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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즈나는 무슨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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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가 기억을 되찾은지 며칠이 지났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  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빈번히 시즈나가 말을 걸어오게 된 것이다

 

 

류이치가 먼저 말을 거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 차이를 메우듯이 시즈나가 다가오는 것이다

 

교실에 들어온 류이치를 보고 시즈나는 곧바로 다가와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이런 자신에게 얽혀도 좋을 일이 없는데 하고 한숨을 내쉬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 복도 모퉁이에서 시즈나를 포함한 반 친구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시즈나, 너 시시도군한테 뭔가 당했어 ?」

 

「왜 그렇게 생각해 ?」

 

「아니 그치만 요즘 이상하잖아, 여태 이야기도 안했는데 네가 먼저 다가가고 ...... 수상하잖아 ?」

 

 

본인에게 결코 들리지 않는 곳에서 해줬으면 그런 생각을 하고 류이치는 쓴웃음을 짓는다

 

귀찮지만 조금 상대해줄까, 그렇게 생각한 류이치였지만 곧바로 발을 멈췄다

 

시즈나의 진지한 음성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뭔가 당한적 없어,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써 시시도군을 대하고 있을뿐이야

확실히 그에게 여러 소문이 있고 본인도 부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런걸로 멀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같은 반 친구고, 게다가 ...... 으음, 아무튼 ――」

 

 

 

그 후로도 시즈나는 류이치에 관한것을 필사적으로 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녀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시즈나를 구한 것, 꽃병의 물을 바꾼 것, 알고있는건 시즈나뿐이기 때문이다

 

 

 

「뭐, 여기서 계속 기다리는것도 뭐하네」

 

 

 

머리를 긁은 류이치는 모퉁이에서 몸을 내밀었다

몸을 돌리고있던 시즈나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쪽을 향해있던 친구들은 류이치를 발견했다

 

 

 

「아 ...... 시시도」

 

「에 ?」

 

 

 

시즈나가 휙 돌아보았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류이치를 바라봤지만 류이치에게는 그 표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본래 그녀가 류이치를 향해 지어야할 표정에는 혐오감이 가득 담겨 있어야 하니까

 

 

사실 류이치는 그때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겉으로만 NTR이고,
사실은 지금처럼 시즈나는 류이치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고, 시즈나는 정말로 류이치를 싫어하는 것이 틀림없다

 

즉, 지금 이 단계에서 이미 본래의 루트를 조금 벗어난 것이다

 

 

 

「시시도군, 화장실 다녀오는길 ?」

 

「그래, 대화 소리가 들려와서, 얼굴 내밀기 어려워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류이치가 시선을 돌리자 그녀들은 어색한 듯 고개를 숙였다

 

노려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움찔하는 그 모습에 류이치는 한숨을 내쉰다

 

 

 

「화난것도 노려본것도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머리를 까맣게 염색하고 피어싱도 빼면 무서워하지 말아줄래 ? 」

 

「에 ? ...... 으~음, 어떠려나」

 

「시시도가 흑발이라니 안어울리잖아」

 

「...... 직설적이네」

 

 

 

하지만 그녀들의 경계는 조금 풀린 것 같다

아직도 두려움이 조금 남아있는거 같지만

 

직접 대화를 해보니 류이치의 변화에 대해 좋은 의미로 받아드리는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관여하지 않을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린도도 평소대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말해도 시시도군을 알아 버렸는걸, 나 너랑 얘기하는거 무척 재밌는데 ?」

 

「진심이냐, 취향이 특이한데 ?」

 

「그런가 ?」

 

 

 

호흡이 잘 맞는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있던 친구들도 함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렇게 시즈나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느껴지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왜그래 ?」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는 시즈나지만,  그 원인이 그녀에게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뭔가, 인상이 다르네」

 

「응, 그리고 무섭지만 잘생겼고」

 

「이제와서 눈치채도 늦었다고 ?」

 

「아하핫, 잘도 지껄이는 나르시스트네」

 

「……………」

 

「후훗 !」

 

 

 

방금 전까지의 분위기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태까지 타인을 깔보듯, 위압하듯, 그리고 여자에게는 품평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왔던 류이치가

 

