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지켜봐주는 사람은 잔뜩 있다
「헤에, 시즈나쨩과 외출하는구나 ?」
「그래. 뭐 데이트같은거야 ......」
알바 시간, 오늘 사츠키는 없고, 치사만이 클럽에 방문했다
그녀 한 명만 상대하기 때문에 편하긴 하지만
마스터는 시즈나에게 류이치가 감기로 몸져 누운 것을 들은 듯, 치사만 상대하라고 들었다
「그러니까, 이런건 일이 아니야 ......」
「좋잖아. 뭐랄까, 마스터에게 너는 아들 같은거잖아 ? 그래서 몸져누웠다는 말을 들으면 걱정하는거고」
「하아 ?」
덧붙여서 당연하지만, 치사도 류이치가 감기에 걸린건 알고 있다
시즈나가 치사나 사츠키면 몰라도, 설마 마스터의 연락처까지 알고 있는 건 예상 밖이었다
「뭐, 내가 알려줬지만」
「너냐」
범인은 치사였다
류이치는 치사에게 지그시 시선을 돌렸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고 있다
「그만큼 너를 걱정했다는거다, 그 애는 분명 좋은 아내가 될거야」
「...... 아내인가, 생각해보질 않았네」
여성과 나름대로의 관계를 갖고있지만, 그런 장래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금이기에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더 크면 장래의 일도 내다봐야 할 것이다
「……………」
시즈나는 곁에 있어주겠다고 선언했다
그것은 결코 고교생 시절 뿐만이 아니라, 장래에 걸쳐 평생 류이치를 지탱하겠다는 것과 같다
류이치가 어떤 선택을 해도, 그녀는 결코 떠나지 않는다.
그런 확신이 들 정도로 류이치는 시즈나를 이해하고 있다
「……………」
「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 ~」
쿵 소리를 내듯이 치사가 안겨왔다
여성 특유의 달콤한 향기보다 술냄새가 강해서 그만 표정을 찡그렸지만, 류이치는 치사를 뿌리치진 않는다
「그 사람의 곁에 있고 싶으니까 곁에 있는거야. 그저 그러고 싶으니까. 그 외의 이유는 전혀 없어」
「..... 그런건가 ?」
「그런거야. 별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 시즈나쨩도 사즈키도, 물론 나도.
당신 곁에 있고 싶으니까 그러는 것뿐이고」
그것은 너무나 정직하고 곧은 말이었다
단지, 곁에 있고 싶기 때문에 곁에 있는다, 단지 그것뿐이라고 치사는 류이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와 사츠키는 몰라도, 시즈나는 절대로 떠나지 않겠지.
나는 그 아이를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의지가 강하고 누구보다 당신을 생각해주니까」
몇 번이나 생각한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시즈나와 사이가 깊어질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쩌면 약간, 세계의 수정력 같은 것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관계성의 차이는 있지만 류이치는 시즈나와 접촉하고, 깊어질 운명이 약속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 아니, 그건 그거대로 마음에 안드네)
만약 시즈나와의 관계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면, 그건 그거대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야기를 따라간게 아니며, 류이치는 자신의 삶을 관철하여 그녀와 알게 됐고, 그 후의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이다
「……?」
「왜그래 ?」
류이치는 문득 치사를 바라보았다
아까의 말을 해석한다면, 시즈나는 떠나지 않겠지만, 치사나 사츠키는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까
「...... 치사나 사츠키는 떠나간다는 건가 ?」
확실히 그들과는 육체관계를 가졌을 뿐, 말하자면 그것 뿐이다
하지만, 깊은 관계인지 얕은 관계인지, 어느쪽인가 따지자면, 깊은 관계이며
그야말로 심적인 부분에서도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은 잘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떠날 가능성이라는 것은, 약간의 쓸쓸함이 있었다
「아하~앙, 그렇구만 그렇구만. 류이치도 참 귀엽네 ♪」
「……………」
히죽히죽 웃는 치사의 얼굴을 보고, 류이치는 방금전의 대사를 후회했다
기분탓인지 마스터도 설거지를 하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것 같았고,
류이치는 치사로부터 시선을 돌리며, 들고있던 주스를 마셨다
「뭐, 말이 그렇다는거야. 관계성이 어떻게 변하든 나와 사츠키는 당신을 떠나지는 않을거야.
