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극히 오만한 악역 귀족의 소행

023 그가 그린 이야기。

야사카 2023. 1. 9. 09:32

미아는 눈이 번뜩 뜨였다。

졸음과 각성의 중간은 없고、눈을 뜨자마자 각성의 중추에 있었다。

다만 어제는 여러 일이 있어서、몸에는 여전히 피로감이 남아있다。

이 따듯한 진흙처럼 기분좋은 졸음에 빠져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단숨에 상반신을 일으키고、침대의 나무기둥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가슴에 살며시 손을 얹는다。

 

(……역시 변하지 않았어)

 

하룻밤、그녀의 의지가 변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행동하자。

결단이 늦고、기회를 놓치는건 어리석은 자가 하는 짓이니까。

미아의 마음은 정해졌다。

 

「…………」

 

그때、문득 뇌리에 루크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어제의 그가 『선인』이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겠지。

그것은 미아도 알고있다。



알고 있지만───어째선지 끌려버린다。



자기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감정。

그녀의 안쪽에서 루크의 말이 몇 번이나 반복된다。



『───나의 『말』이 되지 않겠나?』



알고있다。

이건 절대 귀기울이면 안되는 악마의 속삭임。 

혹시、자신은 속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루크의 언동이 선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녀도 알고있다。

 

하지만、

 

「……이미、무리야」

 

거스를 수 없다。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한 번 검은색으로 물든 것에 다른 색을 아무리 더해도 검은색인 것처럼。

그녀의 마음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미아는 재빨리 몸단장을 마쳤다。

대충한 것이 아니다。

행동 하나하나에 군더더기가 없으며、신속하게 행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거울 앞에 서서、머리카락을 브러쉬로 정리한다。

특히 앞머리를 꼼꼼히 다듬으면 완성이다。

 

미아는 문을 열었다。

루크의 방을 향해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점차 그 속도는 줄어들었다。

 

「뭐、뭐라고 말해야……」

 

감정이 무심코 소리로 나왔다。



그녀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 순간이다。



(바、바보 아니야 나는!? 이런 아침부터 남자의 방에 찾아가!? 게다가 당신의 『말』이 되겠습니다……라고!? 머리 이상하잖아!!)

 

미아는 비명 지르고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양손으로 뺨을 만져보니 유독 뜨겁다。

심장 고동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몸이 뜨거워지는 것에 반비례하여 머리는 확실히 차가워진다。

냉정하고 명료한 사고는、그녀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감정이 뒤죽박죽이다。

그럼에도、그녀는 반쯤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치만、이 기세를 살리지 않으면 영원히 말할 수 없을 거야……!)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침 식사 자리에서 마주쳐버리면 어떡해

그게 몇 배는 더 어색하잖아。

미아는 어거지로 자신을 긍정한다。

 

「…………응!」

 

한 걸음、내딛었다。

사슬이 묶인 발을 이끄는 것처럼 무겁다。

다시 한 번 멈춰버리면、이번에야말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아는 마력을 끌어올려、하나의 마법을 발동했다。



───『비행』



그 순간、그녀의 몸이 둥실 떠올랐고 가속했다。

어서 루크의 방에 가야해。

그 한마음으로 그녀는 복도를 날아간다。

 

여기가 기숙사고、아직 이른 아침이라 자고 있는 학생이 있다는 판단을 하지 못할정도로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우오오오오』라고 소리 질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그녀의 훌륭한 마법 기술도 맞물려서 순식간에 도착했다。

아니、도착하고야 말았다。

미아는 마법을 해제하고 문 앞에 섰다。

 

「…………후」

 

루크의 방은 바로 눈앞。

남은건 노크 뿐。

그 노크가 너무 어렵다。

미아는 스커트 자락을 꾹 쥐었다。

 

(가랏 미아! 이미 결정 했잖아! 자! 어서! ……으으)

 

이런 사고를 반복하며、그녀는 쌀쌀한 복도에 5분간 서 있었다。

 

