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빠의 모습이 이상하다。
예전과 비교해서 옷의 취향이 바뀌었다。주말에 외출할 때 짐을 갖고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무서운 분위기의 사람과 친해졌다。
특히 떠오르는건 여름축제 때。여자와 나란히 사이좋게 걷는 오빠의 뒷모습이다。
나에게는 연인 사이라고 말해도 납득 해버릴만한 거리감이었다。
오빠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있는 것도 알고있고、엄마의 생일에 꽃을 사온 것도 알고 있다。
밥도 맛있고、다른 집안일도 노력해주고 있다。집에서의 오빠는 여전히 내가 알고있는 오빠다。
그렇게 옛날과 변함없는 오빠라고 느끼는 반면、약간의 변화가 눈에 띄면 뭔가 몽글하다。
오빠의 모든걸 내가 파악하고 있는게 아니니까 약간의 변화 정도는 있는게 당연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역시 신경쓰인다。
오빠는 『친구』에게 받은 최근 마음에든 CD를 듣고선 상냥한 얼굴이 되었다。
요전번의 여름축제에서는、무서운 분위기의 여자와 사이좋아 보였고、
돌아가는 길에는 다른 여자와 단 둘이서 사이좋아 보였다。
데이트라고 생각했는데、오빠는 『같은 반 친구와 놀았을 뿐』이라고 한다。
무의미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오빠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불안해지는 것이다。
오빠가 밝아진건 기쁘다。
엄마의 일로 울 것 같은 오빠를 봐온 나로서는 오빠가 웃어주기만 해도 만세라는 마음도 있다。
아빠 일도 있고 집에서는 여러가지 어려울테니 학교에서 숨 돌릴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단지 사이좋아진 상대가 예상 외였다。
「남자는 남자랑 놀아야 하는거 아니야!?」
컵의 내용물을 비우고 소리친다。
눈앞의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납득했다는 얼굴을 하고서는、
「과연。유카는 남자끼리 연애하는게 좋다는 사람인가。」
「아・니・라・고!」
나의 울적한 불안감을 알아주지 않는 친구에게 무심코 소리쳤지만、
지나가던 점원이 노려봤기 떄문에 소리를 낮추고 대화를 이어간다。
「별로 불량배 같은 사람과 사귀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야。」
「엣、오빠 여친 생겼어?」
「아니야!」
아까부터 알면서 놀리는건지 마이페이스인건지。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콜라 플로트를 만들고 있는 친구의 속마음을 읽을 수 없다。
상담할 상대를 잘못 골랐나 싶었지만、그럼에도 연애 관련으로 상담 할 수 있는 상대는 한정적이고、
그 중에서도 남친이 있는 이 친구가 나보다 연애쪽에 밝을테니 불평할 수는 없다。
「그치만 나도 남자에게 상담받기도 하고、유카도 남자와 사이좋게 얘기 하잖아。」
「그건 그렇지만…。」
친구 사이에 귀천이나 우열은 없다。그런건 알고 있다。
하지만 우등생인 오빠가 불량아와 같이 있다니 라고 생각해버리는 내가 있다。
그리고 누구와 만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채、치장하는 오빠를 보고있는건 정신 건강상 좋지 않다。
「남녀 불문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어필해오는 사람도 있으니까 유카의 걱정도 이해하지만。」
「적어도 오빠가 뭘 하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고민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오빠에게 물어봐도 얼버무리고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고。
오빠가 밤거리에서 몸을 팔고 있다는 의혹도 떨쳐내지 못했고、오히려 의혹은 깊어지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밖에서 이상한 연인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으갹ー!하고 머리를 헝클며 책상에 얼굴을 묻는다。
「진정해。오빠라면 괜찮아。불량이라면 여름축에의 그 사람이지?괜찮아 괜찮아。」
「어째서 호우카가 괜찮다고 말하는거야。」
사람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무책임한거 아닌가하고 노려봤지만、호우카는 신경쓰지도 않고
「에ー…연애 전투력일까요。」라고 먼 곳을 보는 듯한 눈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
까불거리는건 평소대로지만、될 수 있으면 진지하게 대답해 줬으면 좋겠다。
「진지하게 대답하면 아마 유카짱이 죽어버릴텐데?