그야말로, 네가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분명」
확실히, 앞으로 이 관계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그녀들과의 시간은 가능한 한 소중히 해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류이치가 바뀐 증거겠지
「얼마전의 당신도, 그건 그거대로 좋았지만, 나는 지금이 더 취향이야」
「그렇게나 변했나. 역시」
「응. 나로서는 정말 무슨 일이 있어야 그렇게 되는건가 궁금한데 ?」
내용물이 변했다 ...... 아니,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전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쉬지않고 맥주를 마시며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그녀에게 류이치는 멍하니 대답했다
「내용물이 바뀐걸지도. 전생의 자신이 되살아났거나 ......」
「아하하, 뭔소리야 갑자기」
웃으며 등을 팡팡 두드리는 치사
뭐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알았기 때문에 류이치로서도 특별히 대꾸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진 말들은 너무 따뜻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전생의 당신은 매우 상냥한 사람이었겠네」
「……」
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이었을거다
하지만 그 말은 류이치에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 세계의 류이치는 틀림없이 류이치 이외의 그 누구도 아니며, 전생의 나라는 존재가 개재할 여지가 없다
어느 쪽의 자신도 진정한 자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전부를 긍정해주는 그 말이, 정말로 기뻤던 것이다
「...... 크큭, 정말 좋은 만남을 가져버렸군」
「류이치 ?」
고개를 갸웃거리는 치사에게 류이치는 제안했다
「더 마실거야 ?」
「으~응, 아니 이제 됐어 ..... 라는건 그런거야 ?」
「그래」
「좋아. 상대해줘 ♪」
마스터는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다녀오라며 웃고 있었다
류이치는 치사를 공주님 안기 상태로 들고, 안쪽으로 향한다
「……………」
「왜그래 ?」
「아니 ..... 정말 너무 좋은 남자라고 생각해서」
갑자기 뭐냐며 류이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안쪽 방으로 사라진 두 사람이 나온 것은, 몇 시간이 지나서다
「...... 뭐랄까, 정말 면목없는 아르바이트다」
「뭐라 지껄이는거야. 손님을 상대하는 것도 일이다」
여전한 마스터의 태도에, 그럼 상관없겠지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치사는 안쪽에서 나온 뒤, 줄곧 류이치의 팔에 안겨있었고, 잠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 정말 엄청났어.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격렬하고 ..... 아 ~ 아, 나도 참 푹 빠졌네」
「눈앞에 좋은 여자가 있으면 남자는 불타오른는 법이지. 뭐 새삼스럽지만」
「...... 그런 점이야, 정말」
치사는 류이치의 볼에 손을 뻗었다
마치 부서질듯 조심히,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당신은 괜찮아.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곁에 있을 테니까. 절대로 혼자 끌어안지 마」
「내가 그런 녀석으로 보이나 ?」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그래보여」
아무래도 치사는 류이치를 깊게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녀뿐만이 아니라, 분명 시즈나와 사츠키도 눈치채겠지만,
그래도 치사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눈치챌 것 같았다
「뭐, 어쨌든 우리뿐만이 아니지만.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건」
「에 ?」
「나도 보고있는데 ?」
그렇게 말한건 마스터다
여전히 컵을 닦으면서 눈길도 주지 않지만, 그 역시 류이치를 제대로 지켜봐주고 있다
「알겠냐 류이치. 너는 여러모로 삐뚤어진 놈이지만 아직 꼬맹이라는걸 잊지마.
뭔가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의지해라, 나랑 치사쨩을 걱정시키면 따먹는다」
「아하하핫 ! !」
「...... 그건 좀 봐주라고」
목소리에서 전부 진심이라는게 느껴졌기 때문에, 절대로 혼자 끌어안지 않겠다고 결심한 류이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