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그것은 첫 재회
입학식은 왜 이렇게 지루한걸까?학장을 비롯한 아저씨들의 시시한 이야기。게스트의 지루한 이야기。
「정말 지루해。수험 전쟁을 이기고 도착한 곳에 이런 광경이 펼쳐져 있다니 슬프네」
「그거 말이지。우리는 국립 대학이잖아?여기 회장 비용도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 세금이겠지。돌려줬으면 좋겠네」
옆에 앉아있는 아야시로도 지루해 하고 있다。우리는 아까부터 적당히 수다만 떨었다。
아야시로는 머리회전이 빠르고 빈정거림이 심해서 이야기 하고 있으면 꽤나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도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다음은 신입생 대표、하기리 히로토씨의 입학 스피치입니다」
단상에 1명의 남학생이 올라섰다。잘생기고、체격도 좋지만、자신감 넘치는 표정에는 어딘가 거만함이 느껴진다。
「뭐아 저 녀석?건방지네。저 녀석이 올해 입시 수석?저런거한테 진건가 내 성적。
좀 더 제대로 공부해둘걸 그랬네」
아야시로는 하기리를 왠지 모르게 싫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아야시로도 자신가 같은 면이 있으니、상성이 안좋은 것 같다。
『오늘 이 날을 이 장소에서 보낼 수 있는 것은 제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자랑거리입니다。
이 장소에는 지금、장래에 일본、나아가 세계를 이끌어갈 가능성으로 가득찬 젊은이들이 모여있는겁니다。그 행운을…』
아무래도 좋은 허울뿐인 말의 나열。겉치레 퍼레이드。겸손을 가장한 자랑。
그런 공허한 말로 가득찬 스피치 였지만、회장의 반응은 좋았다。하기리에게는 카리스마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어라어라。장래에 정치인이라도 될법한 말솜씨네。하지만 무언가 정열이 부족한 느낌이네。
텅 빈 허영심으로 유혹하는 냄새」
「…사람보는 눈이 꽤나 좋네」
「응?그래?내 인물평이 맞은거야?그보다 저 녀석에 대한거 알고 있어?」
「…만난 적은 있어。저 쪽은 모르겠지만」
「그래。흐ー응」
아야시로는 나를 의아하게 바라봤지만、그 이상은 파고들지 않았다。
의외로 배려심 있는 아이인 것 같다。지뢰계인건 외형 뿐일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여성경험이 아내뿐인 나에게는 여자의 좋고 나쁨을 간파하는 눈이 없다는게 너무 아까웠다。
그렇게 생각했다。
입학식이 끝나고 회장 밖으로 나오자 다시금 신환의 유객행위가 달아올라 있었다。
소란스러운 사람들 사이를 우리는 느긋하게 걸어간다。
「당신 어느 서클에 들어갈거야?」
「테니스 서클이나 이벤트 서클처럼 의식 높은 계열、그리고 취미로서 미술 서클이네」
「의욕 넘치는 욕심쟁이네。하지만 좋잖아。야리 서클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은게 어디야」 1
「그런 곳은 가고싶지 않아。너무 더러워。좀 더 설레임이나 반짝임 같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싶네。그런 아야시로는?」
「나는 그렇네。패션 연구라든가、여성스러운 취미인 곳에 가고싶네。그리고 사회문제를 다루는 진지한 곳이라든가。
테니스에도 관심 있지만、밤에 하는 복식경기에만 권유 받을듯한 이미지 뿐이니 패스 할지도?」
「너는 곧장 음담패설로 빠지는구나!곤란하니까 그만둬!테니스 서클도 만남계 같은 것부터、
취미로 즐기는 곳까지 있으니 천천히 알아보면 돼」
「뭐 그렇지。시간은 많으니까。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여러 시선이 느껴지는데、기분탓?」
듣고보니 왠지 우리를 보고 있는 사람이 많다。어딘지 모르게 소근소근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악의나 깔보는 느낌이 아니다。오히려 호의같은?