깨달은 것이다。

어제의 서열전、자신이 어째서 패배했는가。

로이드는 강했다。

심플하게 실력차가 있었겠지。



하지만 가장 큰 패인은───마음의 나약함이다。



그런 자신을 바꾸고 싶어서 지금 여기 있는게 아닌가。

 

「……후우、후우。───좋아」

 

마음은 정해졌다。

몇 번 크게 심호흡한다。

그리고 미아는 천천히 손을 뻗어、살며시 노크했다。

 

노크하고 기다리는 시간。

그것은 미아에게、1초가 수십배로 늘아난 시간이었다。

 

이윽고 천천히 열리는 문。

작게 열린 문에서 한 명의 남자가 얼굴을 내민다。

 

루크다。

 

그걸 인식한 순간、미야의 마음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 어지러웠다。

심장 고동이 엄청나다。

당연히、지금 그녀에게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할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말해야만 한다고、몇 번이나 마음속에서 되풀이한 말을 한 것이다。

마치 원고라도 읽듯이。

 

「저기……될게。───루크의 『말』」

 

「…………」

 

루크는 아주 조금 눈이 뜨였다。

갖가지 상정외가 겹쳤기 때문이다。

더불어、노크 소리로 막 깨어났을 뿐이다。

사고가 흐릿하다。

 

이러한 이유로 루크는 몇 초간 입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미아가 그런 이유를 알 리 없다。

각오를 굳히고 찾아왔는데、루크에게서 대답이 없다。

마음속에 있는건 그것 뿐이다。

다시 한 번 미아의 고동이 빨라진다。

 

「───그런가」

 

겨우 대답이 돌아왔다。

 

「잘 결심했다。기쁘군」

 

「……아」

 


루크의 『기쁘다』는 말。

그것은 마약처럼 미아의 뇌를 침범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긍정해주는 듯한 고양이 전신을 관통했다。

 

이번에는 미아가 입을 떼지 못할 차례였다。

 

입만 뻐끔거릴 뿐、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뭐든 말해야 하는데。

어서 아무거나。



그런 생각에 잠겨있었는데───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미아」



여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미아가 이해하기도 전에、

루크에 의해 조금 열려있던 문이 제3자에 의해 활짝 열렸다。



「……하와와와와와」



미아의 사고는 거기서 완전히 정지했다。

봐버렸기 때문이다。



───전라의 앨리스를。



어째서 루크의 방에 있는가。

어째서 옷을 전혀 입고있지 않은가。

어째서 의기양양한 표정인가。



온갖 의문이 탁류처럼 밀려오고、더욱이 시야로 들어오는 충격적인 정보。

그것은、타인의 키스조차 부끄러워서 볼 수 없는 미아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선택했다。

의식을 놓는다는 선택지를。

털썩、하고 미아는 쓰러졌다。

 

앨리스에게는 부끄러움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미』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

보여서 부끄러운 부분은、그녀에게 무엇 하나 없는 것이다。

 

「……왜 나오는 거냐」

 

「그녀가 재밌는 말을 하니까、무심코」

 

루크는 한숨을 쉬고、미아를 이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

아침부터 몸을 움직여야하는 귀찮음을 한탄하며、미아를 부드럽게 껴안고 자신의 침대로 살며시 옮겼다。



++++++++++



───길버트령 도시『길버디아』



교역도시인 이곳은、밤에도 왕래도 많다。

온갖 나라의 상인과 모험자가 이 도시를 찾는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다들 바쁘지만、표정에는 보람과 활기가 있었다。

 

그곳에는、이 도시에서 사는 자라면 누구나 아는 호화롭고 장엄한 저택이 있다。

클로드의 저택이다。

 

그리고、남몰래 그 저택의 문이 열렸다。

안에서 나온 것은 4명의 남자다。

 

「발밑을 조심하시길」

 

먼저、이 저택의 집사인 알프레드。

 

「응、고마워」

 

「…………」

 

다음으로 요란드。

그리고 골드바라는 마법사단 단장이 뒤를 이었다。

 

「───크크」

 

마지막으로、길버트가 현 당주 클로드다。

 

