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뒤
우여곡절이끝에 우리는 간신히 아난 마을로 돌아왔다
지크는 상당한 부상을 입었고 걷기도 쉽지 않은 상태였지만
세리아의 회복 마법으로 걷는 가능한만큼 회복했다
그때 지크는 세리아에게 치료를 받으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아 ~ 죽을 정도로 아퍼 ...... 진짜 죽는 줄 알았어 ......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 ......』
지크의 말투는 여전히 태평하고 위기감이 없었지만
상처를 보면 엄청난 통증에 시달렸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한심한 소리를 하고있어도 이상하게 의지가 되는건 역시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주변을 안심시키는 듬직함이라던가, 카리스마를 갖고 싶다
세리아의 회복 마법은 게임처럼 순식간에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력을 높여 천천히 상처를 막는 것이다
천천히라고 말했지만 살이 차올라 상처가 아물어가는걸 볼 수 있을 정도의 속도다
그러고보니 성성이에게 얻어맞아 부러졌던 내 치아도 전부 주워서
원래 위치에 되돌린 상태에서 회복 마법을 받으니 원래대로 돌아왔다
가지런히 놓고 치유받은 덕분인지 오히려 치열이 좋아졌다
일 분 일 초를 다투는 전투 중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후방 지원, 싸움이 끝난 뒤에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마법이다
마법은 한 사람당 한 종류지만, 세리아는 작렬과 회복 마법 두 가지를 쓸 수 있는 특이 체질이다
만약 그녀가 마법의 원리를 밝혀내고 지구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면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내 눈에는 그저 빛으로만 보일 뿐이고 세리아 자신도 왠지 모르게 쓰고있다는 느낌이라
마법의 원리는 평생 수수께기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난 마을 안에 있는 광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하아 ......」
하늘이 푸르다
곳곳에 떠 있는 구름이 하늘의 깊이를 강조하고, 이 하늘이 어디까지나 높다는 것을 알려준다
겨울이라 피부로 거의 느끼지 못하는 햇빛도 이렇게 보면 확실하게 우리를 비춰주고 있었던 것 같다
「뭐하고 있는거야 ?」
「응 ? 아아, 조금 ......」
어느새 옆에 와 있던 타로가 말을 걸어왔다
뭔가 하고 있던게 아니야
그저 멍하니 있었을 뿐이다
아니, 아무 생각도 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가 맞을지도 모른다
「장래에 대해 생각하느라 피곤해서 휴식중 ......」
「하아 ?」
나는 리타에게 역프로포즈를 받고 나서 일주일을 떨떠름하게 지내고 있었다
아깝다
왜 거절해 버렸지 ?
애초에 나는 정말로 세츠가 좋은건가 ?
아니 거절한 축에도 안끼는건가 ?
자나깨나 그런 생각이 빙글빙글 머릿속을 맴돌아 어떻게든 리타를 잊기위해 무심해지려 했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것도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거다
이 타이밍에 말을 걸어 온 것이 몇 안 되는 동성인 타로인 것은 나이스 타이밍인지도 모른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의아한 표정을 짓는 타로를 돌아보았다
「뭐 ...... 내 얘기는 접어두고」
타로를 보니 싸움을 마치고 몸이 한 층 커진 것처럼 보인다
분위기니 착각이니 하는 문제가 아니다
분명히 근육이 커져있다
출혈이 멈춘 것도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 됐나 무척 흥미롭다
「상처는 어떻게 막은거야 ?」
「스승이 막아준거 같아」
아니카가 고쳐준 건 알고있다
나는 그 방법이 알고싶은거다
문맥상 구체적인 방법을 묻고 있다는걸 알텐데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다시 묻는다
「어떻게 ?」
「...... 몰라」
「모른다니」
「묻지마」
「에 ? 오오 ...... 응 ......」
타로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안보이지만 귀가 빨개진거 같다
상태가 이상하다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뭔가를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문외불출의 비전 기술이라 말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것과는 다른 이유같다
왜냐하면 ......