이리저리 표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신기함과 맞물려 류이치라는 인간의 변화를 보여주는 결과가 되었다

 

 

 

「먼저 돌아갈게 ~」

 

「응」

 

 

 

시즈나를 두고 친구들은 떠났다

....... 너는 왜 안가냐 ? 그런 의미를 담은 시선을 보내자 시즈나는 웃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않아도 되잖아」

 

「...... 요즘, 너는 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거냐 ?」

 

 

 

솔직한 질문이었다

설마 직설적으로 물어볼 줄은 몰랐는지 시즈나는 조금 놀랐다

 

잠시 후 류이치를 바라보며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여태 몰랐던 시시도군을 알게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알고 싶어진것 같아」

 

「....... 모르겠다」

 

 

전혀 몰랐다

시즈나는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그것 또한 몰랐던 그녀의 새로운 표정을 알게된 순간이었다

 

그 표정을 보고 살짝 미소짓는 류이치, 그런 류이치를 보고 시즈나 또한 즐거운듯 웃었다

 

 

 

「슬슬 돌아가자고, 수업에 늦으면 안되니까」

 

「그런 대사 정말 안어울리네」

 

「시꺼」

 

 

 

시즈나와의 대화를 싫다고 느끼진 않았다

그리고, 더욱 류이치에 대해 알려지게 되는 일이 방과 후에 일어났다

 

 

 

「시시도군 ?」

 

「...... 정말 자주 만나네」

 

 

 

지그시 눈을 돌리는 류이치에게 시즈나는 우연이라며 웃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상가, 서로 저녁거리를 사러온거같다

류이치의 경우 저녁이라고 해도 컵라면을 샀을 뿐이지만

 

당연히 그것은 시즈나도 볼 수 있었다

 

 

 

「컵라면 밖에 없네 ?」

 

「컵라면을 무시하지마, 맛있다고 ?」

 

「무시하지 않았고 맛있는것도 알고있어」

 

 

 

물을 붓고 3분만에 맛있는 식사가 완성된다

 

인류의 지혜와 기술은 대단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류이치는 컵라면을 자주 먹고있었다

 

하지만 이 컵라면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시시도군은 평소에 뭘 먹어 ?」

 

「컵라면」

 

「그래 그래 컵 ...... 응 ?」

 

 

 

어이없다는듯 시즈나가 입을 쩍 벌렸다

무슨일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류이치를 보며 시즈나는 말을 이었다

 

 

 

「밤에 컵라면이라니 ...... 먹지 말라고는 안하겠지만, 몸에 안좋잖아 ?」

 

「안좋지만 몇년간 계속 먹고 있고 」

 

「몇 년 ......」

 

「나는 부모도 없고 자취 생활이라 요리를 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이렇게 되는거야」

 

「...... 에 ?」

 

 

 

말을 내뱉고나서 류이치는 후회했다

컵라면에 관해서 설명 하다보니 무심코 꺼내지 않아도될 부모 얘기까지 꺼내버렸다

 

류이치 본인은 신경쓰지 않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얘기가 아니다

 

 

 

「미안, 쓸데없는걸 얘기했네」

 

「으으응 ......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지도 않잖아 하고 류이치는 쓴웃음을 지었다

 

부모가 없다는 사실과 그것을 본인이 설명하게 만들어버린 것에 슬픔을 느껴주는 것 같다

 

류이치는 무심코 시즈나의 머리에 손을 뻗으려고 하다가 ......  어깨에 손을 톡 얹었다

 

 

 

「그런 표정 짓지마, 예쁜 얼굴이 엉망이잖아, 웃어」

 

「시 ...... 시시도군」

 

 

 

역시나 히로인 이라고 해야할까, 시즈나는 마음씨 착한 여자다

오늘의 만남은 대수롭지 않은 우연, 그저 그걸로 끝날 것이었다

 

그러나 떠나려던 류이치의 손을 시즈나가 붙잡았다

 

 

 

「잠깐」

 

「응 ?」

 

 

 

뭔가를 결정한 듯 진지한 눈빛의 그녀는 이렇게 제안하는 것이었다

 

 

 

「밥 만들어줄게, 지금 당장 시시도군 집에서」

 

 

 

류이치의 대답은 신속했다

 

 

 

「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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