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극히 오만한 악역 귀족의 소행

[서적화 결정] 028 마왕。

야사카 2023. 1. 13. 17:10

「허、허、허。신입생이 이 학원에서 배우기 시작한지 벌써 2개월인가。

재밌어질 무렵이구먼 블러드」

「할아범、악당같은 얼굴이라고」

「……학원장이라고 부르라는 말을 몇 번이나──」

「예 예 학원장님。나참、아무도 없으니까 상관없잖아」

 

여기는 학원장실。

우선 시선을 사로잡는건 두 개의 대조적인 그림이다。

한쪽은 자애의 빛에 휩싸여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다른 한쪽은 암담한 어둠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

전체적으로 호화현란한 것이 아니고、얼핏보면 검소한 느낌마저 있지만、이 공간에 걸맞은 품위가 있었다。

 

「올해는 특히나 1학년이 주목받고 있구먼」

「아아、벌써 『이명』이 붙은 녀석도 있고。아직 서열전을 한 두번 밖에 안했는데、꽤나 관심받고 있지」

「횟수는 관계없다。진정으로 재능있는 자는、사람을 끌어당기는 법이지。

나는、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구먼」

 

서열전은 국민에게 공개된다。

그렇기에 오락으로서의 측면이 있고、갖가지 이유로 인기를 얻는 학생이 나오는 것은 필연일 것이다。

그것이 힘이든、두뇌든、정열이든、인기를 획득한 학생에게는 언제부터인가 『이명』이 붙게되었다。

그리고、1학년이면서 이명이 붙은 상태로 다음 서열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학생도 있다。

 

──【얼음 여제】앨리스

 

──【창염의 짐승】로이드

 

──【작은 뇌신】미아

 

때로、커다란 힘은 사람을 매료시키고 열광시킨다。

1학년 한정으로 상위 서열이며、그들은 누가봐도 특별하다。

그것은 마법을 잘 모르는 자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지금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그들이 아니다。

 

「크크、『【용사】아벨』인가……좋은 이명이군」

 

블러드는 조용히 웃었다。그 표정에는、기쁨과 자랑스러움이 담겨 있다。

그래、서열 최하위에서 벗어난 아벨。그야말로 지금 가장 주목을 끄는 존재다。

 

앨리스、로이드、미아。

그들은 틀림없이 인재다。

하지만、이곳은 마법에 재능있는 자들이 모이는 아슬란 마법학원。

인재라면 어느때나 있고、관객들에게는 이미 익숙했다。

 

그런곳에 나타난 것이──아벨이다。

 

속성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알기쉬운 디스 어드밴티지。

강화 마법에 의한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검술이라는 지극히 심플한 힘。

이 학원에서는 거리가 먼、이단적인 신분。

좋든 나쁘든、아벨에게는 응원하고 싶어지는 요소가 가득했다。

 

국민이 관전하는 가운데 치루어진 아벨의 서열전은 한 번 뿐。

입시 때 얽혀다는 인연을 가진、휴고와의 일전이다。

속성 마법을 다루는 괴물에게 검 하나로 맞서는 그 모습은、마치──【용사】같았다。

 

결과、아벨은 첫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그의 인기는 폭발했다。

 

「속성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아벨군이 성과를 올려주지 않으면、조금 귀찮은 일이 되니까。

그런 의미에서도 다행이구먼」

「하아……정말 싫네、학원장님은。그런 빌어먹을 것도 생각해야 하니까」

「허、허。뭐든 익숙해지면 되는거야」

「그러냐。다만、좋은 일 뿐인 것도 아니지……뭐、이번만큼은 이해 못할 것도 없지만」

「……흠、전학 건인가。어쩔 수 없지。이 학원은 그걸로 됐어」

 

아벨의 승리는 한 가지 문제를 일으켰다。그것은、휴고의 전학이다。

아슬란 마법학원에 입학한 시점에서、많은 사람이 아벨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속성 마법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깔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

휴고도 그 중 한 명이다。

 

이 학원에서、위를 올려다보면 끝이 없다。그렇기에、자신보다 “아래”가 있다는 것은 마음의 안녕을 가져온다。

하지만、그 반동이 더욱 마음을 절망으로 물들인다。

이번 휴고의 전학은、아래라고 생각했던 자에게 패배한 절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뭐、이 학원으로 돌아올 찬스는 있다。노력하기 나름이지만」

「여전히 냉정하네。그래서、앞으로도 내가 아벨을 봐도 되겠어?」

「물론。너에게 맡기길 잘했다고 생각해」

「그거 다행이네」

「허、허。상당히 마음에 든 것 같잖아。빼앗으면 날뛸 것 같고 말이야」

「바보、아니라고! 기합 들어간 녀석이라 싫지 않을 뿐이다。

──그럼 난 이만! 한가하지 않다고 나는!」

 