「타로, 왠지 쑥쓰러워 하고있어 ?」
「시끄러」
분명 쑥스럽기 때문이다
후학을 위해서라도 상처를 막은 방법이 궁금하지만 그 이상으로 왜 수줍어하는지 궁금했다
아니카가 회복마법을 쓸 수 있다면 평범하게 얘기 해줬을 텐데, 아주 수상하다
「......」
나는 입을 꽉 다물고있는 타로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받아라 나의 눈빛을
덧붙여서 나는 동안인 편이라 친구에게 화내도 무섭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즉 효과가 없다
「.......」
「.......」
무언의 시간이 계속되다
내 눈빛에 압력은 없지만 듣고 싶다는 뜻은 전해진다
그런 내 모습에 타로는 포기했는지, 한숨을 내쉬더니 툭 중얼거렸다
「마을을 떠나게 됐다」
「에 ? 무슨 짓을 한거야 ? !」
「아아 ...... 뭐 ...... 음 ...... 그런 느낌이야」
「무슨 느낌 ?」
「스승이 마을을 떠나게 돼서 말이지, 나도 따라간다」
「아니카씨가 ?」
「스승 ...... 이 ........ 내 아내가 됐다 ......」
「하아 ? !」
타로와 그 스승인 아니카가 결혼하다니 너무 뜬금없다
막 만났을 때의 타로는 결혼 상대를 못찾아 고생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 마을에 온 후에 사이가 발전한건가
엄청난 호기심이 내 안에서 자라난다
「언제부터 ? ! 어디로 ? !」
「남쪽인 것만 알고있다, 스승의 고향이 있는 것 같은데 자세한건 아무것도」
아니카의 피부는 흰 피부가 대부분인 이 근처 사람과 달리 거무스름하게 타 있다
살아오면서 본적도 없는 머리색을 가진 사람이 있는 이 세계라
피부가 검은 사람도 태어나는걸까 하고 아니카의 피부색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다
이 세계에도 지역마다 기후 차이가 있고, 아니카는 남국 출신이라는걸로 설명이 된다
「뭐 그건 됐어」
「에 ? 아니아니아니 안 됐어 !」
터무니없는 급전개에 따지려고 했지만 타로가 검을 뽑아 내 목에 들이댔다
대화는 끝이라는 타로의 의지에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마지막이다, 일어서」
「...... 알았다」
일어서서 허리춤의 검을 뽑는다
나의 새로운 무기인 격철은 급조 됐기 때문에, 제대로된 최종 마무리를 위해 리타에게 맡기고 있다
그래서 사용하는 것은 예비로 휴대하고 있는 평범한 검이다
나는 검을 상단에, 타로는 정면에 자세잡는다
「우리들의 관계는 이걸로 충분해」
「그렇군」
나는 오늘, 이 마을을 떠난다
타로와의 대결을 끝낸 나는 대장간에 들렀다
역프러포즈 사건도 있고, 리타와 마주치기 어색하지만
오늘 마을을 떠나기 때문에 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오우 ! 미나토 ! 다 됐다 !」
「가 ...... 감사합니다」
어색한 내 심정과는 반대로, 반겨준 리타는 싱글벙글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리타의 이 미소는 겉치레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때 리타와 어떤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 약속을 나눈 후 나는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리타는 행복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들떠있는 리타가 카운터 위에 올려놓은 격철을 팡팡 때리더니 내쪽으로 다가왔다
최종 마무리를 끝낸 격철을 카운터 위에서 들어 올린다
한 손으로는 오래 들고있기도 힘든 무게인 격철을 들어올리자 나무로된 카운터가 삐걱거린다
격철은 도적들과의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쇳덩어리를 이동시켜 무게 중심을 바꾸는 기구
즉 잠금을 해제할 자루와 추가 이동하는 칼신 부분을 시험 삼아 만들었다
싸움 도중에 리타가 만든 것은 그 미완성품 격철에 흑강의 날을 다는 것이었다
전사의 무기로 쓰이는 흑강은 갑옷 산양의 피를 철에 섞어 만든다
흑강을 정련하려면 그냥 피를 섞으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온도, 식히는 타이밍, 철과 숯과 피의 양, 그리고 남자의 마나를 먹이는 타이밍 등 매우 복잡하다
그렇기 때문에 검의 무게중심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복잡한 기구가 설치된 중심부분은
정련이 번거로운 흑강에 비해 가공이 쉬운 철제로 되어 있다
내가 리타에게 발안한 건 좋은데 이게 정말 싸움에서 유효한지 모르겠고
이 무기 특유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감각에 미리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연습용 시제품의 의미를 담아 격철의 중심 부분을 철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나는 그 시제품을 호위 임무 동안에도 휘두르며 연습할 생각으로 가져갔기 때문에
그 전장에서 급조라고는 하지만 무기로써 완성할 수 있었다
「잠깐」
나는 격철을 정면에 들고, 자루를 당긴다
크고 무거운 금속음이 대장간을 흔든다
해방된 추가 칼신의 슬릿을 이동하여 손잡이에 떨어져 부딪힌 소리다
추의 잠금을 해제하는 기구의 정확도가 올라갔는지 엄청나게 부드럽다
게다가 싸울 때는 벗겨져있던 금속 손잡이에 가죽이 감겨 있어 손바닥에 달라붙는 것처럼 느낀다
「마음에 들어 ?」
「네 ..... 무척이나」
「그럼 다행이야」
나와 리타가 고안한 이 무기는 도움이 되었다
이 무기가 없었다면 그리드는커녕 여자 도적들에게 살해 당했을 것이다
아주 좋은 무기다
하지만 어딘가 시원치 않다는 감각도 가지고 있다
