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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작은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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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류이치에게 집근처까지 배웅받은 시즈나는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현관이 닫히기 전 한 번 돌아봤지만 당연히 그의 모습은 없다

 

애당초 집이 보이는 단계에서 헤어졌으므로 그도 이제 등을 돌리고 돌아가고 있을것이다

 

 

 

「...... 시시도군」

 

 

 

그 이름을 입에 담아보니 형용할 수 없는 따뜻함이 마음을 감싼다


얼마전 거리에서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이런 마음을 품을 일도 없었을거다

 

류이치라는 존재는 같은 반이기도 하고 소문으로도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성실한 시즈나이기 때문에 절대로 연관될 일 없는 같은반 남학생이라는 인식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대화를 나누어본 류이치는 소문과는 사뭇 달랐다

 

물론 소문은 본인이 부정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신뢰할 수 있는 같은반 친구로 인식이 바뀌었다

 

 

 

「...... 오늘, 즐거웠어」

 

 

 

방금 전까지의 일을 생각하니 무심코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나 자신도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버려둘 수 없었던거다

 

집에서 혼자 컵라면을 혼자 먹는 모습을 상상하니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었다

 

 

 

「...... 도대체 뭘까, 이 기분은」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않는 눈치였고 결코 동정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류이치를 위해 뭔가 하고 싶었다

 

그때 도와준 감사의 의미도 있었지만 ......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커다란 팔이였지, 엄청 강했고 ♪」

 

 

 

류이치의 팔에 안겼을 때 시즈나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두근거림을 맛봤다

 

어디까지나 장난임을 알고 있었기에 류이치에게 안긴 것으로 오히려 안심감을 얻었을 정도다

 

 

시즈나는 양손으로 볼을 감쌌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져 있고 심장 소리도 들릴 정도로 크게 뛰고 있다

 

팔에 안긴 감각이 떠나질 않았고 먹어볼까 하고 귓가에 속삭였던 것도 선명하게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 뭐야 ..... 대체 뭐야?」

 

 

 

두근거림이 가라앉지 않고 여태 느껴본적 없는 감정에 시즈나는 당황했다

 

그와 동시에 시즈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 방금전도 그전에도, 류이치에게 팔이 잡혀 끌려갔을때

 

시즈나가 전혀 저항하지 않았던 이유 ...... 그에게 무슨 짓을 당해도 상관없다

 

조금이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깨달아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이 있다

자신의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그것」 을

 

 

 

「뭐해 ?」

 

「앗 ! ?」

 

 

 

생각에 푹 빠져있었는지 엄마의 접근을 시즈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어이없다는듯한 시선을 보내오는 엄마의 모습에 부끄러워 이내 신발을 벗고 집으로 올라갔다

 

 

 

「미안해 엄마, 갑자기 볼일이 생겨서」

 

「괜찮아, 갑작스러워서 놀랐지만, 시즈나의 그런 필사적인 목소리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후후, 상대는 누구일까 ?」

 

「치 ..... 친구」

 

「뭐, 그런걸로 해둘게」

 

 

 

전부 알고 있다는 듯 말 듯한 엄마의 모습에 시즈나는 뺨을 붉혔다

시즈나의 모친 ―― 사키에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성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움을 곁들인 시즈나의 모습 이라고 설명하면 딱맞을 것이다

 

동안인 덕분에 시즈나와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면 자매로 오해받을 정도다

 

 

직장에서도 수많은 남자가 말을 걸어오지만 사키에는 전혀 흥미가 없는지 

 

전부 거절하고 있다고 들었다

 

 

(...... 아빠가 돌아가신지 꽤 되었고, 엄마도 새로운 인생을 살아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시즈나의 아빠이자 사키에의 남편은 이미 타계했다

재혼에 관해서는 좀 복잡한 생각이 들지만 어느 정도 결단하고 있던 것도 분명하다

 

뭐, 사키에에게 그런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즈나의 생각이 너무 앞서나간 것이지만

 

 

 

「엄마, 슬슬 씻고 올게」

 

「그래, 목욕물은 받아놨어」

 

「알았어」

 

 

 

시즈나는 욕실로 향했다

부모가 주신 소중한 몸, 언제나 깨끗하고 이쁘게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다

 

