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ー、끄윽……」
A랭크 모험자 『잭・칼리슨』의 최근 일상은、하루종일 술독에 빠지는 것。
취해있는 동안은 모든걸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그 공포를 잊을 수 있었다。
「……젠장」
또다시 뇌리를 스치는 그 광경을 지우기 위해、잭은 술을 들이킨다。
숙소 주인이 아침부터 술독에 빠진 남자를 보며 한숨을 쉬지만、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이제 모든 것이 아무래도 좋았다。
───『영웅』을 동경했다。
음유시인이 노래하는 모험활극을 좋아헀다。
그래서 모험자가 되었지만、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벽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꾸준히 노력했다。
차근차근 쌓아올린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맺어、나이 30을 맞이할 무렵、
잭은 드디어 A랭크 모험자가 될 수 있었다。
그래、열심히 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데、
───『뭐야、이정도인가』
얼음이 들이부어진 것처럼 오싹했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겠지)
잭의 메인무기는 루크와 동일한 『롱소드』다。
그래서일까。
고작 몇 합 주고받고 이해했다。
이해당해 버렸다。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없다、라고。
그리고 마무리 일격은 그 눈이다。
모든걸 깔보는 눈。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잭인 다시 술을 마신다。
싫은 기억을 씻어내듯。
그때、끼이익、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들어온 것은、평민 신분으로 왕국 기사단 부단장의 자리까지 올라간 『알프레드・딕』이었다。
「알씨」
「……칫、어리숙한 꼬맹이가。못봐주겠군」
돌아온 말은 신랄함 그 자체였다。
실은、잭과 알프레드는 같은 마을 출신이다。
그래서 『그 의뢰』는 잭에게 매우 안성맞춤이었다。
존경하는 알프레드에게 자신의 현재를 보여줄 수 있다。
A랭크 모험자가 된、자신의 현재를。
하지만、그 결과는 잭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죄송함다」
잭은 시선을 돌렸다。
아무것도 반박할 수 없었으니까。
아니、정말로 시선을 돌리고 싶었던건 나약한 자기 자신이겠지。
「네놈이 되고싶었던 『모험자』라는건、꽤나 가볍구나」
「…………」
「뭐 됐어。너에게 손님이다」
「……손님?」
조금 생각 해봤지만 전혀 짚이는 것이 없었다。
그런 잭과 상관없이 문이 열린다。
들어온 것은 모녀지간이라 생각되는 여성과 아이였다。
「저기、『잿빛 늑대의 발톱 자국』의 잭씨인가요?」
「에……아、네。본인이 그 잭입니다……」
잭이 그렇게 말하자、여성과 아이는 꽃이 핀듯한 미소를 띄웠다。
「『바질리스크』를 쓰러트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뿐만 아니라、마을의 모두도 감사하고 있어요!」
「고마워 아저씨!!」
그것은 거짓、속셈없는 순수한 감사였다。
「……아、아니……저는 의뢰를 해결했을 뿐이라」
「그래도、정말 감사해요」
모녀는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전하며 허리를 숙이더니 돌아갔다。
「알씨、이건 대체……」
「글쎄、나는 부탁받았을 뿐이다。이제 간다。이런 술에 쩔은 녀석과 어울릴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서 말야」
그렇게 말하고 알프레드씨는 훌쩍 떠났다。
덩그러니 혼자 남은 잭은 약간의 허무함에 사로잡히고、얼마 남지 않은 술을 들이켰다。
「……감사합니다、인가」
면전에서 들어던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의뢰를 받고、돈을 벌고、명성을 드높인다。
