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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여름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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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녀석에 대한 첫인상은「재미없어 보이는 녀석」。

 

성실하고 예의바른、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그림 같은 우등생。

 

자신과 정반대의 존재같은 부분이 여럿 있었지만、

 

그런 풍족해보이는 녀석을 처음만난 인상이 「재미없어 보이는 녀석」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세상에는 별 이유도 없이 안맞는 인간이 존재한다。

 

그것이 우연히 같은 학년의 우등생님이였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더이상 그 녀석에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첫인상은 일 년이 지나도 갱신되는 일 없이――물론 대화할 기회도 없었으니 당연하지만――

 

반대로 나는 우등생과는 정반대의 낙인이 찍힌 채 청춘을 구가하고 있었다

 

 

학력에 한계가 보인 나는、좋아했던 음악으로 도망치게 됐다。

 

기타를 사서、나름대로 매끄럽게 칠 수 있게 됐다며 동영상을 올리고 아주 조금 재생된다。

 

그런 타인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청춘이였다。꿈이나 장례설계와 아무 상관없는、고교생의 청춘。

 

 

내가 그 아르바이트에 응모한 이유는 갖고싶은 CD가 있으니까。

 

게다가 음악 라이브 무대 설치라면 음악에 접하는 일도 있을거라는 달콤한 기대도 있었다。

 

교사에게 부과받은 과제나 보충수업은 머릿속에서 빼놓고 일반적으로 움직이기 편한 복장에 대해 알아보며

 

다가오는 여름방학에 마음이 춤추고 있었다。

 

 

그런 나의 생각이 물렀다는걸 알게된건 첫날 모인 사람들의 。

 

지급받은 작업용 장갑과 스태프용 티셔츠를 입고 할당된 작업을 시작한지 4시간。

 

일찌감치 체력의 한계를 맞이했다。

 

영ー차 하고 작업하는 나와는 달리、주변에는 강인한 아줌마나 솜씨 좋은 언니들 밖에 없어서 엉뚱한 곳에 와버렸다고

 

평하게 아르바이트를 결정한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며、마지막에는 거의 기력만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느낌이 든다

 

오기로 할당량을 끝낸 뒤 나누어진 도시락에 입도 대지 못하고 축 늘어져있자、주변의 아줌마에게 만져지기 시작했다。

 

지친 몸에 섬세함이 없는 아줌마들의 맹공은 복서의 펀치보다 잘 먹혔다。

 

평소에 젊은 녀석이 주변에 없다는 말을 들어도 만져지는 입장에서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마키씨、쓰러진 사람을 괴롭히면 안돼요。」

 

 

위에 들어간 것도 없는데 올라오는걸 느낀 나에게、구원의 손길이 내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뜻밖에도 그 우등생이었다。

 

옆에서 내 등을 팡팡 때리던 아줌마의 이름이 마키라는 정보를 머릿속에 넣어두며 구세주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그 녀석은 처음부터 전령으로서 회사의 전달사항을 모두에게 전하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전달이 끝난 지금 근처에 놓여있는 도시락을 가지러 갔다。

 

 

아줌마녀석들은 조금 헤벌쭉하면서 일로 돌아갔다。나는 안녕을 되찾았다。

 

 

혹시 내가 죽어있는 동안에도 뛰어다닌건가。의외로 터프하네。

 

그런 쓸데없는 생각과 동시에、도와줬는데 이름도 모르는걸 떠올리고 어떻게할까 생각하고있으니、

 

 

「수고했어。점심 안 먹으면 몸이 못 버틸걸?」

 

 

식사를 마친 아줌마들이 이동을 시작한 것을 역행하듯 옆에 앉은 녀석은 그렇게 말하더니 도시락을 휙휙 먹어치운다。

 

…역시 이 녀석하고 안맞아。고맙다는 말은 필요없겠다。

 

 

식욕이 없는 것과 토할 것 같다는 사실을 대충 전하고 앉아있는 것이 참을 수 없게 되어、벤치에 드러눕는다。

 

오후 작업을 생각하니 우울해졌다。

 

지금 먹으면 토하겠지 라고 말한 근처의 기척이 사라지고、

 

멍하니 번진 시야를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시야의 대부분을 살색이 점령했다。

 

 

「자 소금사탕。그리고 스포츠드링크정도는 마셔두는게 좋아。현장 책임자한테 말해둘 테니까 조금 누워있을래?」

 

 

거의 억지로 입에 넣어진 소금사탕을 빨면서、절묘하게 이쪽의 자존심을 부추기는 발언을 흘려듣는다。

 

