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일단 집에 돌아가고, 어두워진 후에 류이치는 시즈나의 집 근처로 향했다
「아, 시시도군 !」
「나와서 기다린거야 ?」
「응, 좀 설레서」
지금 가려는 장소는 고등학생이 가기에는 너무 이른 장소이다
하물며 시즈나 같은 성실한 여자가 갈만한 장소는 더욱 아니다
여기까지 왔지만 류이치는 역시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즈나는 똑바로 류이치의 눈을 바라보고 있다
절대로 거절하지 마라, 무조건 따라간다 그런 눈을 하고 있다
「...... 하아」
「후훗 ♪ 포기해 시시도군」
크게 한숨을 쉬는 류이치지만 시즈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 ?」
거기서 시즈나는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소헤이군 ......」
「소꿉친구냐 ?」
「응, 답장은 돌아와서 할게, 가자 시시도군」
「오, 오우 ......」
소꿉친구로부터의 연락인데 너무 차가운거 아닌가 류이치는 그렇게 생각했다
만화에서 그려진 것은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므로
어떻게 시즈나와 소헤이가 사귀게 되는지는 단편적으로밖에 이야기되지 않았다
(...... 애초에 내가 이렇게 린도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부터가 말이 안되지)
빼앗는 쪽과 빼앗기는 쪽, 그것이 본래의 세계선이다
지금의 류이치는 몸의 관계로부터 시작하는 협박을 가할 생각이 없다
그보다는 이 세계는 제대로 현실로서 기능하고 있다
협박하는 것도 그렇지만 강간한 시점에서 류이치는 그대로 철창행이다
「체포되는건 싫으니까」
「에 ? 뭔가 나쁜 짓이라도 했어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즈나는 류이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 할지도 모르는 세계가 있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중심에 시즈나가 있다고는 그녀 자신도 생각 못하겠지
「저기, 린도」
「응 ?」
「만약 누군가가 너를 덮치면 어떻게 할래 ?」
「에 ? 바로 경찰에 연락 하겠지 ?」
「...... 그렇지, 그게 보통이지, 착한아이다」
「...... 무슨 소리야」
류이치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애당초 그런 장르의 만화는 주인공도 여주인공도 사고정지에 빠지는 것이 대부분이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누구에게도 상의하지 않는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보통, 그런 당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시즈나를 보고 류이치는 감동에 끄덕끄덕 거렸다
「...... 저, 시시도군」
「앙 ?」
그렇게 류이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였다
빤히 쳐다보는 시즈나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덮쳐지면 ...... 그때는 도와 줄거야 ?」
「……………」
본래 너를 덮치는 존재가 나인데 ...... 이렇게 말할 수 없다
귀찮다고 얼버무려도 시즈나는 웃어 넘길 것이다
하지만, 기대에 가득찬 눈망울로 바라보는 그녀를 보면 ......
여기서 얼버무리면 눈치 없는 놈이겠네 하며 류이치는 쓴웃음을 지었다
「뭐, 도울 수 있는 상황이면」
이것이 무난한 대답일 것이다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류이치는 걷기 시작했다
이내 시즈나가 나란히 서서 지금까지 본 어떤 미소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응, 고마워 시시도군♪」
그 웃는 얼굴에 류이치도 피식 웃었다
그리고 둘이서 거리를 걸어 목적의 바는 금방이었다
「...... 이곳이」
「아아, 수상한 느낌이지만 바라는건 다 이런거야」
이미 주변은 어둡고 호객꾼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그중에는 당연히 류이치의 아는 사람도 있고 눈짓해 오는 사람도 있고 손을 흔들어 오는 사람도 있다
정장을 입은 남성이거나 아슬아슬한 옷을 입은 여성이거나 하는 등 다양하다
「자, 들어가자」
「어, 으응 ......」
조금 겁에 질린 것 같지만, 류이치가 있으면 무서울게 없다는듯, 류이치에게 몸을 딱 붙이고 걷기 시작했다
지하로 내려가듯 계단을 내려가자 하나의 문이 눈에 들어왔다
