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격정의 눈물。
「커프스씨、화장실 가고싶어요!」
「그쪽에 있으니 부디 사용해 주세요」
「나는 복도에 있는 시녀들의 화장실이 아니면、제대로 안 나와요!
그리고 이렇게 훤히 보이는 화장실은 싫어! 여기서 꺼내줘!」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이대로라면、울면서 전부 지릴 것 같아요! 대참사가 벌어진다구요?!」
「시녀들이 치우면 되므로、마음껏 지려주세요」
「대체 뭐야 그 플레이?!」
로즈의 아버지、가르시아・브래들리 백작。
다른 영애들을 괴롭히고 있는 흑막으로 예상되는 남자。
게임에서 등장하지 않으며、저택에도 거의 없어서、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른다。
그 가르시아 백작이 저택에 돌아와 있어서、주인님을 불러 뭔가 얘기 하는 중이다。
───이건 내가 돌격할 수 밖에 없잖아。
그렇게 벼르고 있었는데、나는 커프스씨의 감시 아래、지하감옥에 감금 되어 있습니다‥‥‥。
「로즈 아가씨는 알버트님을 지키려는겁니다。이해해 주세요‥‥‥」
그래、나를 이곳에 가둔건、다름 아닌 주인님 본인이다。
집사 여러명에게 붙잡혀、저항도 못하고 던져졌어요‥‥‥。
『절대로 오지마』 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지킨다구요?의미를 모르겠어요」
「가르시아님은 신분이라던가 까다로운 분이셔서‥‥‥」
쇠창살 너머로 들려오는 커프스씨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제대로 노예답게 도롱이로 갈아입을게요」
「‥‥‥그런게 아닙니다」
「커프스씨는、주인님께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은거에요?」
「가르시아님은 로즈 아가씨를 소중히 여기시기 때문에、무슨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소중히? 전에、때렸잖아요?」
깨끗이 낫긴 했지만、얼마전까지 주인님의 뺨에 있던 멍은 가르시아 백작 짓이겠지。
「그 분은 어릴적부터、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에‥‥‥」
‥‥‥어디에 소중히가 있는거야。
「꺼내주세요!」
「그리고、알버트님께 보이기 싫은거라 생각합니다‥‥‥」
「아버지를요?」
「‥‥‥조금 복잡한 얘기를 해도 될까요?」
「지금은 시간이 없습니다」
「로즈 아가씨는、가르시아님의 친딸이 아닙니다」
「‥‥‥나중에 천천히 들을게요」
「로즈 아가씨의 명령이므로、절대 꺼내드릴 수 없습니다。느긋이 들어주세요」
「크으‥‥‥」
지하감옥으로 사람이 내려오는 발소리。
「커프스님、주인님께서 외출하십니다」
내려온건、커프스씨의 똑같은 복장의 집사。
「알겠다、바로 간다。알버트님、부디 로즈 아가씨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꺼내주시죠?」
「곧 마중나올거라 생각합니다」
커프스씨는 나에게 목례하고、부하 집사를 이끌고 계단을 올라갔다。
아마도 가르시아 백작을 배웅하기 위해서겠지。
또각 또각 또각‥‥‥。
「‥‥‥뭐야、당신 이곳이 마음에 들어?」
무뚝뚝하게 감옥바닥에 책상다리로 앉아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건、입이 험한 미녀였다。
「그렇게 보이나요?」
「잘도 그런곳에 앉을 수 있네。나와도 돼」
쇠창살 문을 열고 계단을 향해 걸어가는 미녀。
「주인님、얼굴 보여줘」
「싫어‥‥‥뭐야 갑자기‥‥‥」
지하인 이곳에는、광원이 촛불 뿐이라、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실례합니다」
미녀의 어깨를 붙잡고、억지로 몸을 틀었다。
「잠깐‥‥‥하지마」
「‥‥‥」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얼굴。
하지만、그 뺨에는 이전과 같은 빨간 멍‥‥‥。
「‥‥‥보지마」
시선을 돌리며 얼굴을 가리는 주인님。
「‥‥‥괜찮으세요?」
「시끄러。괜찮아」
「잠깐、다녀올게요」
───아직 늦지 않을지도 모른다。
계단을 뛰어오르는 나의 등뒤에서、주인님이 무언가 외치고 있다。
로즈는 가르시아 백작의 친딸이 아니다。
본래는 거리를 떠돌고 쓰레기를 뒤지며 살던、오늘 내일하는 고아였다고 한다‥‥‥。
가르시아 백작은 거리에서 발견한 로즈의 용모에 눈독들이고、딸로 키웠다고 커프스씨는 말하였다。
로즈는 키워준 가르시아 백작에게 은혜를 느끼고 아버지로서도 적잖이 따르며、
무슨 말을 들어도 순종하며 저항하지 않는다던가‥‥‥。
즉、로즈는 정략결혼용으로 키워진、용모만을 목적으로한 가르시아 백작의 도구‥‥‥。
이대로 이야기가 흘러가면、네놈의 책략 탓에 딸이 죽는다고?