블러드는 그렇게 말하고、문으로 향했다。

 

「그럼 또 보자고、할아범」

 

그런 말을 남기고、거칠게 문을 닫았다。

 

「허、허。블러드는 항상 기운차구먼。──아、그렇지。오늘 루크군의 서열전이 있었지。초 기대되는구먼〜♪」

 

++++++++++

 

「잘 봐라」

「응응! 엄청 잘 볼게!」

 

나는 아멜리아씨가 준비해둔 나무 조각을 집어들고、한 가지 마법을 발동했다。

 

──『어둠의 폭식』

 

순간、손바닥 위에 작은 어둠이 나타났다。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감각 뿐만 아니라、약간의 나른함이 찾아왔다。

현 시점에서는 이게 한계다。

하지만、이것은 이 2개월의 집대성。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 겨우 완성한 마법。어중간한 것이 아니다。

집어든 나무 조각을 어둠 속으로 떨어뜨렸다。

 

그러자──나무 조각은 천천히 어둠 속으로 삼켜지더니、마지막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래、나의 어둠 마법이 마력뿐만 아니라 물질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건 커다란 진보다。달성감이 차오르고、자연스레 웃음이 번졌다。

 

「──『어둠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이게 그 진실……전승은 사실이었어、사실이야아아아아아!! 

위험햇!! 정말 위험해 루크군!!」

「아、아아……」

 

예상은 했지만、아멜리아씨는 질릴 정도로 기뻐했다。……정말、질릴 정도로。

뭐、내가 이 마법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멜리아씨의 공이 크다。

의음어가 대부분인 가르침 때문에 인기가 바닥을 달리는 아멜리아씨의 수업、

『속성 마법학【응용】』으로 얻은 지식이 컸다。

 

「지금은 이게 고작이지만、머지않아──어이」

「───」

 

눈빛이 이상하기는 커녕、빛이 없다。

조용히 중얼거리며 무언가를 고속으로 메모하고 있다。입꼬리에 침을 흘리며。

해석의 폭이 넓다든가、타인에게 끼치는 영향이 어떻다든가、중얼거리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어이、듣고있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앗、미안。에헷、에헤헤헤헤……조금 흥분했네……」

「…………」

 

이 사람、터무니없이 우수하지만、뭐랄까……어딘가 고장났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쭉。

 

「그러고보니 루크군、오늘 서열전 아니야?」

「아아、시시한 상대다」

「……일단、상급생인데」

 

나의 학원 전체 서열은 47위。

각 학년마다 20명 정도인데、올해는 어째서 그 절반 뿐인가。

그렇게 합격 기준이 까다로운 것인가、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뭐 아무래도 좋아。

 

마법 연구가 일단락 되었기 때문에、슬슬 서열전이라도 해볼까 생각했지만……솔직히 별로 내키지 않는다。

상대의 정보는 이미 획득했다。애초에 그 녀석의 서열전을 직접 봤지만、특필할 것은 없다。

단순한 물 마법 사용자다。

상급생은 마법 그 자체보다、마법전에 익숙하다는 인상。

하지만、어둠 마법을 사용자인 나에게는 관계없다。

 

──재밌어 보이는 녀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에、어라!? 슬슬 시작 아니야!?」

「아아、이만 가보겠다」

「……그 여유、루크군답네。──응원할게! 저、절대로 보러 갈거야……에헤헤……」

「…………」

 

황홀하다는 표정의 아멜리아씨를 보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대체 어떤 감정으로 관전하는 것일까、라고。

순수한 응원 목적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

 

루크가 투기장에 입장하고、이어서 대전 상대인 2학년 폴폰이 입장한다。

단지 그것만으로、관객의 볼티지는 최고조에 달했다。

폭발적인 함성이 울려 퍼진다。

올해 1학년이 굉장하다는 소문은 널리 퍼져 있었고、그 1학년의 톱인 루크에 대한 기대는 점점 거대해졌다。

그리고、드디어 그의 서열전이 열린 것이다。이 열광의 소용돌이는 당연한 것。

 

「……너의 소문은 들었어。어둠 마법을 사용하는 괴물이라고 말야。이미 상급생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어」

「그런가」

「…………읏」

 

루크의 대답은 그것 뿐이였다。타인을 깔보는 감정을 일체 숨기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자신을 적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그 태도에、폴폰이 짜증내는 것도 당연했다。

 

(……역시 어린애 같은 외모다。정말 연상인가? 그건 그렇고、뭔가 걸리는군。

어디선가 만났던 것 같은 기분……탓인가)