「너의 멘헤라 같은 모습 때문인거 같은데?뭐 귀엽지만 TPO에는 맞지 않네」 2
「칭찬해줘서 고마워。하지만 나를 보고있는 것은 아닌거 같아 。다들 어딘지 모르게 동경하는 시선이잖아。
사람들이 나를 볼때는 질투나 팬더를 보는듯한 눈이니까」
「팬더와 질투는 양립 하는건가…?그렇네 나를 보고 있네?왜?」
「혹시…앗 역시」
아야시로는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더니、그 결과를 나에게 보여줬다。
SNS의 화면이다。거기에는 아까 내가 찍은 선배와의 셀피가 실려있었다。
코우토 대학 신문
신입생 특집 제1탄
토키와 카나히사군!
신입생과 선배의 사이좋은 사진입니다!
이 할리우드 얼굴의 1학년군은 선배를 자연스레 멋있게 씩씩하게 도와줬대!
장래의 미스터 코우토 대학 후보?!
할리우드 얼굴은 뭐야…?
「당신 빨리도 유명인이 됐구나。굉장하네」
「으ー음。쁘띠 버즈 할줄은 몰랐네。조금 쑥스러워。헤헤헤」 3
셀피는 나중에 동급생 상대로 난 이미 선배와 사이좋거든 마운트 잡기 위해 준비했던 건데。
이런 방향으로 버즈하다니。
그건 그렇고 그 선배는 진심으로 나를 마음에 들어한 것 같네。
「저기 저기。잠깐 괜찮아?」
「뭐야?」
「아까처럼 허리에 손을 둘러봐」
「에?어째서?」
「됐으니까 해봐」
아야시로씨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이쪽으로 몸을 기댔다。
어쩔 수 없이 시키는대로 허리에 손을 두른다。그러자 아야시로는 셀피봉을 늘리더니、
우리를 스마트폰으로 찍었다。그리고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보렴 괜찮은 느낌이지?이거 써먹어도 돼?분위기 밖에 미남이 되지 못하는 바보들이 꼬여들면 이걸 보여줄거야!
효과좋은 부적이 될거야!후후후」
아야시로씨 왠지 엄청 즐거워보이네。거기에 찬물을 끼얹는건 눈치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거 다행이네」
「그렇지。후후후。나、이 남자의 섹스 프렌드야 라고 말하면 다들 새파랗게 질려서 굴욕감에 부들부들 떨거야。후후」
「그만둬!내 이미지가 곤두박질친다!섹스는 빼고 그냥 프렌드로 해줘!」
「글ー쎄 어떻게 할까나?으응ー?」
나를 무지막지하게 부추기는 아야시로는 나이에 걸맞게 사랑스러웠다。
이런 장난기 가득한 대화는 처음이여서、가슴이 무척 따뜻해지고 멋진 기분이 되었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죄송합니다。잠깐 괜찮을까요?」
어딘지 모르게 몸속까지 울리는 듯한 달콤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반사적으로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1명의 여자가 있었다。예쁜 벚꽃무늬 후리소데 하카마를 입고있는 아름다운 여자。
심장이 기분나쁘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당신 뭐야?우리는 수다떠는 중인데?」
아야시로는 입을 삐죽 내밀고、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후리소데 여자는 그 태도에 약간 곤란해하고 있었다。
「응、미안해。그치만 그쪽 남자애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여자가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역시 엄청 예쁜 얼굴이었다。
재가 연기처럼 퍼진 것 같은 신기한 갈색머리에 동일한 색의 눈동자。
그 색이 이 여자에게 유현이랄까 덧없음이랄까 그러한 신비적인 미모를 부여하고 있다。 4
변함없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에?역헌팅?쁘띠 버즈 굉장하네。이런 미인도 낚을 수 있다니 。현대사회는 미쳤구나」
「에?아니、역헌팅이 아니야。어、으흠!에ー그게 말야。토키와 카나히사군。
지금부터 1학년끼리 교류의 식사 모임을 할거야。어때?오늘은 신환도 없고、
학부나 학과랑 상관 없이 연결점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인데…」
잘보니 이 여자가 찾아온 방향에 미남 미녀 신입생 집단이 있었다。그들의 거리감을 보니 서로 첫 대면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아마 누군가가 지금 막 모아둔 집단이겠지。
미남 미녀만 모은 스페셜 팀으로서 주위에서 선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나는 그 팀에 초대받은 것이다。어떻게 보면 영광스러운 이야기다。
그 집단 안에『하기리 히로토』만 없었다면…!
