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대한 고기를 얻었기 때문에, 사냥을 끝내고 마을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멧돼지의 두 동강 난 앞부분은 앞다리에, 뒤쪽은 뒷다리에 밧줄을 묶어 끌고간다
【격철】과 나의 체중을 합친 것보다 무거운 멧돼지를 나 혼자 끌기에는 체중도 힘도 부족하기에,
모여든 여자들과 함께 나르는 큰 작업이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나르기 위해, 이 거대 멧돼지의 최대 특징인 뿔은, 꺾어서 그 자리에 버리게 됐다
사냥 게임에 중학생 시절의 청춘을 소비한 감각으로는, 이 뿔을 이용해서 뭔가 무기나 방어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쓸모 없으니 버리라는 말에, 할 수 없이 직접 꺾었다
물론 진짜로 쓸모 없는건 아니고, 목재나 철의 가공이 더 쉽기 때문에, 일부러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는 적은 것 같다
쓰러뜨린 증거로 방에 장식하고 싶었지만, 식객으로서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내가 제멋대로 굴 수는 없다
그렇게 멧돼지를 옮길 준비가 끝나자, 수렵중의 여자가 사냥종료를 알리는 피리를 불었다
마침 그 타이밍에 땅을 밟는 소리가 났다
또 짐승인가 싶어서 격철의 자루에 손을 얹고 뒤돌아보니, 나타난 것은 짐승이 아니라 한 명의 남자였다
「검두수군. 훌륭하다 미나토」
산 마을의 몇 안 되는 남자, 전사이자 수장인 안지다
안지는 올려다볼 정도의 거한이기 때문에, 시인한 뒤에도 순간 짐승이 나타난 줄 알았다
「위험했지만요 ..... 감사합니다」
훌륭하다는 말에 쑥스러움을 느끼며, 격철의 자루에서 손을 떼고 다시 밧줄을 잡는다
그가 말하길, 이 거대한 멧돼지는 검두수라는 것 같다
이 마을에 온지 1년하고도 조금 더 지났지만, 처음 보는 짐승이다
뒷다리가 떠오를 정도의 급브레이크로부터 곧바로 뿔을 휘두르는 것은 솔직히 예상 외였다
그 거체와 날카로운 뿔, 만약 실수 했다면 두동강난 것은 나였을거라 생각하니, 침착해졌던 심장이 두근거린다
「처음 보는 짐승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어떻게 될까 생각했습니다 .....」
「이 녀석들은, 바보 같이 큰 뿔 탓에,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갈 수 없다.
그래서 기복이 있는 이 근처에서는 잘 볼 수 없지만,
가끔 영역싸움에서 패배하여 흘러들어올 때가 있다. 이 녀석이 그런 경우일 것 같군」
오늘, 수렵중의 사냥에 동행한 남자는 나와 안지 두 명이다
산 마을 사람들의 사냥 방식은, 수렵중 여자들이 몇 명씩 그룹이 되어, 여기저기 흩어져 행해진다
이 숲에는, 마법과 남자의 힘을 필요로 하는 거대한 짐승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초식동물들도 존재하는데, 수렵중은 기본적으로 그런 동물을 노린다
어슬렁어슬렁 많은 인원으로 행동하면 사냥감에게 들키기 쉽고,
토끼 같은 작은 동물 한 마리를 사냥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할당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이지 않으며,
항상 거대한 짐승을 만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렵중 여자들은 소규모로 나뉘어 사냥한다
하지만, 짐승과 조우하여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서, 흩어진 수렵중에게 바로 달려갈 수 있는 범위 내에
남자를 배치함으로서 부족한 남자를 보충한다
이번에는 그 남자 역할을 나에게 체험시키기 위해, 안지가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대기해 주었다
이 역할을 맡겨준 것에, 나의 성장을 마을 모두가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 솔직하게 기뻤다
