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상의를 돌려주기 위해 겐씨의 집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노크하니 얼굴을 내민 겐씨에게 지극히 정중한 인사를 했더니、「선물은 없냐?」라는 느낌으로 괴롭혀졌다。
마을에 있는 동안 겐씨에 대한걸 잊고 있어서 선물을 사지 않았다。
애초에 어머니가 콘페이토를 가져간 탓에 아직 아버지에게도 건네주지 못했다。
겐씨 본인도 선물 따위는 기대하지 않았을텐데、이때다 싶어서 밀어붙인다。좋은 미소였다。
「그럼 조만간 가져오겠습니다」라고 도망을 획책하는 중、그러고보니 겐씨가 한때 의사를 지망했던걸 떠올렸다。
의사라면 독에 대해서도 잘 알겠지。
그렇게 생각하여、그 자리의 분위기에 휩쓸린 것도 부인할 수 없지만、불안하게 생각했던 것을 털어놨다。
처음에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듣고있던 겐씨였지만、모반에 대한걸 듣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반 자살 건에서는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본론인 독에 대한걸 질문 해보니、바보냐 같은 느낌이 되었다。
「며칠 지났냐」
「나흘……닷새?」
「닷새?」
눈을 들여다본다。
목덜미에 손을 얹으며 체온을 쟀다。
「흥」하고 코를 울리더니、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며칠 후에 갑자기 효과가 도는 독이 있겠냐」
「없습니까?」
「없어」
단언했다。그 말투가 얼마나 듬직한지。
마음속에 쌓여있던 불안이 깨끗하게 흘러나간 것 같았다。
「정기적으로 섭취하면、서서히 듣는 독은 있지만 말야。
그런건 한 번 먹어봤자 독도 약도 안 돼。소변으로 나오고 끝이다」
「아니、하지만……뭔가、정말로 없나요 그런거」
「끈질기네。없는건 없는거다」
두 번째의 단언은 불안을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한 뒷받침이 되었다。
변명하듯이 말을 이었다。
「자살 권유를 받은건 태어나서 처음이고。역시 조금 동요가……」
「뭐、관광지에서 변변찮은 꼴을 당한 건 불쌍하지만」
「불쌍한 것은、어느쪽인가 하면 그 사람들 쪽이에요」
「……아아。자경단인가」
겐씨는 목 뒤로 손을 두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 녀석들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변해버렸네。말그대로 독에 당한 것 처럼」
그 말투는 무언가 알고있는 것 같았기에 질문해본다。
「몇 년 전에는 정상이었나요?」
「얼마 전까지는 진지한 녀석들이었다。이놈이고 저놈이고 눈이 반짝였지。
성가실 정도였다。네가 만났던 할멈도 말야。여기저기서 가족이 없는 아이들을 데려와 키우고……。
그게 참、상당히 이상해졌단 말이지。말세네」
「무언가 계기라도 있었던 걸까요」
「글쎄다。할멈이 미친 것은 나이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는 기분도 들지만……。
그렇다고 주위 녀석들까지 미친 것은 이상하지」
「그렇지요。……역시、본인들에게 듣지 않는 이상 모르겠네요」
그 말을 뱉은 순간、겐씨의 시선이 험악해진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속내를 꿰뚫겠다는 듯이 날카로웠다。
「너……설마 또 마을에 갈 생각은 아니겠지」
「맞습니다。최근、들키는 일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알기 쉽나요 ?」
「너처럼 알 수 없는 꼬맹이도 없지」
「그건 다행이다」
「다행은 개뿔。마을에 갈 생각 마라」
「뭐、그건 천천히 생각해볼게요」
얼버무리려 했는데 너무 노골적이었다。
겐씨는 한숨을 크게 쉰다。
슬쩍 。
「잠깐 들어와라」
「지금부터 단련이 있으므로」
「들어와」
「최근 여동생이 반항기라 불안정합니다。이러는 동안에도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계집은 계속 반항기잖아」
도망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눈빛을 받았기에、솔직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좌한 나의 맞은편에 겐씨가 앉고、대충 겉옷을 벗어 던진다。
「그래서」
겐씨 정도의 연령인 사람과、진지한 분위기로 마주 앉는 것은 긴장된다。
아마도 전생 탓이겠지。영혼에 들러붙은 버릇이다。
「저기말야。너에게 자살을 권유한 여자는、서도를 마경이라고 말했다지。
하지만 내가보기엔 그 마을도 충분히 마경이다」
「서도는 어디입니까」
「네가 갔던 마을보다 훨씬 동쪽에 있는 마을이다」
동쪽 주제에 서쪽이냐고 생각했지만、아마도 동국 기준으로 서쪽이겠지。
그렇다면 서도는 옛날 이름인가。지금은 뭐라 부르는 걸까。
「애초에、너는 자신의 머리색을 알고있는 거냐」
「아?」
「피처럼 검붉은 색을 주은이라 부른다더군요」
「누가 색깔의 이름따위를 물어봤냐」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납득할 수 없었지만、이야기는 이어졌다。
