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가 휘두르는 몸집만한 대검은 손쉽게 목조건물을 파괴했다
대검은 더글라스의 힘에 의해 엄청난 속도를 부여받는다
무게와 속도를 겸비한 대검의 일격을 받고 견딜 수 있는 물건은 이 마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일격을 몸을 숙여 피한 지크는 눈앞에 있는 더글라스의 배를 공격하지 않고
옆으로 뛰쳐나와 거리를 두는 것을 택했다
몸을 허공에 내던진 한순간의 시간에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긴 지크는
이쪽으로 돌아서는 더글라스의 미간을 향해 화살을 쏜다
붉은 성성이 같은 짐승마저 꿰뚫는 화살의 정밀하게 날아간다
조금도 어긋나지 않고 의도대로 날아가는 화살
눈을 부릅뜬 더글라스는 미간을 향해 날아드는 화살을 시선에 포착하고 상단 자세를 잡는다
상단에 자리 잡은 대검을 더글라스의 파괴력에 걸맞지 않은 정밀함으로,
자신의 한가운데를 쪼개듯 똑바로 대검을 내리쳤다
어둡고 하얀 밤을 불꽃이 비춘다
짐승을 관통하는 화살과 대검의 충돌은 화살의 패배로 끝났다
아무리 짐승을 관통하는 위력을 지닌 화살이라지만 더글라스가 가진 대검과는 무게가 다르다
속도에서는 화살이 더 위라고는 하지만 너무 가벼웠다
지크의 화살을 내리친 더글러스는 초중량 대검을 지탱하기에 걸맞는 각력으로 지크 쪽으로 질주한다
반면 지크는 이미 제2, 제3의 화살을 쐈지만 더글라스는 대검을 정면에 세우고 돌진함으로써 튕겨낸다
방벽에서 이루어졌던 공방과 똑같은 광경에, 지크는 표정을 죽이고 다시한번 회피에 전념한다
지크 앞에서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고 급제동을 건 더글러스는 대검을 횡으로 휘두른다
지크는 그것을 뒤로 쓰러지듯, 몸을 틀어 코끝을 스치며 대검을 피했다
일격을 회피당한 더글러스의 공격은 아직 계속된다
더글러스는 무거운 대검의 헛스윙을 근력으로 공중에서 탁 멈춘다
그 모습은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지 않은 듯 부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지면을 도려내며 버티는 더글러스의 발이 이 또한 물리법칙에 준거한 움직임이라는 증거가 되고 있다
더글러스의 이격은, 간격 밖으로 도망친 지크를 한 발짝 쫓음으로써 다시금 범위안에 포착하고 있다
지크에게는 한 발 더 뛰어서 더글러스 간격 밖으로 도망칠 시간이 없다
지크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화살을 뒤로 백스텝을 하고 있는 자세에서 치켜들어, 다가오는 더글라스 대검에 맞춘다
지크를 두동강내려는 대검의 측면에 부딪힌 화살은, 속도가 오른 대검을 흘릴 정도의 무게는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더글러스의 대검은 변함없이 지크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지크는 신경쓰지않고 화살을 더글라스의 대검을 아래에서 계속 들어올렸다
「아깝군, 왜 검을 선택하지 않은거지 ?」
피할 수도, 흘릴 수도 없는 더글라스 대검은 허공을 가른다
지크가 치켜든 화살은 대검을 젖히지는 못했지만
대신 더 가벼운 지크 자신을 반작용의 힘이 대검 아래 방향으로 밀고 있었다
더글러스는 지금의 공방에 놀랐고, 감탄했다
단련을 쌓은 남자의 초인적인 근력이 있으면 화살이라는 막대기 하나로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일은 쉬운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근력을 지녔다고는 해도, 더글라스의 대검 공격을 앞에두고,
측면에서 불안정한 자세로 화살로 밀어내는 기량과 반사신경을 가진 사람은 적다.
아니,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더글러스의 오랜 싸움 경험칙으로 판단, 지금의 일격으로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글러스는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은 지크를 칭찬하며 방금전의 질문을 한것이다
「안되려나 ?」
「거리를 벌린다 해도 일격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후퇴하는 너를 전진하는 내가 따라잡지 못할 리 없다」
거리를 두는 지크에게 더글라스는 이번에는 거리를 좁히지 않고 말한다
「그렇기에 너는 방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칫 잘못하면 너의 화살은 나를 꿰뚫고 있었다.
만약 네가 검으로」
말하는 더글러스 옆을 지크의 화살이 지나갔다
전사와 전사의 싸움은 자부심을 건 것이다
지크도 전사들과의 정정당당한 싸움이라면 싸움 도중이라 해도 귀를 기울였을거다
하지만 이 싸움은 도적과의 싸움이다
지크는 제대로 대화할 생각이 없었고 공격이 느슨해진 순간을 노려 화살을 쐈다
「하지만 ...... 이거라면 ......」
지크가 쏜 화살은 더글라스에서 머리 세 개분 정도 어긋나있었다
정확 무쌍한 지크답지 않게 빗나갔다
「손이 닿겠지 ?」
화살을 빗나갔음에도 일상 대화처럼 조용히 말하는 지크의 말뜻은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온 것으로 더글라스는 이해했다
더글라스의 귀에 들려온 비명 소리는 자신의 여자 중 한명인 도적의 목소리였다
더글라스가 돌아보니, 떨어진 곳에서 수렵중 여자위에 올라탄 여자 도적이
화살이 박힌 팔을 억누르며 통증에 신음하고 있다
「네놈 ...... 집중해라 !」
화를 내는 더글라스
그 분노는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인가, 자신의 여자가 상처입은 것에 대한 것인가
지크에게는 관심없는 일이다
지크의 눈에는 이 전장의 모든 것이 보였다
누가 어떤 상대와 몇 명이 싸우고 있는지
유리한가 불리한가
시야의 끄트머리에 들어온 작은 정보도 뇌에서 처리하고 머릿속에서 부감도를 갱신해나간다
지크는 더글러스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항상 전황을 파악했다
물론 더글러스도 지크가 도적들을 노리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고 움직이고 있지만
지크의 탁월한 위치 선정탓에 도적을 노리는 틈을 만들어 낸다
더글러스라는 동격의 상대를 앞에 두고 그것을 계속하는 것이 얼만큼의 집중력이 필요한것인가
「하고 있어 ...... 더할 나위 없이」
지크는 결코 방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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