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자키、오늘은 꽤 좋은 시간이었지?」
「으……뭐、그렇지」
「크큭、그렇다해도 아랫도리까지 돌봐준건 아닌거 같지만」
「당연하지! 난 너같은 난봉꾼이 아니다!」
그야 그렇지라며 류이치는 웃었다。
설마 이런식으로 소헤이와 어울릴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오늘 클럽에서 함께 밥을 먹게된 것은 아주 귀한 경험이다。
그렇게까지 살벌한 세계는 아니지만、
주인공과 악역이 이렇게 함께있는 모습은 전생의 만화를 아는 사람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세계선이다。
「또 보자고 시노자키」
「오우。그래 시시도」
인사를 주고받고、두 명은 각자 등을 돌렸다。
하지만、거기서 류이치의 등 뒤에서 말이 걸려졌다 。
「시시도」
「엉?」
돌아보니 소헤이는 머뭇거리면서도、확실히 류이치의 눈을 응시하며 이런 말을 했다。
「전에 시즈나와 시시도가 그 가게에서 나왔을 때、나는 이런 수상한 가게라고 말했었지」
「뭐 그렇지」
확실히 그랬다는걸 류이치는 떠올렸다。
가볍게 갸루로 변장한 시즈나의 가슴을 그의 앞에서 주무르기도 했으니、
그건 어떤 의미로 소헤이에게 괴로운 기억일 것이다。
그때는 좋다고 생각해서 했지만、이렇게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자마자 면목없어졌다。
「그때는……아니、아무것도 아니야。그래서 말야?」
「아아」
소헤이가 이어간 말은 이렇다。
「역시 지금도 그런 가게는 수상쩍달까、뭐 어른의 가게라는 느낌이야。
그렇지만……마스터나 직원들이 굉장히 상냥해서 말야、따뜻한 곳이라 생각했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소헤이는 말했다。
그 가게는 수상쩍다……뭐 실제로 그렇고 그런 목적의 장소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경영하는 가게라는 것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소헤이같은 사람이 그러한 감상을 가지는건 이상하지 않지만、
이런식으로 말해주는 것은 류이치로서도 기뻤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부정하는건 좋지 않다는 공부가 되었어」
「뭐 공부하는 장소가 아니지만」
「알고있어。하지만……사회견학에 더할나위 없는 장소일지도」
참고로、소헤이의 뒤에서 열렬한 키스를 나누는 남녀도 있었는데 그에게는 자극이 강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여성 점원의 능숙한 말솜씨로、소헤이도 시종일관 즐거워 보였기 때문에 나쁜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참、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소헤이와 헤어져、류이치는 곧장 귀가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즈나에게 연락하여 소헤이에 대한걸 얘기하자、
매우 놀랐지만 동시에 왜 나를 불러주지 않았냐는 핀잔을 들었다。
『치사해 소헤이군』
「그 부분이냐」
하지만 뭐、다음에 밥 먹을 갈 때 시즈나 데려가는건 결정사항이다。
별로 오늘 일이 없었어도 시즈나를 데리고 갔던 적도 있고、
뭣하면 그녀는 알바중인 모습을 보고싶다 했으니 치사들과 함께 올지도。
『뭐 좋아。곧 기말고사고、류이치군과의 시간이 늘어날 것 같으니까』
시즈나의 말대로 기말고사를 대비하여 다 같이 공부할 예정이다。
계속 공부만 하면 숨막히니 이전에 말했듯 시즈나의 집에 여성진이 모일 예정도 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이벤트가 한가득이네」
『후후、하나씩 전부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자♪』
류이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류이치와 시즈나가 통화로 꽃피우는 도중、소헤이는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사회공부 같은 거라고 했지만、확실히 어른의 세계를 일부 알게된 것은 사실이다。
『친구랑 어디 다녀온거야? 설마 수상쩍은 가게는 아니겠지?』
너무 정확한 예상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소헤이는 웃으며 얼버무렸다。
「……시시도인가。좋은 녀석이지」
단순할지도 모르지만 소헤이는 류이치에 대한 인식을 고쳤다。
그는 소헤이의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은 상대지만、
계속 질질 끄는 일은 없이 시즈나가 웃을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생각조차 하게 되었다。
『시즈나는 맡겨둬라』