이 안쪽이 밤의 낙원 입구, 류이치에게는 익숙한 장소이자 시즈나에게는 처음 오는 장소다
「적당히 사람이 있네」
「...... 여기가 단골 바구나」
안으로 들어서자 약간의 시끌벅적함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당연히 안에 있는 것은 전부 어른이고 두 사람 같은 고등학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여러 연령대의 남자가 시즈나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류이치가 살짝 노려보기만 해도 그들은 시선을 휙 돌렸다
「반절은 내가 데리고온 느낌이니까, 뭐 안심해, 책임지고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을테니」
「아 ...... 응」
류이치의 말에 시즈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이 보이지 않아 류이치는 알 수 없다
그녀는 류이치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결코 놓지 않았다
그대로 둘은 카운터로 향한다
그러자 엄숙한 얼굴을 한 남성이 류이치와 시즈나에게 눈을 돌렸다
「오우 점장, 오랜만」
그래, 이 사람이야말로 이 바를 운영하는 점장
그는 류이치의 모습에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 또한 인사 같은거다
그리고 다음에 시즈나에게 눈을 돌려 언젠가처럼 비슷한 말을 했다
「아가씨, 쓴소리 안할테니까 지금 당장 돌아가, 그 녀석이 어떤놈인지 알고있겠지 ?」
「알고있지만 괜찮아요, 저는 제 의지로 시시도군을 따라왔으니까」
「흐 ~ 응 ? 그럼 됐어, 안쪽은 비어있으니까 마음대로 사용하고」
아니 사용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류이치는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별로 그런 일을 하려고 온 게 아니라고 전했고, 둘이서 밥을 먹으러 왔다고 전하자 점장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너, 뭔가 변했나 ?」
「점장도 그렇게 말하네」
「뭔가 독기가 빠진듯한 ...... 뭐 됐어, 손님으로 왔다면 대접할 뿐이다, 아가씨도 조금만 기다려」
「네 감사합니다」
확실히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가게지만 기본적인건 여타 음식점과 다를게 없다
밀회가 가능한 안쪽 방의 존재는 류이치를 포함해 한정된 사람밖에 모른다
「...... 뭐랄까, 어른스러운 분위기에 아늑함이 느껴지네」
「오, 그걸 느끼다니, 나쁜아이의 재능이 있네 린도」
「무슨 소리야, 여기 앉은 시점에서 류이치군과 같은 나쁜아이지」
그건 그러네 하고 류이치는 웃었다
그리고 점장이 솜씨를 살려 만든 요리가 차려졌다
고급 음식스러운 비주얼에 시즈나는 조금 압도당했지만 이내 그 맛에 사로잡혔다
「맛있지, 특히 이 무니에르라던가」
「응, 이 스프도 맛있고」
「하하, 보는 눈이 있는 아가씨네, 그나저나 이런 착한 아가씨가 류이치를 남자친구 삼다니 ?」
점장의 기습공격에 시즈나가 사레들렸다
「아니야 ?」
「아니라고, 그냥 같은 반 친구다」
그냥 같은 반 친구, 그 말을 듣고 시즈나는 조금 울컥했지만 일단은 목을 축이는걸 우선시했다
시즈나가 침착할 무렵 그녀도 얼굴을 붉히며 정정했다
「그가 말한대로 연인 관계는 ...... 아니에요」
「호오 ? 뭐 됐나」
킥킥 웃은 점장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것은 류이치도 시즈나도 알 수 없었다
「괜찮아 ? 콧구멍으로 밥알 같은거 안나왔어 ?」
「안나왔어 ! !」
한창때의 소녀가 그런 모습을 드러낸다면 큰일이다, 당장 소녀의 칭호가 박탈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한 여성 손님이 나타났다
「앙 ?」
「어 ......」
놀라는 두 사람의 시선을 받은 그 여성도 시선을 돌려왔다
「...... 에 ?」
류이치와 시즈나, 두 사람을 차례로 보고 여성은 눈을 크게 떴다
「어, 엄마 ...... ?」
「...... 시즈나 ? 왜 여기에 ...... 게다가」
나타난 여성은 시즈나에게도, 그리고 류이치에게도 모르는 상대가 아니다
그녀는 시즈나의 어머니이자 얼마전에 류이치와 하룻밤 몸을 섞은 상대였다
「...... 엄마 ! ?」
당연히 류이치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놀람과 동시에 그의 뇌는 순식간에 답을 이끌어냈다 ―― 이 상황, 최악으로 안좋은 상황이 아닌가
역시 신은 잔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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