대충 대답하는 것은 피라미 전투력인 유카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상냥함이야。」
「지금 그런 상냥함은 필요 없어!」
「…진정해라 나。지금의 감정대로 입을 놀리면 분명히 엄청 재밌겠지만 눈앞에 있는 것은 친구、친구다。」
진지하게 물어봤지만 아무래도 얘기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결국 상담해도 전혀 해결된게 없잖아。
드링크 바의 대금정도로는 이정도 대가 뿐인 것도 이해하지만、실마리 정도는 얻고 싶었다。
문자 그대로 나의 기분전환에 어울려주고 있을 뿐이니까 그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겠지만。
오빠의 의혹과 최근의 변화를 생각하면 여러가지 납득이 되는 부분도 있다。
갑자기 바뀐 악세사리 취향도、오빠의 옷에서 풍기는 여자 냄새도。
오빠가 말한 『친구』도、이른바 세、섹스 프렌드라는 의미라면 거짓말도 아니고。
내 머릿속에서 오빠를 믿고 싶어하는 나와 몹쓸 짓을 하고있을거라 의심하는 내가、
불량 남자가 되었을거라는 새로운 나의 주장에 동조를 시작하던 중、
호우카가 나를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며 묘한 말을 했다。
「그렇게 신경쓰이면 오빠를 미행해봐 여러가지 알 수 있을걸。」
그 말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있자、이전 일요일에 오빠를 목격했을 때 여러가지를 봤다는걸 알려줬다。
뭘 봤는지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내가 말하는건 좀 꺼려지니까、일단 말야。나는 말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역시 액티브한 친구를 둬야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더듬고 있는 것보다 하는 일이 정해진 것이 한층 움직이기 쉬운 법。
오빠에게 미안하지만 난 진심이야。오빠가 먼저 걱정끼치는 행동을 했으니까 용서해 줄거야。
「고마워 호우카!」
「오우。시체는 회수해주마。」
나는 내밀어진 드링크를 호우카에게서 받아들고 목에 흘려 넣는다。
이상하리만큼 여러가지 맛이 나는 오렌지 주스였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럼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좋아。
오빠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나도 서둘러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멀찍이 보이는 오빠의 등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쫓는다。
우리 집에서 역까지 거의 일직선이므로、일요일 아침이라 사람이 거의 없어도 오빠에게 들킬 염려는 없다。
평소에는 점심 후에 나가는데、
오늘은 며칠 전부터 점심은 필요없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미행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호우카에게 들은 날도 아침부터 나갔을테니 오빠의 비밀을 캐내려면 오늘이 최선이다。
역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많아져 한층 여유를 가지고 오빠에게 더욱 접근하여 미행하는게 가능했다。
전철에 타면 내리는 오빠를 따라갈 뿐이라 놓치지만 않으면 괜찮다。
이럴 때 오빠의 티켓을 조사하지 않아도 카드 하나로 쫓아갈 수 있다는건 정말 편리하다。
전자화 찬양하리라。
남성전용차량을 타지 않고 일반차량에서 전철에 흔들리는 오빠의 모습을 구석에서 관찰하고、
들키지 않은걸 확인 후 조금 휴식한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자、오빠의 맞은편에서 스마트폰을 들고있는 언니가 눈에 들어왔다。
평범하게 스마트폰을 사용중인게 아니라 명백히 오빠쪽으로 카메라를 향하고 있다。아마 도촬이다。
오빠는 신경쓰지 않는건지 눈치채지 못한건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고、애초에 눈을 감고 있는 것 같았다。
미행 중인 이상 충고할 수도 없고 답답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중에 오빠에게 단단히 충고하겠다고 마음 속에 담아뒀다。
전철이 멈추고、이동하기 시작한 오빠를 뒤쫓는다。
역 건물 입구까지 이동하다가 형이 걸음을 멈추어 황급히 나도 가까이 숨는다。
두리번거리는걸 보면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상황을 살피자、아무래도 옅은 머리색에 반응하는듯 하며、시선이 그런 사람들에게 향하는 것 같았다。
옅은 머리색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그 불량 여자다。
역시 데이트였던 걸까。오늘은 짐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내 머릿속에 불량에게 어깨를 안기고 싫지만도 않은 표정인 오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사히쨩 기다렸지。」
빙글빙글 도는 머릿속에서 갸루화한 오빠의 모습에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논쟁이 벌어지는 중、
오빠가 서있는 방향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르는 사람이다。그보다 아사히라는건 오빠를 말하는걸까?별명?