피부도 머리카락도, 다른 여러 가지 부품의 손질도 결코 게으르게 하는 일은 없다

 

목욕을 마치고 사랑스러운 핑크빛 복슬복슬한 잠옷에 몸을 감싼 시즈나는 침대에 누웠다

 

 

 

「...... 하아」

 

 

 

류이치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그것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 또 보자, 라고 말해줬지 에헤헷♪」

 

 

또 보자, 그렇게 말하며 수줍어하는 류이치의 표정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체격이 좋은데 솔직하지 못한 어린애 같은 허세를 느낀 것이다

 

불량배니 악마니 그런 말이 들려와도 류이치에 대해 알면 알수록 시즈나는 그에대해 더욱 알고싶어졌다

 

 

 

「시시도군 ......」

 

 

그 두터운 팔에 안긴 것을 상상하니 몸이 뜨거워졌다

 

남성에게는 없는 여성만의 상징 

 

시즈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곳에 손을 뻗어 만지기 시작했다

 

흠칫 떨리는 몸, 약간 딱딱해진 그것을 느꼈을 때 시즈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 내가 무슨 .....」

 

 

 

당황스러웠지만 ...... 물론 싫지는 않았다

머릿속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몸은 솔직했는지 이번에는 잠옷 안으로 손을 뻗는다 ......

 

그때 시즈나의 스마트폰이 떨렸다

 

 

 

「...... 소헤이군 ?」

 

 

 

어렸을적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에게서 온 전화였다


이상해지기 전에 전화 해줘서 다행이라 감정과 동시에 

 

타이밍이 안좋았다고도 생각해버리는, 두 감정 사이에 끼인 시즈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안녕, 시즈나』

 

「안녕 소헤이군, 무슨 일이야 ?」

 

 

 

그와 통화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소꿉친구이기 때문에 직접 대화를 주고 받는 일도 많으며, 전화도 문자도 나름대로 주고받는다

 

 

(...... 그러고보니 시시도군의 연락처를 모르네 ...... 물어보면 알려줄까 ?)

 

 

모처럼 소꿉친구가 전화를 해줬지만 머릿속은 곧바로 류이치만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시즈나 ? 시즈나아 ~ ?』

 

「...... 앗, 미안 미안, 무슨 말 했었지 ?」

 

『멍하니 있었어 ? 시즈나치고 드문 일이네』

 

「가끔은 이럴 때도 있어」

 

 

 

이어지는 소헤이의 말에 시즈나의 기분은 급강하했다

 

 

 

『최근 그녀석과 ...... 시시도와 얘기하고 있지 ? 협박 받은거야 ?』

 

 

 

스마트폰을 잡고있는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갔다

주변 사람들의 류이치에대한 인식과 소문은 잘 알고있다

 

하지만 시즈나는 알고 있다 ―― 류이치를

 

 

소헤이가 모르는건 당연한거다

 

본인이 소문을 부정하지 않았으니 소문만 듣고 판단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소헤이가 협박받고 있냐고 물어오는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협박 받지 않았어, 시시도군은 좋은 사람이야, 무척 상냥하고 얼마전에는 ――」

 

『아니, 그녀석은 수많은 여자에게 손댄다는 소문이 있는데 ? 수업은 땡땡이치고

선생님들에게 대하는 태도도 나쁘잖아, 그녀석이 상냥할리――』

 

「미안, 졸리니까 슬슬 끊을게」

 

『어이, 시즈 ――』

 

 

 

전화를 끊었다

소꿉친구로서 소헤이를 신뢰하고 있고 사이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류이치에 대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것이 주변과 같은 말이라고 해도, 그래도 시즈나는 듣고 싶지 않았다

 

 

 

「..... 시시도군은 상냥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알고있어」

 

 

 

작은 중얼거림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고 공기에 녹아들었다

 

내가 너무 믿고 있는건가, 표면만 보고 있는건가 그런 생각도 물론 했었다

 

하지만 시즈나는 류이치를 신뢰하고 있다 ―― 이제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그녀석, 안좋은 소문이 많으니까 조심해야해 ? 소꿉친구로서 걱정이야』

 

『알고있어, 소헤이군에게 걱정 끼치고 싶진 않으니까, 조심할게 안심해』

 

 

이제 모든 것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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