───용서할 수 없다。
나쁜놈한테 주워지고、이용당하고、처형당하고‥‥‥。
그 녀석의 존재 이유는 대체 뭐야?!
저택 밖으로 나오자、집사들과 몇 명의 시녀에게 배웅 받으며 마차에 오르려는 마른 중년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안 늦었다!
「가르시아 백작!」
둘러 싸고있는 집사들을 밀치며、그 인물 앞에 선다。
「‥‥‥이런、로즈의 노예?」
안경을 끼고 왜소한 마른 남자。
몹시 위태롭고、말투가 부드럽다。
기름진 돼지 아저씨를 상상했지만、로즈를 높여부르지 않는 이 녀석이 가르시아 백작이겠지‥‥‥。
「가르시아 백작、다른 영애들을 괴롭히는건 당신인가요?」
「커프스、이건 무슨 일이지?」
생글생글한 그 눈은 내가 아닌、뒤에 있는 커프스씨에게 향해있다。
───이 자식、나를 사람 취급도 안해주는군。
「너희들、노예가 탈주했다! 어서 붙잡아서 감옥에 넣어!」
커프스씨의 말은、제대로 노예로서 취급중인걸 보여주기 위한걸로 예상된다。
이곳 집사들은 평소부터 아주 좋은 사람들 뿐이라 틀림없다。
「당신의 방해공작 탓에、딸이 처형 될지도 모른다구요? 그걸 원하십니까?」
집사들에 의해 지면에 억눌려있지만、말은 할 수 있다。
「가르시아님、이 자는 투옥생활로 정신이 나간 것 같습니다‥‥‥너희들、어서 끌고가라!」
필사적으로 끼어드는 커프스씨。
이건 그건가‥‥‥혹시、내가 입을 열때마다 주위에 민폐 끼치는 최악의 상황인가?
정작 본인은 나를 보지도 않고‥‥‥。
「로즈 무슨 얘기니? 설마、네가 무언가 불어 넣은건 아니겠지‥‥‥」
역시 나를 보지 않는 가르시아 백작의 시선 끝에는、나를 쫓아온、주인님이 서있었다。
───왜 온거야‥‥‥。
「아버님、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브래들리가 번영을 위해 정진하고 있습니다。
그런 미천한 노예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세요」
「그렇지。내 귀여운 로즈가 그런 근거도 없는 말을 할리가 없지」
로즈에게 다가가、생글생글 웃으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가르시아 백작。
───‥‥‥응?
‥‥‥이해심 많은 아버지 처럼 보인다만。
「안심하고 외출하세요」
기품있게 인사하는 주인님。
───이건‥‥‥내 착각인가?
「로즈、너의 존재 가치는 그것 뿐이니까、나를 위해 힘껏 노력하렴。대회、응원할게」
「네」
아니、역시 이 자식은 쓰레기다‥‥‥。
생글생글 웃고는 있지만、썩어 문드러졌어。
「그리고、노예 교육은 제대로 해두렴?」
「네」
「‥‥‥없을거라 생각하지만、이런 녀석을 좋아하면 안된다?」
「‥‥‥네」
「‥‥‥수상한데。혹시 이 녀석을 편드는거 아니야?」
「괜찮습니다」
짝!
───?!
「거짓말이면 용서하지 않아」
주인님의 뺨을 때린 뒤、다시 생글생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 가르시아 백작。
「네」
───이 자식、미친건가!
「어이、로즈는 너의 꼭두각시 인형이 아니라고?! 지위와 명예를 원하면、자신의 힘으로 해결해라!」
「‥‥‥너의 노예가 또 뭔가 말하고 있는데‥‥‥정말 괜찮은거야?」
생글생글 가르시아 백작은、역시 나를 보지않는다‥‥‥。
「커프스、어서 이 녀석을 감옥에 넣어。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와‥‥‥」
‥‥‥평소대로의 폭언。
그 후、나는 또 다시 감옥에 넣어졌다。
───‥‥‥젠장。
감옥 바닥에서 뒹굴고 있으니、귀에 익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나와。당신、역시 이곳이 좋아?」
나는、도저히 로즈를 바라볼 수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로즈의 행복은、왕자와 결혼하여 살아 남는거다。
───그게 잘못된 거였다。
내 멋대로 정한다면、그 자식과 다를게 없다‥‥‥。
그 녀석의 행복은、그 녀석이 직접 생각하고 직접 결정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가 그 녀석에게 필요하다‥‥‥。
게임 스토리 따위 엿먹으라지。
내가、무슨 짓을 해서라도 엔딩을 바꿔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