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음」
방과 후 집에 돌아온 류이치는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연락처에 새로 추가된 린도 시즈나라는 글씨에 류이치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연락처 ?』
『응, 시시도군의 연락처를 알고싶은데 ...... 안돼 ?』
안될건 없지만 그런 제안을 받을줄 몰랐던거다
류이치의 집에 와본적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친해졌냐 하면 그런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 별로 얘기할 것도 ――」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스마트폰에서 착신음이 울려 퍼지고 화면에는 린도 시즈나라는 글씨가 떠올랐다
「……………」
설마 시즈나를 생각하고 있을 때 전화가 올 줄은 몰랐다
한동안 받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학교에서 한소리 들을 것 같아서 받기로 했다
「여보세요 ?」
『아, 시시도군 ? ...... 안 받을 줄 알았어』
「어째서 ?」
『...... 그냥 왠지』
자신 없이 대답했지만 마냥 틀린것도 아니어서 류이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통화한다 해도 마땅히 대화 할만한 내용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시즈나도 이렇게될 것을 예상했는지 화젯거리를 꺼내왔다
『시시도군 저녁 먹었어 ?』
「오우 ......」
『뭐 먹었어 ?』
「……………」
시즈나가 요리를 하러 와줬던 날, 돌아가는길에 건강한 식사를 위해 조금은 요리를 해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당연히 오늘 저녁은 컵라면이었다
입을 다물고 있는 류이치의 모습에서 전화 너머의 시즈나도 짐작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 시시도군』
「아니, 시간이 없었어」
『……………』
시간이 없다는건 물론 거짓말이고 단순히 귀찮았을 뿐이다
하지만 시즈나도 당연히 알고 있을거다
그래도 너무 몰아붙이지 않는것은 타인에게 강요받아도 민폐일거라 생각했겠지
『...... 제대로 균형잡힌 식사를 해줘 ?』
「알았어, 나참 네가 내 엄마냐고」
『어머, 시시도군의 어머니도 이런 느낌이였어 ?』
「아니 ? 말이 그렇다는거고 너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 ...... 아무것도 아니야 」
억지로라도 대화를 끊었다
시즈나도 뭔가를 눈치채고 신경써주듯 더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류이치로써는 참 고마운 일이다
그건 그렇고, 류이치는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없다면 혼자 지내고 있다
기억을 되찾은 뒤 밤거리를 나돌아다니는 일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느낀게 있다
치사가 있었을 때도, 시즈나가 있었을 때도 따뜻했다고
「당연한 말이다만」
『응』
「...... 네가 만들어준 고기감자조림에 비하면 컵라면은 시시하지」
『……………』
류이치의 말을 시즈나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지만
전화 너머로 뭔가 퍽퍽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기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 또 만들어 줄게, 물론 고기감자조림 뿐만 아니라 햄버거 같은것도 특기라구 ? 』
「햄버거인가, 가게에서 밖에 먹은 적이 없네」
『그럼 딱 좋잖아, 또 ...... 응 ?』
잔뜩 기대중인 시즈나의 목소리에 기회가 있으면 이라고 류이치는 대답했다
그걸 듣고나서 시즈나의 음성은 기쁨이 가득차있고 언제, 어떻게, 뭘 만들지 계획까지 짜고있다
「어이, 기회가 있을때만 이니까 ?」
『알았어 ♪』
절대 모르고 있다며 류이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맛있는 요리를 또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대 된다
고기감자조림만 해도 말도 안되게 맛있었으니까
「...... 뭐, 기대하고 있을게」
『응 ♪』
류이치의 입장에서는 저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잠깐의 대화를 나눈 뒤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이었다
「류이치 一 ? 들어갈게 ~ !」
「...... 치사인가, 미안 린도, 학교에서 보자」
『자, 잠깐 ――』
전자음이 울리며 통화는 끊어졌다
「어라, 통화중이였어 ?」