사실은 반론하고 싶지만 사탕이 방해된다。

 

 

우물우물하고 있으니 그걸 승낙으로 받아들인건지、주의사항을 두 세개를 말하고 녀석은 서둘러 현장으로 돌아갔다。

 

회복 후는 골조팀이 아니라 골판지같은 세세한 물자정리로 돌려졌는데 、

 

가끔 보이는 녀석은 여유로운 느낌으로 아줌마들과 섞여 더운날씨에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왠지모르게 아줌마들이 귀여워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너무 힘들었던 첫 날을 극복하고、남은 아르바이트는 째버릴까 생각했지만

 

남자에게 지는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그 후에도 제대로 현장에 나갔다。

 

 

그때부터 뭔가 인연이 있는건지 첫날부터 페어로 인식된건지、상품판매나 순회 등 이래저래 같이 있는 시간이 늘었다。

 

그렇게되면 당연히 대화할 기회도 늘어났고、내 안에 있던 안맞다는 인식은 다음날에 사라졌다。

 

 

 

 

 

「헤에、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나오는구나。」

 

「나도 몰랐는데、아무래도 2일차 시크릿 게스트로 나온다더라。

상품판매에 원하던 CD도 나오니까 못사게 되는 경우도 없어졌고 만만세야。」

 

 

스태프를 통하여 원래 사려했던 CD를 한 장、개인적으로 구입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라이브 기념으로 사갈 생각이다。

 

뭐、결국은 나중에 호화판이라도 사게 되겠지만 추억은 소중한거니까 거긴 모른척이다。

 

 

안맞다고 생각한거 치고 친해져서、친구처럼 취미 얘기를 하는건 어떨까 싶기도 했지만、

 

이래저래 시끄러운 아줌마들 보다는 옆에서 순순히 얘기를 들어주는 우등생님이다。

 

남자가 곁에 있기만 해도 청량제가 된다는 이유도 있지만。

 

 

어차피 아르바이트 외에는 얘기할 수도 없겠지。

 

불량과 우등생이 학교에서 관련될 일은 제대로 없을테니 지금쯤은 괜찮겠지。

 

한여름의 사랑이 아닌 5일 한정의 우정이다。

 

 

열사병 조심 간판을 내걸고 둘이서 순회한다。

 

첫날의 반성을 살려 새롭게 지급된 모자와 타올을 두르고 돌고있지만、더운건 어쩔 수 없다。

 

 

「그러고보니、첫날에 몇 명인가 도망갔다며。」

 

 

타올로 땀을 닦으며 문득 그런 일을 생각해냈다。

 

점심 시간에 아줌마들이 굿즈를 노리는 근성없는 꼬마들이 몇 명인가 도망갔다고 말했다。

 

둘째 날까지 버텼으면 모자와 타올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아까운 짓을 했구나 하고 그런 생각을 떠올린 것이다。

 

어제 침대에서 똑같은 생각을 했던 자신은 덮어두었다。

 

 

「아、그러고보니 몇 명인가 경박해보이는 것들이 사라졌네。

일하는중에 헌팅해와서 곤란했으니 개인적으로 고맙지만。」

 

 

그렇게 말하더니 허리에 차고있던 물통에서 수분 보급을 하는 모습을 보고、그 말에 내심 납득 했다。

 

 

호감가는 얼굴에 어른스러운 분위기、역시 헌팅 한 두번이야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꽤나 털털하고 기가센 성격이지만、그걸 알아도 꼬시려는 여자는 있겠지。

 

지금도 물을 삼킬 때마다 움직이는 목젖이 유난히 요염해서 시선을 빼앗겨버린다。

 

 

「응、지쳤어?간판 드는거 바꿔줄까?」

 

 

아니、역시 요염하지 않아。건방져 이 녀석。

 

 

첫날과 다르게、회장을 해체하는 마지막날 까지는 웬만한 날씨가 아닌이상

 

행사장의 스태프로서 반나절과 사람이 많은 낮 시간만 일하면 나머지는 자유시간이다。

 

오전에 힘내면 오후가、오후에 힘내면 오전이 통째로 자유시간이 된다。

 

나는 듣고 싶은 아티스트 때에 프리가 되고 싶어서 대체로 오전에 넣고 있지만、우연히 우등생과 시간이 겹쳤다。

 

 

소매가 자꾸 스치는게 뭐하다며、라이브 첫날에 돌아가려던 차에 오후의 라이브도 보고 가라고 권했지만、

 

