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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러니까 재수생한테 경어 쓰지 말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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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헌팅남은 팔을 수수녀의 어깨에 두르려했다。

수수녀도 그걸 눈치 챘겠지。몸을 조금 움찔했다。하지만 거절은 하지 않았다。

아니。못한거다。남자 아싸는 외톨이가 된다。여자 아싸는 누군가의 먹잇감이 된다。

둘 다 말을 못한다。무서우니까 말하지 못한다。

설령 자신을 먹으려는 인간이 상대여도 미움받는게 무서워서 거절하지 못한다。

수수녀는 첫 번째의 나를 닮았다。

그래서 나는 분위기 헌팅남의 손이 수수녀의 어깨에 닿기 전에 붙잡았다。

 

 

「…엣…어라?」

 

 

수수녀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본다。

앞머리 뒤에서 엿보이는 눈동자는 의외로 귀여웠다、그리고 놀라는 듯했다。 

 

 

「어이?!뭘 붙잡고 있는거야!」

 

 

분위기 헌팅남이 나를 위협한다。귀찮네。

이런 녀석에게는 서열을 인식 시켜줘야 한다。

 

 

「앙?너 지금 반말했냐?나는 너보다 연상이다。경의를 표해라」

 

 

조금 허세를 부려본다。알아서 착각해주길 바라며。

 

 

「에엣!?아 선배님이군요…아뇨、저기…」

 

 

분위기 헌팅남이 갑자기 순해진다。잘 먹혔다。나를 상급생이라 착각 해줬다。

이런 녀석은 눈에 보이는 서열에 약하다。그리고 풋풋한 느낌으로 봐서는 현역생이겠지。

아직 대학에 익숙하지 않아서、고등학교 시절의 상식을 질질 끌고있다。

연상이라면 상급생。하지만 대학에는 연상의 동급생이 잔뜩 있다。생각이 짧다。

 

 

「너、우리 체면을 구길 생각?우리 서클은 성희롱 금지다。

아무리 취했어도 한 방에 아웃。

이벤트 서클이나 야리 서클이 아니라고。대학이 물로 보이냐。응?」

 

「에…저기…별로 싫어하지 않는 느낌이라。무심코」

 

「무심코가 아니야 멍청아。내가 막지 않았으면 너는 대학으로부터 지도를 받았을거다。

자칫하면 퇴학 당할지도?」

 

「에、아니 아니!그런 일은!」

 

「아니 아니가 아니라고。뭐 내가 막아줬으니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지만」

 

 

상대를 위협하는 요령은、은혜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첫 번째 사회인 시절에 반사[각주:1] 녀석들이 내 일에 관여한 적이 있는데、그 때 배웠다。건축업계의 어둠은 깊다。

 

 

「가、감사합니다」

 

「그래 그래。제대로 인사 했으면 됐어。자。이 애 앞에서 사라져라。다른 섬으로 꺼져。

말해두겠는데 지금 일은 퍼뜨리지 마라。나에게 창피를 줄 생각은 아니겠지。알겠냐?」

 

 

마지막으로 힘껏 노려봐준다。

분위기 헌팅남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더니、수수녀에게서 멀어져갔다。

이곳은 넓다。멀리 떨어진 곳의 친구들로 보이는 그룹으로 돌아갔다。

위협은 성공적이었다。

 

 

「저、저기、고、고맙습니다。서、선배님…」

 

 

엄청 더듬네…이 애는 긴장했거나 너무 겁먹은 것 같다。

나는 수수녀의 옆에 앉는다。아직 그 분위기 헌팅남이 이쪽을 살피고 있으니까 호위해두고 싶다。

 

 

「선배님은 그만둬。아까 그건 허풍이야。나도 너랑 같은 1학년이야。재수했지만!크크크」

 

 

수수녀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곧장 미소 지었다。

 

 

「그랬군요。고마워요」

 

「경어도 필요없어。재수생도 현역생도 같은 학년이면 반말이 기본이야」

 

 

현역생이 잠시동안 재수생에게 경어쓰는 문제。

반대로 재수생이 한 학년 위의 동갑에게 반말 했다가 빈축사는 문제。일본어는 어렵네。

 

 

「…저기、나는、그、사투리가 너무 심해서…경어가 아니면 제대로 말할 수 없어요」

 

「아 그렇구나。어디 출신이길래?참고로 나는 홋카이도」

 

「사츠마입니다」

 

「아아…과연…」

 


근데 사츠마라니…상당히 옛날 명칭이네[각주:2]

거기 억양은 관동권[각주:3] 사람들이 알아듣기 힘들지。이해 된다。

 