 

폴폰의 짜증을 아랑곳하지 않고、루크가 생각하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나는……나는 질 수 없어!! 질 수 없는 거야!! 이긴다!! 어떻게든 이긴다!!」

「…………」

 

폴폰의 기백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그 귀기어린 모습은、아주 조금 루크의 감정을 흔들었다。

 

(……기합 굉장하네)

 

하지만、그게 전부다。그 이상의 감정은 없고、그저 담담하게 승리를 위한 사고를 돌린다。

모든 상황을 상정하고、어떤식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둘 것인가。

루크의 생각은 그것 뿐이다。

 

양자가 거리를 벌리고、때를 기다린다。

하지만、그 모습은 무척 대조적이다。

한쪽은 죽일듯이 상대를 노려보고、한쪽은 그것을 비웃듯이 옅은 미소를 띄우고 있다。

루크가 검을、폴폰은 지팡이를 겨눈다。

회장의 기대감은 끝없이 부풀어 올르고、그렇게──

 

「──시작!!」

 

드디어 싸움이 개시되었다。

순간、하나의 마법이 발동된다。

그건 루크에 의한 것이 아니다。

 

──『비행』

 

좋은 숙련도군、루크는 공중에 떠오른 폴폰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첫수로『비행마법』。그게 이미 정석인 것은 알고 있다。──크크、나도 날아볼까? 네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폴폰은 곧장 마력을 정돈하며、다음 마법 발동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이번에는 루크의 차례였다。

 

──『어둠의 날개』

 

루크의 등에 검은 날개가 나타났다。

폴폰은 그 진기한 광경에 일순간 시선을 빼앗겼고、마법 발동이 지연됐다。

──그것은、루크에게 커다란 빈틈으로 작용한다。

 

펄럭였다。

 

「……핫」

 

단 한 번、날개를 펄럭였다。폴폰이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그거 뿐이다。

어느샌가 폴폰의 눈앞에、잡아 찢은듯한 미소를 머금은 루크가 있었다。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커헛」

 

오른쪽 뺨에 강렬한 충격。

맞았다고 인식할 틈도 없이 폴폰은 추락하여、그대로 지면에 격돌했다。

전신에 격통이 내달린다。

 

그럼에도 폴폰은 의식을 유지했다。

질까보냐、어떻게든 이긴다。

그것은 승리에 대한 끝없는 집념이다。

 

「받아라!!」

 

──『수룡왕』

 

루크에게 평범한 마법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폴폰은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발동한、자신의 최강 마법。

물로 생성된 용왕은 하늘로 치솟는다。적을 짓누르기 위해。

 

「……호오、좋은 마법이군」

 

자신의 몇 배나 되는 용왕이 육박해도、루크의 미소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을 채우는 것은、자신의 상상을 넘어선 마법에 대한 환희다。

 

──『검은 태양』

 

루크의 손바닥 위에 생성된、작고 시커먼 태양。그것은、너무나도 허무하게 용왕을 집어삼켰다。

 

「……뭐、야……그건……」

「크크、좋은 표정이다」

 

폴폰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끓어 오르던 투지、그리고 집념。

그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은、루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유열을 안겨주었다。

 

「어디보자──」

 

검은 태양이 돌연 사라졌다。

루크는 다음 마법을 발동한다。그것은、폴폰을 더욱 깊은 절망에 빠뜨린다。

 

──『수룡왕』

 

「…………」

 

수룡왕이 나타났다。

말없이、그저 망연자실하게 입을 벌리는 폴폰。

 

(어라、이상하잖아……내 마법인데、나보다──)

 

하지만、그의 절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암룡왕』

 

심지어、암룡왕까지 나타났다。

틀렸어、싸우려고 생각한 것부터 틀렸던거야。

마음이 어둡게 요동치며、폴폰의 전의는 티끌만큼도 남지 않았다。

 

「핫……하하……하……」

 

폴폰은 허무한 목소리를 내뱉었다。그리고、오만한 미소와 함께 내질러진 두 마리의 용왕。

 

「아하하하하하하하!!」

 

폴폰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조용히 눈을 감았다。

진심으로 즐거운 듯한 루크의 웃음소리만이、그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울려 퍼졌다──。



++++++++++



희소 속성이기 때문에、국민에게 『어둠 마법』은 생소한 것이다。

그렇기에、그 자리에서 누구나 떠올린 이미지가 이명이 되었다。

 

──『마왕』

 

이날을 기점으로、루크의 강대한 힘에 매료된 열광적인 팬이 가속도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루크를 왕으로 만든다는 요란드의 계획을 의도치 않게 뒷받침해  버린다。

아니、요란드에게는 그것마저 계획의 일부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