다른 아르바이트가 남아있다며 거절당했다。

 

우등생으로만 봤는데 의외로 알바전사인 것 같다。

 

남자라는건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드는 것 같고、의외로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일지도 모른다。

 

 

라이브 둘째 날도 같이 알바를 하고 결국 오전에 돌아가 버려서

 

동년배가 없는 가운데 누군가와 대화하는 일도 없이 라이브를 즐기고 있더니 누군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알바가 빨리 끝나서 들렀어。」

 

 

시비라도 걸린건가 싶어서 돌아보니、며칠 사이에 익숙해진 인물이 그곳에 있었다。

 

생각치 못한 등장에 놀라기야 했지만、특히 놀란 부분은 어른스러운 녀석의 복장이였다。

 

패션잡지에서 튀어나온게 아닌가 하는 바보같은 감상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적어도 이 며칠 자주 봤던 티셔츠에 청바지 같은 움직이 편한 복장은 아니었다。

 

땀을 닦을때 슬쩍 보이는 복근보다、어느쪽인가하면 노출이 적고 옷깃으로 보이는 쇄골에서 페티즘을 느끼게 하는 복장。

 

라고 말하면 변태취급을 받을테니 마음 속에만 담아뒀다。

 

 

갑작스러운 일로 당황하고、결국 그 이후 목적의 아티스트가 나올 때까지 옆자리가 신경쓰여

 

제대로 노래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단순한 자신을 진심으로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노래의 힘은 굉장해서、배에 울리는 노랫소리가 들리는 무렵에는 동요 따위 어디에도 없었다。

 

 

「뭔가 굉장했지。난 별로 음악은 듣지 않지만 엄청났어!」

 

 

자신이 좋아하는걸 칭찬받으면 기쁘다。

 

왠지 우쭐해 하면서、머리 좋은 녀석도 노래 감상은 나와 다를게 없구나 하고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후에 약속이 있다며 녀석은 돌아갔지만、나는 별다른 말 없이 「내일 봐。」라고 인사를 건넸다。

 

 

내 마음 속 우등생의 이미지라는 벽이 그때 완전히 허물어져 있었다。

 

친구도 단순히 아는 사이도라고 할 수 없는 미묘한 관계가、

 

같이 고생하고 음악을 통해 가까워진 존재와의 관계가、이걸로 끝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고 생각한 것이다。

 

 

 

 

 

 

 

 

 

「괜찮으며 들어봐。그리고、또 감상 들려줘。」

 

 

알바 마지막 날、이제 돌아가면 끝인 타이밍에 나는 녀석에게 구매한 두 장의 CD중 하나를 넘겼다。

 

아무것도 아닌 변덕이라고 말했지만、같은 것을 좋아해줬으면 하는 그것은 확실히 내 어리광이였다。

 

 

조금 놀란듯한 그 녀석은、파앗 하고 기쁜 듯한 표정을 뛰우더니、

 

고맙다며 내  손에서 CD를 받아들고 「학교에서 보자」라는 한마디를 건네고 돌아갔다。

 

 

기껏 받은 알바비가 조금 줄었지만、그 한마디로 거스름이 돌아온 느낌이라 기쁜 마음으로 혼자 집에 돌아갔다。

 

 

 

 

 

 

 

 

 

현관 문을 열자 야채와 우유의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오늘 저녁밥은 스튜일까 하고 당신은 더욱 배고파지는걸 느끼며、기대를 부풀린다。

 

오늘도 의부의 귀가가 늦기 때문에 저녁은 둘이서 해결하기로 했지만、기다려준게 기뻐서 뺨이 느슨해진다。

 

 

「오빠 어서와。저녁 준비 다 됐는데、샤워 먼저 할거야?」

 

「다녀왔어 유카。그렇게 할게。고마워、이건 선물。」

 

「CD?괜찮아?」

 

 

귀엽게 다가온 의매에게 감사를 표하고、당신은 봉투에 들어있던 CD를 건넸다。

 

알바동료에게 추천받은 얼마전에 라이브로 들었던 아티스트의 CD다。

 

 

「나는 1장 더 있으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당신은 가방에 들어있던 CD를 꺼내더니、샤워하기 전에 방에 두러 갔다。

 

 

「잘못 산거야?」

 

 

당연한 의문이 돌아왔지만、당신은 뭐라고 대답할까 생각한 후에

 

 

「응ー、여러가지 기쁜 일이 있었어。」

 

 

결국 아무 것도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음악에 정열을 불태우는 불량소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식탁에 앉은 후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한여름의 만남을 곱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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