그런 나날이었다。
그래서 잊고 있었다。
어째서 모험자가 된 것인가。
어째서 영웅을 동경한 것인가。
그 진정한 이유를。
「뭐……누군가에게 도움은 된 것 같네」
도달할 수 없는 경지가 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결코 닿지 않는 경지가。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쌓아올린 것들이 쓸모없지는 않았다。
분명 누군가가 그 힘을 필요로 해주고 있다。
왜냐하면、아무리 위대한 영웅이어도 인류 전체를 지킬 수는 없으니까。
「……하핫、꼬맹이였네 나는」
이 날、잭의 잔에 술이 채워지는 일은 더이상 없었다。
몇일 후、A랭크 모험자 파티 『잿빛 늑대의 발톱 자국』이 활동을 재개한다。
그리고 다시 몇일 후───잭은 이 일이 모험자 길드의 현재 상황을 파악한 알의 주선임을 알게된다。
++++++++++
밀레스티아 왕국의 깃발을 내건 정교한 장식으로 꾸며진 마차가 내달린다。
온갖 매직 아이템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는 그것은、
아무리 거친 길을 달려도 탑승자가 흔들림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 마차 주위를 10명의 순백의 갑옷에 몸을 감싼 자들이 말을 타고 나란히 달리고 있다。
왕국 기사단이다。
그들은 마차에 타는 자의 호위가 임무지만、이건 소위 보여주기일 뿐이다。
왜냐하면───마차의 탑승자중 한 명이 『속성 마법』사용자니까。
「길버트가。지극히 높은 마법 적성을 보유한 가계지만、최근 몇 년간“속성”의 발현은 보이지 않은 것 같네요」
「아아아아아、돌아가고싶어어어어어。……왜 나인거야。밖은 싫어。집에 있고싶어。햇빛이 지독해」
「……길버트가는 힘을 가진 대귀족입니다。부디 실례가 안되도록 부탁드려요。
저도 최대한 보조 하겠습니다」
「알고있어 보좌관군。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아멜리아・폰・엘레프세리아』
갖가지 직함을 가진 그녀지만、그중 으뜬가는 것은 『속성 마법 연구국장』이다。
마법성에 있어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마법 연구부。
그 중에서도 속성 마법을 메인으로 취급하는 것이 속성 마법 연구국이다。
22살이라는 이례적인 젊은 나이에 속성 마법 연구 국장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틀림없는 인재다。
그리고、이 나라에서 속성 마법에 가장 조예깊은 인물 중 한 명이다。
하지만、현재 아멜리아의 직함은 그게 아니다。
그녀는 지금 『마법 감정관』이라는 마법 적성이나 속성 유무를 판단하는 직책의 인간으로서、마차에 타고있다。
「하아아아아、이런 자격은 따는게 아니었어어어어」
속성 마법을 연구할때 편리할 것 같네、라는 단순한 이유로 그녀는 이 자격을 취득했지만、그게 이번에 화를 불렀다。
『“가장 우수한”마법 감정관을 파견하라』 그런 요청이 길버트가에서 보내졌고、그에 가장 적합한 것이 아멜리아였다。
길버트공은 왕에 버금가는 영토를 가진 대귀족의 한 명이며、보유한 군사력과 재력은 도저히 경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요청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고작 마법 적성 감정에도 불구하고、어째서 “가장 우수한”이라는 조건을 붙인건지 상당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어떤 의도가 있는건지、어떤 이면이 있는건지。
온갖 억측이 난무했지만、그것은 사실 루크를 너무 사랑해서 일어난 결과라는건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낙심하지 마세요。어쩌면 “희소 속성”을 발현했을지도 모른다구요? 예를들면───」
「───『빛』이라던가?」
보좌관으로 파견된 남자의 말을 가로막으며 아멜리아가 말을 이었다。
「음ー、그럼 좋겠는데 말야。기대는 할 수 없겠지ー。마지막으로 희소 속성이 확인된게 언제였더라?