 

「아직도 그 녀석이 보고 있으니、잠시 얘기하자」

 

 

수수녀가 깜짝 놀라며 분위기 헌팅남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입술을 깨물고、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네 이름을 알려줘。나는 건축학과 토키와 카나히사。카나타나 카나데라고 불러줘」

 

「…카나타씨라 부를게요。나는 코우요 유즈리하입니다。이학부 수학과입니다」

 

「에?진짜?!굉장하네!수학과?!」

 

 

우리 대학 수학과는 위험하다。뭐가 위험하냐면 뭐든 위험하다。

수학 점수만 따지면 의학부보다 높은 사람들이 우글거린다。

머리가 너무 좋아서 영문 모를 레벨의 녀석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우리 대학의 천재 소굴중 하나다。참고로 여성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애초에 코우토 대학 자체가 거의 남학교 같은 느낌이라 남녀비가 압도적으로 치우쳐있다。

 

 

「역시 이상하죠…저 같은게 수학과라니…」

 

「아니 그렇지 않다니까!수학과는 귀재[각주:4]천재들의 집합소니까、오히려 굉장하잖아!」

 

「하지만 학과에 여자는 저 한 명 뿐이에요。

같은 학교에서 우리 대학에 들어온 여자는 전부 문학부나 사회학부고…

나 지력[각주:5]이 서툴러서 문과에 못 갔고…오히려 수학 밖에 잘하는게 없고」

 

 

이과에 못 가니까 문과로 가는건 당연한게 아닌가?겸손 방법이 뭔가 엉망진창이다。

 

 

「나는 굉장하다 생각해!응!수학에 특기인 여자는 멋있어!응!」

 

 

하지만 나의 칭찬은 수수녀에게 먹히지 않았다。무릎을 껴안고、이마를 무릎 위에 얹는다。

 

 

「하지만 학교 애들이 수학을 너무 잘해서 남자 같고 못생겼다고。

여성 호르믄이 가슴에만 몰렸다고…수학 밖에 잘하는게 없으니까 회장도 못하는거라고…」

 

 

뭔가 엄청 네거티브하게 풀죽어있다。이 녀석 안되겠군。

이런 네거티브 사고의 소유자는 플레이보이 입장에서 무척 쉬울것이다。

그 녀석이 분위기 헌팅남이었으니 세이프였지만、익숙한 녀석이었다면 지금쯤 러브호텔이다。

화제를 바꿔보자。

 

 

「그、그렇구나…。코우요씨가 여기 왔다는건、교육에 흥미 있는거지?교사가 목표라던가?」

 

「전혀 없습니다。나、출신 학교 애들에게 권유 받았어요。

술자리에 가자며。여고라서 남자와의 만남이 없었고、

다들 남자친구 만들고 싶다고、하지만 난 그런거 잘 모르고、그치만 거절할 수 없어서…」

 

 

우와아…얼핏 들어보니、이 애는 동성 친구도 없네。아싸 오브 아싸。

머릿수 채우기의 1명으로서 끌려온 것 같네。혹은 남자를 낚기위한 미끼 취급。

 

 

「오늘도 대화에 따라갈 수 없어서、혼자 구석에 있었더니 아까 그 사람에게 엮여서、

무서워서、하지만 거절하면 더 무서워질 것 같아서…대학 무서워요。사츠마에 돌아가고 싶어요…」

 

 

푹 가라앉는 코우요씨。뭔가 진짜로 불쌍하다。아야시로를 붙여줄까 했다。

하지만 아야시로는 선배들에게 열변을 토하고 있다。방해할 수 없다。

자신감을 살려주고 싶네。

 

 

「코우요씨。잠깐 앞머리좀 올려봐」

 

「…에?싫…네…」

 

 

싫다고 말하려다가、결국 거절하지 못했네。

강제적인건 내키지 않지만、세상에는 충격요법이라는 말도 있다。

 

 

「잠깐 실례할게」

 

 

나는 재킷 주머니에서 왁스를 꺼내、손에 살짝 묻혀서、그녀의 앞머리를 정리해준다。

 

 

「자、봐」

 

 

나는 그녀의 얼굴 앞에 손거울을 들이댔다。앞머리 안쪽의 눈동자가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무척 귀여운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1. 반사회적 세력. 폭력, 사기, 위협 등 불법적인 행위로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나 개인의 총칭 [본문으로]
  2. 지금은 가고시마로 불린다 [본문으로]
  3. 일본의 동쪽 지방 [본문으로]
  4. 세상이 깜짝 놀랄 만큼 뛰어난 재능 [본문으로]
  5. 지리,역사 과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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