「뭐 그렇지, 그것보다 갑자기 오지 마라」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내던지자 치사는 옆에 걸터앉아 류이치에게 안겨왔다
순간 술 냄새가 확 퍼졌다
「얼마나 마신거야 ......」
「우~응 ? 꽤나 마셨지 ~ 뒤풀이하고 돌아가는길에 남자들이 데려다준다고 시끄러웠어」
「그럼 그쪽하고 하면 됐잖아」
「싫어, 왜 그딴 변변찮은 놈들을 상대 해줘야 하는데」
「...... 왜 나한테 화를내는건지」
옆에서 안겨있는 치사에게서 시선을 뗸다
아까 통화 도중에 치사의 목소리를 조금 주워 들었을거다
미묘하게 당황한듯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뭐 상관없겠지
「뭔가 엄청 깨끗해졌네 ? 이거 너 혼자 한거 아니지」
「잘도 알았네」
「누구 ? 여자 ..... 겠네 절대로」
「정답」
숨길 것도 아니기에 솔직하게 말했다
치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또 꼬셨냐며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이다
「어디사는 누구에게 마수를 뻗친거야 ?」
「그런게 아니야 동급생이다」
「동급생을 꼬셨구나 !」
「..... 너말야」
「쿠쿡 ...... 아하하하하핫 ! 미안 미안 ♪」
치사는 여자인데도 홀가분하게 섹드립을 날리는 정조 관념이 고장난 여자다
뭐 그런 사람들하고만 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류이치로서는 새삼스럽지만
「류이치, 오늘은 묵고 갈게」
「마음대로 해」
「응, 그런 거절하지 않는 점이 좋아」
「그래 그래」
「...... 귀엽지 않네」
남자인데 귀엽다는 말을 듣는 것은 굴욕 아닌가
숙박 허가를 받은 치사는 그 자리에 누워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 정말, 팬티가 훤히 보인다고」
미니 스커트가 뒤집힌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사는 묵묵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류이치가 그렇게 지적해도 힐끗 시선을 돌려올 뿐 딱히 고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치사를 사랑하는 남자 대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
「안보여주지, 분명 나는 마구 놀고있지만 몸은 아무한테나 맡기지 않아」
「흐~응 ? 처음 들었네」
「처음 말했으니까, 참고로 요즘 내가 상대 해주는건 너뿐이야」
그에 대해 류이치는 특별히 기쁘지는 않았다
치사가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는 별 관심이 없고
기억을 되찾아도 이런 건조한 관계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목욕은 어쩔래 ?」
「샤워할래」
「그럼 잠들기 전에 씻고와」
「네 ~ 에」
느릿느릿 일어선 치사는 옷장에서 옷을 갈아입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치사는 돌아왔다
욕조에 담그지 않고 정말 샤워만 한 것 같다
샤워를 한 덕분에 어느 정도 눈을 뜬 것 같지만 역시 술을 많이 마셔서 졸려보인다
「시간도 적당하고 슬슬 자볼까」
「한 발 뺄래 ?」
「오늘은 그만두자」
「그럴까, 의외로 나도 한계고」
류이치는 혼자 살기 때문에 이불도 하나밖에 없다, 따라서 둘이서 한 이불 속에서 자게된다
「가끔은 침대가 아닌것도 좋네, 그 ...... 화목한 느낌 ?」
「침대가 좋잖아 절대로」
「뭐 그렇지 ♪」
그래도 부드러운 시트 위라서 금방 잠들 수 있는 기분좋음이긴 했다
류이치의 팔을 베개 삼고있는 치사의 표정은 어른스럽지만
체온을 원하는 듯 몸을 밀착시키는 행동은 동갑내기 정도의 인상을 느끼게 한다
「저기 류이치, 뭔가 곤란한 일이라도 있어 ?」
「전혀 ?」
「...... 힘들지 않아 ?」
「이제와서 내가 힘들어보여 ?」
「안보여 ...... 그래도 너는 연하니까 신경쓰이는거야」
「그런가, 그것보다 둘다 내일도 학교니까 어서 자자」
「네 ~ 잘자 류이치」
그렇게 말하고 곧바로 치사는 잠이 들었다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는 치사를 보며 쓴웃음을 짓는 류이치
「뭐, 그 할배와 할매는 나에게 무슨 일이 있던간에 신경쓰지 않겠지만」
그렇게 중얼거리고 류이치도 눈을 감았다
「방금전 ...... 목소리 .....여자네」
어디선가 그녀 또한 류이치를 생각하며 몽글한 마음을 품는다
10. 속사정을 알면 대폭소 (0) | 2022.08.23 |
---|---|
9. 본질을 보고 있을 뿐 (0) | 2022.08.22 |
7. 그 만남은 마치 꿈처럼 (1) | 2022.08.20 |
6. 작은 균열 (2) | 2022.08.20 |
5. 고기감자조림 맛있어 ! (0) | 2022.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