그게 분명……아슬란 마법 학원의 전 학원장、그 스승이 분명 『빛』이였지?」
「에에、기록상으로 그렇죠」
「하아아아아、보고싶다아아아아。전 학원장은 3개의 속성을 발현한 초 위험한 마법사였지만、
그 스승에게는 상대도 안 됐다고 하니까ー」
「믿기 힘들죠」
「보고싶다ー、엄청 보고싶다ー。아ー잘래。도착하면 깨워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아멜리아는 졸려보이는 그 눈을 조용히 감았다。
++++++++++
마차에서 내린 아멜리아네를 마중한건、길버트가 당주 『클로드・그레이・길버트』、
그리고 집사인 알버트와 몇 명의 수행원들이었다。
클로드의 외모는 음각이 깊고、깔끔하게 다듬어진 수염이 위엄을 돋보이게 했다。
하지만 그 안광은 맹금류처럼 날카로워서、그의 시선을 받은 자에게 두려움을 품게한다。
첫 대면에서 클로드가 초를 붙여도 될 정도로 팔불출임을 꿰뚫어 보는건 불가능하겠지。
「처음 뵙겠습니다、길버트경。오늘 마법 감정을 담당하게 될、아멜리아・폰・엘레프세리아입니다」
「아아、잘 와줬어 아멜리아전。자네에 대해 익히 들었다。안심하고 아들의 감정을 맡길 수 있겠어」
「송구합니다」
아멜리아에게 이미 나른한 분위기는 없었다。
「곧바로 부탁하지。알프레드、방으로 안내해줘。나는 아들을 데려오지」
「알겠습니다、주인님。부디 이쪽으로」
알프레드에게 안내받은 방에서 기다리길 몇 분。
철컥、하고 문이 열린다。
그곳에는 3명의 인물이 있었다。
루크와 그 부모다。
「……왜 너까지 오는거야」
「아들의 마법 감정이잖아! 그런걸 놓칠 수 없지!」
「하아……아멜리아전、미안하지만 우리도 동석해도 괜찮겠는가?」
「물론이죠」
그 대화를 신경쓰지도 않고、루크는 아멜리아의 정면에 앉았다。
「네가 그렇군。우수하다는군」
「……송구합니다」
당연하다는듯이 루크의 깔보는 시선。
그것에 아주 살짝 울컥해버린 아멜리아였지만、표정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뭐 됐어。어서 시작해라」
「그 전에 한가지 확인하겠습니다。감정결과 만약 어떤 『속성』을 가졌을 경우、
『속성 마법 행사 자격 취득』의 의무가 발생합니다」
「……즉、어떤 마법 학원에 입학하여 졸업해야만 하는건가」
「그렇습니다」
「흠」
루크는 조금 생각한다。
(뭐 이건 “족쇄”군。속성 마법사의 국외 유출을 막고싶은 거겠지)
여러 생각을 해봤지만、어찌됐든 여기서 마법 감정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상관없어」
「알겠습니다。그럼、“정보 마법”인 『감정』을 사용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아멜리아는 양손을 루크에게 뻗었다。
그곳에 기하학적인 문양의 마법진이 나타나고───곧장 사라졌다。
「……에」
「뭐야、왜그러지?」
마력이 빨려나가는 감각。
아멜리아의 뛰어난 두뇌가 그 답을 즉각 이끌어냈지만、그녀 자신이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몇 초간 굳어버렸다。
「……다시 한번」
식은땀이 흐른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감정』을 발동한다。
역시 마력이 빨리는 감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이상으로 마력을 쏟아넣어야 했다。
그리고、의혹은 절대적인 확신으로 바뀐다。
「───어」
감정 결과를 확인한 아멜리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뭐야、뭐라고 했는가。아들에게 속성 마법의 적성은 있는건가?」
루크의 몇 십배는 긴장하며、아들의 감정 결과를 기다리던 클로드의 목소리。
하지만 그 대답은 너무나도 예상 밖이었다。
「───『어둠 속성』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위험해에에에!! 진짜 위험해에에에에에엣!!」
갑작스러운 기성。
아멜리아의 표변
다들 할말을 잃은 상황에서、루크는 조용히 낙담하고 있었다。
(『어둠』이라니……완전히 악역의 그것이잖아……)
++++++++++
───나비효과。
루크가 검술을 시작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검술에 힘쓰는 루크의 모습에 클로드가 감동받아、그의 자식사랑이 크게 악화。
그 결과、마법 감정관을 소환시 “가장 우수한”이라는 요구가 추가된다。
왕국은 길버트가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우수하지만 마법 미치광이인 아멜리아를 파견。
본래、추후에 소문으로 알게될 루크의 『어둠 속성』을 직접 확인。
그리고───아멜리아 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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