나는 무심코 어금니를 강하게 깨문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여서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를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눈 앞의 여자는 말을 잇는다。
「안되려나아?확실히 갑자기 초대받았으니 망설이는 기분도 이해해。
그래도 이 모임을 모집한 히로토는 잘 돌봐주니까 적응하기 쉬울거야!」
그래。눈 앞의 여자는 하기리 히로토를 이름으로 부른다。이 시기에 그와 그녀는 이른바 소꿉친구다。
친가는 옆집、부모끼리의 사이도 좋고、마치 남매처럼 자랐다고 한다。
초중고에서 같은 공간과 시간을 보내온 둘도 없는 인연이 두 사람에게 있다。
이대로 두면、GW이후에 두 사람은 사귀기 시작한다。 5
누구나 부러워하는 이상적인 커플。지금은 아직 친구사이。
「그건 알겠는데、당신은 누구?초대하려면 제대로 이름을 밝히는게 어때?」
「앗!그랬지!미안!내 이름은…」
말하지 마。왜냐하면 잘 알고 있으니까。듣고싶지 않아。잊을 수 없는 일이 떠오르니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녀도 우리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가라시 리리세」
여자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그 미소를 한때 나는 짧은 기간이지만 독점하고 있었다。
그도그럴게 이 여자는 첫 번째 세계에서 『아내』였던 여자니까。
「헤에 그래。잘부탁해。나는 아야시로 히메나」
「히메나?히메쨩이라고 불러도 될까?」
「싫어。히메나님이라고 부르렴」
「왠지 엄청 높아보여 이 애!인형처럼 예쁜데 너무 거만해!!」
아야시로의 페이스에 말려든 아내는 여전히 명랑하게 웃고 있었다。
이 당시의 그녀에 대한걸 나는 잘 모른다。멀찍이서 보고있었을 뿐이니까。
내가 아내와 사귀기 시작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세월이 흐른 뒤였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모르는 여자처럼 보인다。
「뭐야 뭐야。리리세。애먹고 있는거야?도와줄까?」
「앗 히로토!이야 아하하。뭔가 휘둘리고 있어。대학은 역시 굉장한 곳이네。별난 사람들 뿐이야!우후후」
아내는 혀를 빼꼼 내밀고 익살스럽게 웃는다。나는 그런 얼굴은 모른다。어른스러운 아내 밖에 모른다。
하지만 그런 아내를 알고있는 녀석이 지금、눈 앞에 있다。
「안녕 처음뵙겠습니다。나는…」
「자기소개는 필요없어。아까 단상에서 잘난듯이 재잘거렸잖아?」
아야시로는 어딘지 모르게 의심스럽다는 눈을 하기리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 눈빛에 하기리는 조금 당황하고 있다。
「재잘거려…?아하하…너는 별나구나。아하하…」
「그렇지!그래서 나도 완전 휩쓸렸어!」
「누구든 친해질 수 있는 리리세가 망설이는 것도 이해했어。그래서、어떨까?너희들。
우리들과 소소한 파티를 즐겨보자」
상큼하게 웃는 하기리는 확실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주위에는 하기리에게 선망의 눈길을 보내는 여성이 많았다。좋네。엄청 엄청 부럽네。이 미소로 이 녀석은!
이 샛서방은、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고 부숴버린거다!
「이미 회장은 잡아뒀어。예쁜 곳이야、식사도 맛있어。분명 즐길 수 있을거야!와주겠지?」
이렇게 나는 가장 증오하는 남자와、가장 사랑했던 여자와 재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