「미야씨、쨩은 그만두라고 말했잖아요。오늘은 어디로 가는건가요?」
「아시히쨩이 있으니까 오늘은 저쪽까지 가보고싶네。」
예상 외로 모르는 여성의 등장에 조금 늦어져서、팔짱을 끼고 이동하는 두 사람을 다급하게 쫓는다。
동성 같은 친밀함에 안좋은 예감이 현실성을 띄기 시작했다。
너무 접근하면 들키기 때문에 대화는 거의 들리지 않지만、간혹 「가게」「부족해」「좋아해」「밥」 같은 단어가 들려온다。
…혹시、아사히라는건 오빠의 기명인걸까。
이건 혹시 호우카가 건네준 책에 있던 「동반 출근」이라는 걸지도! 1
멀리서도 친근한 사이인걸 알 수 있는 두 사람이 즐겁게 대화하는 것과는 반대로、
나는 자신의 번뜩임에 손끝의 감각이 점차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오빠가 밤 거리에서 일하고 있을지도 몰라。
눈앞이 어두워지는걸 느끼는 것과 동시에 주위의 잡음도 멀어지는 것 같았다。
어질어질한 시야를 무시하고 미행을 속행하지만、솔직히 주저앉아 울고싶었다。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여성쪽은 엄마보다 젊다。게다가 오빠보다 어른스러운 사람이고 멋진 사람。
근처에 보이지 않는 타입의 여성이다。
오빠가 팔짱끼는걸 허락하는 상대…그야말로 가족같이 친근한 사람이겠지。
가슴에 휑하니 구멍이 뚫린듯한 느낌에、시야가 눈물로 번졌다。
오빠의 왼쪽은 항상 내 자리였다。지금은 그곳에 모르는 여성이 있다。
그 사실이 왠지 너무 슬프고、너무나 싫게 느껴져서 무심코 멈춰 서버렸다。
여자친구、인걸까。저 사람이 오빠의 새로운 돌아갈 장소인걸까。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이 바닥에 얼룩을 만든다。멈춰달라고 빌어도 도저히 들어주질 않는다。
오빠의 등이 멀어져 가는 것을 봐도 내 발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이미 미행할 이유가 없다。
진정되면 돌아가자。아빠가 걱정하겠지만 친구와 싸웠다고 말하면 깊게 파고들진 않을거야。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고 앞을 보니 사람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아가씨 괜찮아?손수건 빌려줄테니 쓰렴。」
깜짝놀라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뺨에 닿은 손의 감촉에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예쁜 여자、오빠의 연인。
「유카!?왜 울고있어、무슨 일 있었어?」
「아사히쨩의 지인?」
「여동생입니다。」
그녀를 따라온 오빠에게도 들켰다。내 머릿속에는 혼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흘러나온다。이제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사히쨩、오늘은 장보기 중지하고 가게에 갈까。여동생이 진정할만한 곳이 좋겠지?」
「죄송합니다 미야씨。유카、자。」
시키는대로 흘러가는대로、엉엉 울면서 오빠의 왼팔을 붙잡고 따라걷는다。
그 옆에서 여친씨가 보폭에 맞춰서 따라와주는 것이 미안했지만、내 자리에 돌아온 것 같아서 조금 기뻤다。
「카페 점장님?」
「그래。아사히쨩은 점원。오빠한테 듣지 못했어?」
애초에 오빠는 일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기 떄문에、식사가 제공된다는 것 밖에 모른다。
여친씨 가 아니라 점장님이 말하길、아무래도 오빠는 이 가게에서 야간 알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학생을 고용해주는 곳은 적은데 식사까지 제공해주는 이 가게는 천국 같다고 오빠는 말한다。
제복으로 갈아입은 오빠의 모습은 조금 신선하고、너무 잘 어울렸다。
「오빠를 걱정해서 따라왔다니 좋은 동생이잖아。」
「저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상냥한 아이입니다。걱정끼치기 싫어서 비밀로 했는데 역효과였나。」
미안해、라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준다。요즘 스킨십이 부족해서 불만이었던 나로서는 더할나위 없다。
「기왕이면 오늘은 오빠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가면 되겠네。」
「미야씨와 상담하고 결정했어。밥도 먹고 가。대금은 월급에서 깎아두면 되니까。」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은 상냥하고 착하고 의지되는、평소대로의 오빠였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또 너무 기뻤다。
이상하게 의심해버린 점장님께도 나쁜짓을 해버렸다고, 여러가지 생각을 말로 하려다가 결국、
「…미안해 오빠。」
이 한마디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오빠에게 거의 전해지지 않겠지。
점장님한테는 더욱。
나는 어린애니까。마음이 정리될때까지는 어른 2명에게 어리광부리자。
「그건 그렇고 미야씨를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다니。」
「예쁜 사람이고、친하게 보였으니까。」
동성과 같은 거리감으로 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연인으로 오해할 수 밖에 없는데、오빠는 의외로 둔감?
「아 그러고보니 유카도 조심해。미야씨의 연애 대상은 여자니까 노려질 수도 있어。」
「후에!?」
예상외의 말에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납득하면서 동시에、
설마 오빠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걱정해야 할줄은 몰랐다는 동요가 뇌를 흔든다。
그 후 먹었던 밥의 맛은 기억나지 않았고、
훗날 오빠와 아빠 사이에 오늘 일에 대한 얘기가 있었던 것 같지만、그것에 대해서는 나는 잘 모른다。
이 날、나는 어른의 세계는 복잡하다는걸 배웠다。
호우카는 폭소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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