알프레드는 요란드라는 남자가 찾아온 순간 생각했다。

이 남자는 『악』이라고。

심지어 그가 가장 혐오하는 종류의 『악』이라고。

 

하지만───

 

(───칫、기분 나쁘군)

 

그 혐오가 이제는 누그러져 있었다。

알프레드는 그 사실이 왠지 기분 나빴다。

 

그리고、요란드는 생각하고 있었다。

 

(쉬、쉬워……길버트공、너무 쉽단 말이지。처음에는 그렇게 경계 했으면서、

루크군 얘기를 꺼내자마자 물 흐르듯 이야기가 진행됐네)

 

요란드가 클로드를 찾아간 이유는、그가 『그날』그린 이야기를 실현시키기 위해서였다。



그것은───루크를 『왕』으로 만드는 이야기다。



(후후、루크군。내가 너에게 이기고있는 유일한 한가지、그것은 내가 너보다 조금 일찍 태어났다는 점이네)

 

루크는 학원에 구속되어 있으며、요란드에게는 어느정도 자유가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요란드는 『그날』처음、루크라는 자신 이상의 존재를 만났다。

그게、진정한 의미로 고독했던 그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얼마나 빛아 보였는지。

그 또한 루크에게 매료된 자다。



(너는───『왕』이 가장 어울려)



그리고、그것 뿐만이 아니다。

이 계획에는、요란드 자신이 루크의 『말』이 되어 곁에 있으려는 목적 또한 담겨 있다。

 

(학원을 졸업하기 전에 만들어 보일게。네가 나를 놓을 수 없는 『이유』를)

 

또한、클로드가 요란드의 계획에 가담하여 이 이야기는 더욱 가속했다。

그럼 클로드는 어째서 요란드에게 찬동했는가。

당연히、아버지로서 루크를 사랑하는 마음이 범상치 않다는 것 또한 요인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그것만이 아니다。

요란드의 이야기는 클로드가 품고있던 야망을 불러일으켰다。

루크가 태어나며 거품처럼 덧없이 사라졌던 야망이。

 

그것은 『왕위찬탈』이다。

 

젊었을 무렵、그는 자신이 왕에 어울린다는 오만한 야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요란드의 계획은 그걸 다시 일으켜 세웠다。

 

「네놈이 『무력』을、내가 『파벌』을 다진다。그렇겠지?」

 

「에에、그렇습니다。저는 마법 사단을 중심으로 루크군의 세력을 키우겠습니다。귀족의 통솔을 부탁할게요」

 

「네놈은 무능하다 들었다만。안목이 없는 자들의 헛소리였군」

 

「아하하、송구스럽네요。───그래서、3년동안 얼마나 가능할까요?」

 

요란드는 도전적인 표정을 지었다。

 

「크크、웃기지도 않는군。나를 누구라 생각하느냐。네놈이 뭘 상상하든、그 이상의 파벌을 만들어주마。

네놈이야말로 날 실망시키지 마라」

 

「에에、기대해 주세요。그럼、너무 오래 머물 수 없으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길버트공」

 

「아아、또 언제든지 오도록」

 

「감사드립니다」

 

요란드는 꾸벅꾸벅 머리를 숙이고、하늘로 날아올랐다。

골드바도 그를 뒤따랐다。

 

잠시 말없이 날았다、그리고───

 

「하하하하하핫!! 아아、바빠지겠어!!」

 

자신의 가슴속에 차오른 기쁨을 내뱉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무엇이든」

 

「응、너도 무척 바빠질 거야 골드바。마음의 준비를 해두도록」

 

「네!!」

 

골드바의 대답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고、기백과 각오가 담겨 있었다。

 

(루크군、나는 보고싶어。네가 왕이 되어 무엇을 이루는지。

마법력에 의존하여 인간지상주의를 내세우는 이 낡아빠진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어떻게 바꿀 것인지。

음ー、자유를 빼앗으면 혼날 것 같네ー。우수한 문관도 준비해야겠어。아아、미치도록 기대되네───)

 

앞으로 즐거운 일이 잔뜩 있을 미래를 생각하며、요란드는 순진무구한 아이처럼───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