언어화할 수 없는 그 감각을, 만들어 준 리타의 앞에서는 말할 수 없었다
리타와 잡담을 적당히 나누고 대장간 안쪽에서 작업하는 갈리아 곁으로 향했다
「여태 신세졌습니다」
「……」
작업중인 갈리아의 등뒤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깊이 숙인다
이 세상에서 절이 예의범절로 통용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감사의 마음은 진심이고, 내 최대한의 성의로 인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일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말없이 빨개진 철을 두드리는 갈리아
두드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좀 높다
「...... 그럼, 건강하세요」
침묵하는 갈리아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출구 쪽으로 돌아섰다
「미나토」
나는 뒤돌아보았다
갈리아가 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든지 들러라」
갈리아는 수염을 만지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난기 섞인 천진난만한 미소는 처음이다
리타 건으로 또 어색해졌다고 마음 아파했지만 그것도 단숨에 날아갔다
「네 ! !」
기뻐져서 무심코 대답에 힘이 들어가 버렸다
올때와 다르게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갑자기 손이 잡혔다
「우오옷 !」
「기다릴게 .....」
귓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났다
달콤하고 요염한 목소리에 등골이 오싹오싹 간지러워진다
당황하면서 귀를 누르고 돌아보니 히죽히죽 웃고있는 리타가 있었다
「잊지마 ♡」
머무는 동안 신세를 진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마을 출구에서 세츠들과 합류했다
왔을 때는 허리 정도까지 쌓였던 눈이 지금은 정강이 묻힐 정도로 얇아졌다
사방이 은색인것은 변함 없지만 눈이 얇아졌기 때문에 나무가 높게보여서 다른 장소같은 느낌이다
이 마을에 온지 몇 개월이지 ?
처음에는 하루 하루가 길게 느껴졌는데 돌아가게 된 지금은 무척 짧았던 것 같다
「즐거웠지 ......」
문득 그런 말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타로와 반말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있던 것을 깨달았다
이 세상은 주변이 온통 어른과 여자 뿐이고 아이까지 일하는 세상이라 또래 여자들마저 어른스럽게 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과 벽을 쌓고 존댓말로 대화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반말을 할 수 있는 타로는 이 세계에서 처음 사귄 친구
「부끄러 !」
그 형태는 전우라고도 악우라고도 할 수 있다
타로와의 만남은 터무니없었다
타로의 약혼녀를 본의 아니게 빼앗아 버려서 결투를 신청받는다
그 때 나는 다른 여자로부터 구애 받고 있었던 황당한 상황
한대 때려도 불평할 수 없는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거기부터 대장간 도우며 일을 배우고 실전을 경험한다
아르바이트도 한 적이 없는 내가, 갈리아에게 호통 속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래도 ...... 끝난 지금은 남에게 웃으면서 이 일을 말할 수 있다
「뭐 ! 또 어디선가 만나겠지 !」
눈 속을 걸으면서 하늘을 향해 혼잣말을 했다
산 마을에 돌아가면 할 일이 있다
「뭐야 ?」
「아무것도 아니야 !」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걸 깨달은 세츠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린 모습도 귀엽다
이 세계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결정한 나의 길, 그것을 나아가는 한 타로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자 ! 돌아가죠 !」
「기운 넘치네요오 ~」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 누나에게 알려줘봐」
「잠깐 ! 시오씨 가가워요 !」
시오가 내 목에 팔을 두르고 놀리는듯 추궁해고, 세리아는 상냥하게 웃으며 바라본다
코를 간지럽히는 좋은 향기에 두근거리면서 입으로는 그만하라고 말해본다
그러자 시오가 슬리퍼 홀드를 걸어오고, 세리아가 내 겨드랑이를 쿡쿡 찔렀다
예민한 옆구리를 찔려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싸울 수 있는 여자 두명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미나토, 키가 커졌네」
「에 ? 정말요 !」
장난치는 우리들의 뒤를 걷던 지크가 말을 걸어온다
「저도 전사다워진걸까요 ? !」
「응, 좋은 느낌이야」
「좋은 느낌인가요 !」
칭찬이 떠오르지 않았을 때와 같은 말을 해 온 지크지만 키가 자란 것은 사실일 것이다
몸에 딱 맞게 만들어진 가죽 갑옷이 조금 답답해졌고, 확실히 옆으로도 위로도 커졌다
「저도 언젠가 지크씨 같은 전사가 될 수 있을까요 ?」
「하핫 어떠려나」
「거기도 좋은 느낌으로 해주세요 ~」
「핫핫핫」
시오의 슬리퍼 홀드에서 해방된 나는 앞으로 걷기 시작한다
그럼 돌아갈까
전사가 될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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