구에게
나도 장난스럽게 남자의 유카타나 진베이 모습을 보러 왔을 뿐이라며 웃어두었다。
이성이 없으니 그러한 다소 시시한 얘기로 들뜨기 마련이고、
그 후 드문드문 모여든 여자들을 포함해 약 30분 정도 한여름의 추억에 대한 얘기를 뜨겁게 나누었다。
최후에는성벽폭로 대회의 양상을 띄었지만、
클래스의 남자가 한명 나타나는 순간에 모두 반듯한 자세로 여름방학 과제에 대한 화제로 전환했다。
실로 알기쉬운 변화에 나는 웃어버렸다。
남자가 1명 올때마다 사람이 우르르 모였고、
앞으로 10분 후면 집합시간인데 중도 참여자를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이 집합해 있었다。
의외로 다들 즐기고 있다고 생각 했지만、
중도 참여한 여자는 예의 그가 온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는 것을 친구로부터 듣고 조금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기다려보니 아직 오지 않은건 소문의 그 혼자만 되었다。
평소에 착실한 사람인만큼 드문일이라고 태평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편 차였다는 그녀는 시계를 자꾸 쳐다보며 안절부절 침착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는 집합시간 5분 전에 등장했다。예상외의 폭탄과 함께。
「미안、오카노 선생님에게 잡혀있어서 늦어졌어。」
그 말에 대하여、여자들의 시선은 그의 옆에 어색하게 서있는 인간에게 향해졌다。
남자들이 큰일이였네라고 말하는 가운데 나도 내심 큰일이었다。
담임에게 붙잡혀 있는 상황에서 함께였다는 것은 데이트 중이었던건 아니겠지。
그보다 뭔가 저지르고 담임에게 붙잡혀있던 그녀를 끌고왔다고 보는게 틀림없겠지。
그러나 내 뒤에서 안색을 파랗지도 빨갛지도 않은 색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오늘의 주역이
불량을 동반하고 나타난 그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손에 잡힐 듯 아는 만큼 나도 내심 편안할 수는 없다。
옆에 있던 친구가 시선으로 이쪽에 「못들었는데!?」라고 호소하는 것도 내 위에 부담을 주고 있었다。
나도 몰랐어!연락 했을때 갈 수 있으면 간다고 말했으니 거절문구라고 생각했어!
아무튼 이대로는 위험하다 생각하여 중도 참가를 환영하듯 말을 늘어놓으며、축제 순회를 시작했다。
갑작스런 불량소녀의 참가에 움찔하면서도 굳어 있는 친구들을 대신해、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기 위해 과감히 그에게 말을 걸었다。
「미시마씨와 사이 좋았구나 몰랐어。」
걸으며 그렇게 불량소녀와 함께 있었던 이유를 캐내듯 물어보니、
얼마전에 있었던 야외 라이브 페스티벌에서 친해졌다는 정보를 얻었다。
나는 관심 없었지만、동생이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걸 보고 2일차에 보러간 것을 기억했기 때문에
폭염 속에 일하고 있었다는 그들을 조금 존경했다。
남자에게는 힘들었겠네라고 흔해빠진 치하의 말을 건네니、왠지 미시마씨 쪽에서 격렬한 반응이 돌아왔다。
「첫날에 쓰러진건 이 녀석이니까 불편한가봐。」
「역시 열사병?고생했네。」
미시마씨를 사이에 두고 그와 캐치볼을 나눈다。
미시마씨는「아아。」나 「오오。」같은 건성으로 맞장구를 치지만、
특별히 기분나빠 보이진 않아서 살짝 안심하며 주위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미 일부가 울적한 상태인건 어쩔 수 없으니 패스하고、
그 외 사람들은 즐겁게 대화하거나 남녀 페어가 생긴는 등 대체로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중도 참여 여자들은 목적인 그와 접촉하고 싶어도 미시마씨의 벽에 도전하지 못하고 안절부절이였지만、
그 부분은 내가 뭘 해줄 수 있는게 아니므로 알아서 노력해주면 좋겠다。
평소 같으면 친구 그룹이 솔선하여 사격이든 금붕어 건지기든 제안하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듯 실로 얌전한 축제 순회가 되어 있었다。
결국 특별히 큰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고 반에서의 축제 순회는 조금 전에 해산되었다。
정확히는 견딜 수 없게 된 주역인 그녀를 배려한 그룹이 빠져서 각자 축제를 즐기게 되었다만、
결과는 별로 변하지 않으니 상관 없겠지。
뭐 확실히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과는 다른 여자와 다정하게 데이트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건 정신적인 타격이 있겠지。
그것이 자신과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면 마음이 부러지는 것도 이해한다。
아는지 모르는지 그도 고백한 그녀에 대해 뭔가 반응하는 것도 아니고、
빙수를 먹고 혀 색깔이 변한 것에 들떠 있거나 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던 것도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왜 다들 날 두고 간걸까。커플과 나라는 3인조는 아무도 행복해지지 못한다고!