참고로 이건 어디까지나 산 마을의 방식이다
리타의 설명에 의하면, 아난 마을은 철광석 채굴과 가공 위주로 운영되므로 식량을 구입해오는 경우가 많고,
많은 인구수에 따라 남자도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남자 중심의 그룹을 만들어 사냥하는 것 같다
인구나 지역에 따라 남자의 대우나 풍습이 다르다는거다
밤
커다란 방에서 화로를 사이에 두고 나와 안지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
산 마을에는 책상도 의자도 있지만, 바닥에 앉는 문화 또한 존재한다
안지처럼 대가족을 형성하고, 전원이 함께 생활할 경우, 인원만큼의 책상과 의자를 준비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커다란 방의 바닥에 앉아 다같이 식사하는 스타일이 정착된 것 같다
참고로, 부인들과 함께 살지 않는 지크는, 집이 크지 않기 때문에, 평범하게 책상과 의자에서 식사하는 것 같다
벌레 울음 소리가 열려있는 창문에서 들려오고, 모닥불이 탁탁 타오른다
나는 이 소리가 좋다
지구에 있을 때, 창문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와는 다르게 시끄럽지 않다
들려오는 음량으로만 따지면, 틈새 투성이의 목조 건축이 많은 이 세계의 집 쪽이 압도적으로 크게 들리지만,
신기하게 기분 좋은 BGM처럼 느껴져 마음이 차분해진다
도시에 살았기 때문에, 밤의 벌레 소리는 잘 모르지만, 원래 세계와 비교하면 차이가 있는걸까
안지의 눈동자는 무감정하게 흔들리는 불을 응시하고 있다
평소에는 안지의 부인과 딸들로 북적북적한 집이지만, 지금은 나와 안지의 단 둘 뿐이다
사냥에서 돌아온 밤에 할 이야기가 있다는 안지에게 불려와서 이렇게 대면하고 있다
조용히 술을 마시는 안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바로 용건을 말하지 않고 무언의 시간이 지속된다
나는 준비되어 있던, 입으로 막대기를 꽂아넣은 생선구이를 집어든다
무언이지만, 나와 안지 사이에 어색함은 없다
밤에 안지가 술을 마실 때, 나는 이렇게 같이 야식을 먹을 때가 있다
항상 안지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마을의 일, 옛날 일
안지는 수다스러운 타입은 아니지만,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된 무게감 있는 이야기는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나는 안지와 이야기하는 이 시간이 좋다
천천히 생선구이를 반쯤 먹을 무렵, 안지가 숨을 들이마시며 입을 열었다
「일주일 후에 성인식을 진행한다」
왔다 ...... 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세상에 온 이후로 줄곧 목표로 삼아온 날이다
「이 성인식을 완수하면 너는 진정한 마을의 일원으로서 인정 받는다」
「홀로 숲에 들어가 짐승을 사냥해와라, 단지 그것 뿐이다」
「오늘 사냥했던 장소보다 더욱 깊숙한, 안개의 땅이라 부르는 곳이다」
「성인식이 시작되면 도움을 청할 수 없다」
「짐승의 이름은 케샤. 미나토도 알고 있겠지 ?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 너를 쫓던 짐승이다」
「녀석들은 강하다. 가끔 안개의 땅에서 찾아와 사람을 덮친다.
녀석들과의 싸움은 오래되었으며 수많은 여자가 희생됐다. 말하자면 이 마을의 천적」
「그 땅은 깊고, 보이지 않으며, 적지다」
「설령 네가 싸움에 패배하여 도움을 요청해도, 그 누구도 듣지 못한다」
「너는 본래 외지인이다. 이 시련을 받을 의무는 없어. 그럼에도 이 시련을 받을 생각이 있는가 ?」
성인 의식
내가 남자로서 인정받는 날
목숨을 걸고 인간이 되는 날
나는 주먹을 바닥에 대고 머리를 숙이면서 결의를 표한다
「네가 살아 돌아오길 바란다」
그리고 세츠가 마을을 떠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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