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매 시점
나의 오빠는 성실한 사람이다
공부도 동아리도 열심히 해서 결과를 남기고 있으며
그다지 놀이다운 놀이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고 티비를 보고 웃기도 해서 머리가 굳은 사람은 아니다
어머니를 보면서도 생각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교육을 잘 받은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상냥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태도가 부드럽다 ? 뭔가 공손 ? 그런 느낌
본인들의 성격은 꽤 털털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사람에 대한 다정함 같은게 비쳐 보인다
도덕심이 제대로 자리 잡았다고 해야하나 성품이 깊다고 느낄 때가 많다
무슨 얘기냐고 ?
맞아 오빠 얘기야
집안일도 잘하고 잘생기고 상냥하고... 그림을 그린 듯한 오빠
왠지 다른 집과는 다르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정환경이 바뀌어서 그런 건 아니라 생각해
무슨 말을 하고 싶냐면, 나는 오빠를 잘 따르고 있고 여러 의미로 신뢰하고 있다는거다
조금 어른스러운 오빠는 나에게 있어서 동경하는 남성이고
아빠와는 다른 의미로 어른이라 생각했다
그 인상이 잘못된게 아니었음을 깨달은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먼저 아빠가 미쳐버렸다
솔직히 지금도 아빠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고 그것을 납득한 오빠의 마음도 이해할 수 없다
아빠는 오빠를 거절했다
나는 아직 사랑을 모르지만, 그래도 아빠의 행동은 가족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이 된지 이제 곧 7년
난 이제 중학생이고 오빠는 고등학생이다
7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함께 해온 이상 그것은 이미 가족이 아닐까
나는 피의 연결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곳에 남자를 만들어 증발했던 엄마보다도
나의 가족인 것은 아빠와 어머니와 오빠
그 생각에 주저는 없고 셋 중에 우열이란 없다
그런데 아빠는 아니었나보다
나와 어머니는 가족이고 오빠는 아니었다
납득도 안되고 아빠가 조금 싫어졌다
오빠는 「남자는 언젠가 사위로 나갈 것이고 가족으로서의 이별이 좀 빨라진 것 뿐이다」
그렇게 말하며 억지로 납득한 것 같았지만
나는 그런 불합리, 납득 할 수 없다
어머니의 유산을 오빠 한 명에게 넘기지 않은 것도 아빠에 대한 반발에 박차를 가했다
두 사람은 합의한 일이라고 했지만 아빠의 억지에 오빠가 마지못해 따라준게 아닐까 의심하고있다
「오빠를 집에서 쫓아낼 생각인 사람이 어머니의 가족인척 유산을 받아먹는건 쓰레기 짓이다」
그렇게 말해도 아빠도 오빠도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정해진 것을 조용히 받아들이기만 하는 어린애 그게 나였다
어른들의 대화에 어린애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런 자신의 무력함이 싫었다
오빠는 동아리를 그만두었다
단체 경기였지만 1년도 안돼서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기뻐했는데
오빠의 방에서 물건이 줄었다
쓸데 없이 큰 쿠션도, 여러 만화도
방구석에 소중하게 놓인 어머니의 유품을 보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집에 돌아오니 오빠가 있게 되었다
어머니 대신 일하러 나간 아빠의 부담이 줄어들도록 집안일을 오빠가 하게 되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오빠는 아빠만큼 요리를 잘한다
「2년 사이에 유카도 배워둬야지」
오빠의 말이 너무 슬퍼 오랜만에 오빠를 껴안고 말았다
싫은 일이 있을때마다 껴안는 것은 초등학생때 졸업했을 생각이었지만
역시 나는 아직 어린애인 것 같다
옛날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 않고 달래주지도 않고 난처한 듯 미안하다고만 해서
아아, 이제 어쩔 수 없구나 하고 그제서야 이해했다
오빠는 너무 바보같이 착한 것 같아
불합리에도 불평하지 않고 그래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항한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화풀이 하지 않는다
언젠가 나도 오빠같은 어른이 될까 ?
오빠는 금,토요일은 그다지 집에 있지 않으려고 한다
아빠와 얼굴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오빠는 아빠를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아빠는 오빠의 이름을 부르지 않게 되었다
금요일, 아빠와 둘만의 저녁은 조금 허무하다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의 두 사람만의 식사는 주말의 피로도 겹쳐 맛있지 않았다
오빠는 늦는다고 말하고 나가 버렸다
늦는다며 나가는 날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이다
특히 일요일에는 추가수당이 나온다며 집안일을 마친 후에는 집에서 없어져 버린다
그렇게 어색해져버린 우리 집이지만 그래도 나와 오빠의 남매 사이는 좋은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되든 나는 오빠의 여동생이고
만약 오빠가 곤란하다면 두말없이 손을 내밀 생각이었다
오빠가 아침에 돌아왔다
늦어지면 늦어진다고 늘 말하긴 하지만
12시를 넘지 않고 돌아오기 때문에 거실에서 기다렸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아 밤을 새버렸다
심야 아르바이트라도 시작한건가 나중에 물어봐야지
몽롱한 머리로 그런 생각을 하며 해가 뜨기전에
내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눕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와서 인사하러 가기도 쑥쓰러워서 눈을 감고 귀만 기울이고 있었다
오빠는 목욕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방의 침대에 누운 듯 했다
깔끔한 오빠치고는 신기하다 생각 하며 가슴이 술렁거려서
오빠가 잠들었을 타이밍을 가늠하여 시간을 두고 슬쩍 내려갔다
그 후의 충격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샤워는 안했지만 세탁물은 벗어놔겠구나 싶어서 들어간
탈의실에는 모르는 냄새가 났다
세재를 바꾼다고 했던가 ?
조금 전까지의 졸음도 어디갔는지
밤을 새서 몽롱한 뇌는 곧바로 냄새의 원인을 찾았다
오빠의 옷에서 모르는 냄새가난다
자세히 보면 빨래 바구니에 옷이 두 종류 있다
하나는 알겠어 잠옷으로 갈아입은거겠지
그럼 나머지 한개는?
사람은 갑자기 번쩍이면 몸에 전류가 흐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는 동요를 누르며 천천히 소리를 내지 않고 오빠 방으로 향했다
자신의 예상이 빗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탐구심은 이기지 못했다
나는 결사의 각오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 열고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날부터 나는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침대에 누워도 도저히 상상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오늘 오빠는 누군가에게 안기고 오지 않았을까
아니 설마 그런
하지만 만져지는 정도는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혹시 다른 곳에 돌아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든 것은 아닐까
나는 분명히 어린애였다
아니, 그래도 나는 오빠의 아군인건 변하지 않아
근데 오빠, 그 손목에 있는 좀 비싸보이는 시계는 뭔가요 ?
「안녕 유카, 졸려보이는데 괜찮아? 세수하고 왔어 ?」
왜 그런 곤란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나요 ?
「밤샜을 뿐이라 괜찮아요」
방에 놓여있는 반짝반짝한 악세사리는 뭔가요 ?
「너무 늦게 자면 키가 안크니까 일찍 자렴」
그렇게 말하며 방긋방긋 웃는 오빠는 평소의 오빠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무언가가 다르다
휴일의 오빠에게 내가 모르는 샴푸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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