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이기기만 하면 된다。
알프레드씨에게 검을 배운지 약 1년이 경과했다。
사실은 마법도 배워두고 싶지만、한번에 여러가지를 시작해도 전부 어중간하게 되어버린다。
일단락될 때까지는 검술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지。
……라는건 명분。
검술……더럽게 재밌어!!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아무튼 재밌어。
기분좋게 땀을 흘릴 수 있고、검술을 시작하고나서 밤에 푹 잠든다。
그리고 하면 할수록 향상되는 감각이 있다。
그 감각에 중독되어 버렸다。
하지만、모의전에서 알프레드씨에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 때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굴욕감에 사로잡혔다。
고작 집사에게 졌다。
그 사실에 화가 치솟는다。
분한 나머지 알프레드씨나 자기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은 적도 있다。
그래도、이 감정을 일찍 경험할 수 있던 것은 아주 좋은일이라 생각한다。
『패배』해봤다는 사실이 나에게、아니、“루크”에게 끼친 영향은 터무니없이 클 것이다。
애초에、지는게 당연하잖아。
상대는 전 왕국 기사단 부단장이다。
분하다는 감정 자체가 웃긴거야。
게다가 뭐랄까。
알프레드씨도 너무 진심이지 않나?
최근에 특히 그렇다。
나는 검술을 배운지 고작 1년이라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패배했고。
조금 봐줘도───
「……고작 1년。고작 1년으로 루크님은 검술의 기초부터 응용까지 거의 모든 것을 습득하셨습니다。
그러기는 커녕……아뇨、아무것도 아닙니다」
에、어느새?
분명 최근에 모의전의 빈도가 유독 늘었는데。
알프레드씨는 하늘을 올려봤다。
무언가 생각에 잠깃 듯한。
무언가를 포기한 듯한。
어느 쪽으로도 읽어낼 수 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떨쳐낸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는、왕국 기사단 부단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뭘 이제와서。그런건 알고있다」
최대한 정중한 말투로 신경쓴 결과가 이거。
「여러 전장에서、실로 많은 생명을 빼앗아왔습니다」
「…………」
모르겠다。
알프레드씨는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걸까。
하지만、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
알프레드씨는 은사니까。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한 존재니까。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이해하려고 필사적으로 사고를 회전시킨다。
「검이란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도구일 뿐입니다。중요한건 사용자의 마음。
갈고 닦은 검술로 무엇을 이룰 것인지、전부 검을 사용하는 자신에게 맡겨져있는 겁니다。
정의를 관철하는 것도、악을 행하는 것도。───부디、부디 그 사실을 잊지 마시길」
그렇게 말하고、알프레드씨는 머리를 깊이 숙였다。
정말 어쨌단 말인가。
모르겠다。
뭐라 말해야 좋을까。
일단 연습을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를……아니 무리다。
오만불손의 극치인 “루크”의 의식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 것은、이 1년동안 수없이 체험했다。
그럼 뭐라 해야。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렇지만」
그 틈을 찌르듯、알프레드씨의 말이 이어졌다。
두르고 있던 분위기를 확 바꾸고。
「비록 악으로 기울어져도、저는 루크님께서 무엇을 이루는지 보고싶다!!
미치도록 보고싶습니다!! 아아、역시 안된다。
이 욕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
……갑자기 뭐야!?!?
왜 그래 알프레드씨!!
눈빛이 완전 미쳤어!!
신사였던 알프레드씨는 어디로 사라진거야!?
내가 노력해서 이렇게 된거야!?
무슨 분기야 이건!?
「그렇기에、다음부터는 제가 전장에서 생명을 빼앗으며 터득한、상대를 죽이는 온갖 기술들을 가르쳐 드리고자 합니다。
그건 왕국의 유서 깊은 검술과는 완전히 다릅니다。하지만、반드시 승리에 일조 한다고 약속드립니다。
사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전장에 달려가、직접 그 공기를 맛봐주셨으면 합니다만……
아무래도 그건 주인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겠죠」
아니 진짜 뭐냐고!?
죽이는 기술!?
당신 11살 소년에게 뭘 가르치려는 거야!!
「───이건 지론이지만、아무리 더러운 짓을 하더라도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패배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호오」
알프레드씨의 갑작스러운 변모。
그것에 어쩔 수 없이 당황한 나였지만、그 말 만큼은 뇌리에 박혔다。
───『패배』
그 단어에는 무척 민감하다。
내가 아니다。
내 안에 있는 “루크”의 성질에게。
이 1년、나는 몇 번이나 패배를 경험했다。
몇 번이고。
모의전을 할 때마다 패배했다。
그래도、내 안의 자존심이 작아지는 일은 없었다。
두고봐라。
날 깔보지 마라。
그쪽은 내가 있을 장소다。
무조건 끌어내려 줄테다。
그런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그래서일까。
「크크크……아하하하하하핫!!」
웃음이 쏟아져 나온것은。
「그런가、그렇군。패배보다는 낫다。너의 생각은 옳다。무엇하나 틀리지 않았다。
───마지막에 이기기만 하면 되는거야」
「……!! 이 정도……이 정도일 줄이야……!!」
자연스레 말이 쏟아져 나왔다。
멈출 수 없었다。
「너도 예외는 아니다 알프레드。언제까지나 자신의 아래라고 생각하지 마라。난 반드시 너도 이긴다」
아아、아마도 이건 “루크”의、아니、이제 나의 본질이다。
분명 죽을 때까지 바꿀 수 없다。
방대한 자존심은 억제할 수 없으며、그 자존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이기는 수 밖에 없다。
평생 이겨나가는 수 밖에 없는거다。
나 참、귀찮은 인생이네。
정말 귀찮아。
하지만、그렇군。
그리 나쁜 것도 아니야。
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