그 한마디는 무척 무겁고、신뢰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시시도라면 분명 시즈나를 목숨걸고 지켜며 행복하게 해준다、분하지만 그런 확신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지쳤네……잠이나 잘까」
침대에 파고들어 일찌감치 잠들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가게에서의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소헤이를 상대해준 사람은 미하라라는 이름의 여성인데、
그렇게 가까이서 성인 여성을 접해본 적도 없고 그렇게 커다란 가슴골짜기도 본 적이 없어서 、
그 자극적인 경험이 뇌리에 박혀 있었다。
「……하아。변태냐 나는」
뭐 분명、소헤이와 같은 고민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줄 것이다。
누구든 그런 색기 넘치는 성인여성과 접하게 되면、그것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게될 것이다。
「……………」
조금 잠들기 힘들었지만 소헤이는 곧바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신기한 꿈을 꾸게 되었다――그것은 또 다른 자신이 말을 걸어오는 꿈이었다。
「무슨 생각이야。그 녀석은 시즈나를 빼앗아갔다고!?」
자신과 똑같은 얼굴인 인간이 말하고 있다。
내용은 어째서 류이치와 친하게 지냈는지、
녀석은 시즈나를 빼앗아갔는데 뭐하는 짓이냐는 등 분노에 가득찬 말들 뿐이었다。
「……얼마 전의 나를 보는 것 같네」
현실을 보지 못하고 불평만 내뱉는 모습。
소꿉친구라는 관계에 의지하여、그녀는 절대로 자신을 돌아봐줄 것이는 환상에 매달리는 모습……
이렇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얼마나 한심한지 잘 알 수 있다。
「뭘 웃고있는데!? 너는 자존심도 없냐!?」
「……그런가。난 웃고 있었나」
아무래도 소헤이는 꿈속의 자신을 보고 웃은 모양이다。
그것을 알아채도 별다른 감정은 없고、반대로 더욱 웃었다。
「자존심 말이지……지겹도록 우물쭈물거리는 자존심은 진작에 버렸다。
나에게 시즈나는 소중하지만――」
거기서 소헤이는 일단 말을 끊고、숨을 들이마신 뒤 이어갔다。
「시즈나를 행복하게 해주고、동시에 시즈나가 좋아는 남자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 녀석이라면……시시도라면 시즈나를 무조건 행복하게 해준다」
「너……도대체 무슨!?」
이건 신기한 꿈、인데 이렇게나 화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뭐 소헤이에게도 여러가지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지만、이런 꿈은 잊어버리는게 좋다 생각하며 등을 돌렸다。
「도망치는거냐!?」
「도망? 아니지。잠들고 아침에 눈을 뜬다、즉 내일이 오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거다 바~보」
그렇게 말하자 꿈속의 나는 분한듯이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신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칫 잘못하면 나도 저런 모습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다。
「……시시도라는 인물을 꽤나 알게 되었지」
함께 밥을 먹을 때、마스터나 여성 점원도 대화에 가세하여 류이치에 대해 물어봤다。
그도 많은 일에 고뇌하고、
그 속에서 시즈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쌓으며 현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량한 것은 틀림없지만、시즈나가 푹 빠지게 된 것은 그 본질에 있는 상냥함이다。
혐오하던 상대에게 사랑에 빠지고 사귀게 된다、
마치 만화속 이야기 같지 않냐며 소헤이는 웃었다。
「뭐、막상 대화해보니 재밌었지。게다가 좋은 녀석이야……정말로」
만약 이게 만화속 이야기라면、시즈나라는 히로인을 그가 쟁취했을 뿐。
「만약 주인공이라는 말을 쓴다면、시시도 같은 녀석에게 딱 맞겠지」
소헤이는 평생 모르겠지만 이 세계는 이미 독자적인 루트로 향해가는 만화속 이야기라 해도 좋다。
본래의 주인공이자 빼앗기기만 하는 그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부정하지 않고、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좋은 가게였지。역시 단골은 무리지만」
뭐 그야 그렇지 라며 여러 사람이 웃을 것 같았다。
소헤이는 류이치를 주인공이라 말했지만、이렇게 억울함을 받아들이는 강인함 또한 주인공이라는 증거다。
힘내라 주인공。
너의 미래는 분명 찬란할거야、그를 비추는 빛이 그렇게 전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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