깜짝 놀랄 정도로 누구에게도 권유 받지 못하고、
미리 짠 것처럼 산개해서 이탈할 타이밍을 놓친 나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그래도 친구는 나에게 말을 걸어주어도 좋았을거라 생각한다。넌 내가 혼자 온 거 알고 있잖아。
「슬슬 해산하는 것 같고、나도 가볼게。」
「어울려줘서 고마워。학교에서 보자。」
에라 모르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니、2명도 해산 하기로 했나보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어안이 벙벙한 나를 내버려두고 폭탄 소녀는 떠나갔다。
필연적으로、나와 그 두 명만 그 자리에 남겨졌다。
「위원장은 어쩔래?나는 불꽃놀이 끝날 때까지 있을건데。」
애당초 예정이란 게 없어서 어쩔 것도 없지만、
혼자서 축제를 돌아보는 것도 어떨까 싶어서 친구 그룹에 합류할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보다 2명이 헤어지지 않았다면 허둥지둥 사라질 생각이었으니 특별 예정이 있을 리 없다。
「그럼 불꽃놀이、함께 보고갈래?」
힐끗 시계를 확인해보니 20분 내로 불꽃놀이가 시작될 시간이었다。나는 고민없이 승낙했다。
친구의 말을 잊은 것도 그와 가까워질 계획인 것도 아니고、
단지 반 남자의 권유를 거절할 수 있을만큼 인생경험을 쌓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승낙했다。
나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우선은 음료수와 그는 케밥을 나는 크레페를 사서 신사의 적당한 곳에 앉아서 불꽃놀이를 기다리기로 하고、
이제서야 겨우 안정을 찾았을 때、나는 새삼스레 그의 모습을 관찰했다。
남색의 진베이는 여름축제의 기본형이지만、동년배 남자의 이런 모습을 옆에서 볼 기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소보다 깊게 가슴팍까지 열린 옷깃은、자연스레 그의 목에서 흐르듯 이어지는 하얀 피부가 강조되고 있으며、
들고있는 부채로 살짝 가려진 것이 아울러져 매우 선정적으로 보였다。
의외로 단련하고 있는지 슬쩍 보이는 복근이나 팔뚝은 탄탄하며、뭔가 위험한 물건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부활동은 그만뒀지만 달리기도 하고、알바도 꽤나 체력을 소모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불꽃놀이 시작 방송에 귀를 기울이는 그의 다리는 분명 탄탄하다。
그러고보니 고백했던 그녀는 다리 페티시라고 했는데、과연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밟히고 싶다고 말하는 녀석이 있는 것도 납득이 간다。
이래저래 생각하는 와중에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퍼ー엉!하고 배에 울리는 폭음과 하늘에 반짝이는 별의 아름다움에、나는 시선을 빼앗겼다。
힐끗 옆을 보면 그도 온화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불꽃의 불빛에 비춰지는 어른스러운 그의 모습을 눈에 새기고 다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축제 불꽃놀이여서 대회만큼 본격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했고、
마지막 불꽃이 뿌옇게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슬슬 돌아갈까。」
협찬이나 불꽃놀이 종료 안내방송이 들리자 그의 입에서 해산 제안이 나온다。
이미 불꽃놀이는 끝났지만 조금만 더 이곳에 있고 싶다고 뒷머리가 당겨지는 느낌을 떨치고、
그럴까라고 대답한다。
「위원장 저기…「오빠!」」
「…여동생?」
「아ー…응。미안 위원장、난 가볼게。오늘은 고마워。조심히 들아가。」
안녕하고 곤란한듯 웃는 그는 방금전의 어른스러운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었고、
호감가는 외모의 학생 그 자체였다。
나도 돌아가자。여자의 망상 속 한여름의 추억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뭐…나에게는 충분한 추억이라 생각한다。
연애적인 무언가도 없었고、예의 그녀에게는 불꽃놀이를 본 것은 용서받은 셈 치자。
하지만 그의 여동생씨는 비교적 과보호인 것 같다。지금도 여자와 단둘이 됐다며 무언가 언성을 높이고 있다。
헤헤 웃으며 손을 흔들어보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표정으로 위협해온다。
그는 그 머리를 쓰다듬고 나서 이쪽으로 손을 흔든다。
등을 돌리고 걷는 그들을 배웅하고、왠지 포장마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동생에게 뭔가 선물이라도 사가자。
그를 떠올리며、나는 베이비 카스텔라를 하나 구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