「그 검붉은 머리카락은、동쪽의 미치광이들에게 딱 좋은 표적이다。그래서 이걸 입고가라 한거다。
무슨 짓을 당할지 알 수 없거든。그건 너도 알고 있었지?」
동쪽의 위험도는 지식으로 알고 있다。
더불어、돌아오기 직전에 서쪽 사람이 동쪽에서 살해당했다고 들었다。
그것도 상당히 비참한 죽음이었던 것 같다。
동쪽 인간이 얼마나 원한을 품고있는지、이미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머리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는군요」
「아아」
「머리색이 다르다면、설령 동쪽 태생이어도 박해받는다는 거군요」
「그래」
「상당히 이상한 세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잠시 침묵이 찾아온다。
불편함에 몸을 뒤트는 겐씨를 바라보며、마을에서 내내 감시하던 3명을 떠올린다。
그 악의에 가득찬 시선은、내가 서쪽과 동쪽의 하프인 것을 알아서 였을까。
서쪽을 향한 증오를 나에게 돌리고、가능하면 복수하겠다는 생각이었을까。
그렇게 젊은데、복수심을 키우고 있었다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착잡해진다。연민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가여운 사람들이다。
과거에 사로잡혀、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사람들。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노려보며、증오를 쏟아내고 있다。
이 마을에서 동쪽으로 가면 그런 사람들 뿐인 것 같다。연민과 함께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생각해보면、과거에 사로잡힌 것은 나또한 그렇다。그러니까 싫어할 수 없다。
자신을 선반에 올려놓을 정도로、개방적은 삶은 나에게 불가능하다。
「뭐、이상할지도 모르지。하지만 말야。그게 사회다。그런 거야。어쩔 수 없는……」
자기 자신을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에、겐씨의 과거를 상상하게 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나에게 결코 들려주지 않겠지만、수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은 틀림없다。
겐씨뿐만 아니라、어머니 아버지에게도、카오리씨와 그 세 명、그 노파에게도 수많은 일이 있었겠지。
누구에게든 과거가 있다。다양한 경험을 겪으며 지금에 이른다。
실패는 셀 수도 없고、후회나 미련도 지겹도록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방금 전의 겐씨가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그 녀석들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변해버렸네。말그대로 독에 당한 것 처럼』
의지할곳 없는 아이를 떠맡고、영주의 악행으로부터 주민을 지키고。
거기에는 올바른 의지가 있었을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전후 몇 십년이나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것이、어째서 지금에서야 모반을?
지옥에서 구해낸 아이들을、또 지옥에 떨어뜨리는 짓을?
처음부터 목적은 복수였던 것일까。
모든 것이、나라에 한 방 먹이기 위한 밑작업이었다?
카오리씨를 떠올린다。
그 사람은 포기하고 있었다。자신의 장래를 깨닫고、눈앞에 들이닥친 죽음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동료의 폭주조차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가 하면 동쪽에 가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거나、일치단결이 아니라며 습격의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해야할 일은 확실히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무엇 때문에 살고、무슨 기분으로 죽는걸까?
괜히 궁금해졌다。
한 번 더 얘기하고 싶다。이번에는 일대 일로、터놓고 얘기하고 싶다。
또 기분 나쁜 경험을 겪을지도 모르고、다시 한 번 자살 권유를 받을 수도 있다。그럼에도、얘기하고 싶었다。
무엇이 본의고 무엇이 본심인가。독이나 모반은 실제로 어떠한가。
이 불합리한 세계를、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그걸 들으려면、역시 가야한다。그 마을에、다시。
「정했습니다」
「아?」
「정했습니다 저」
「……뭐냐?」
「어머니가 돌아오면、다시 한 번 그 마을에 가겠습니다。그 사람이 죽기 전에、다시 한 번 얘기하겠습니다。
하는김에 모반건도 따지고 올게요。아이들을 전쟁에 말려들게 할거냐고」
「……하아」
머리를 싸매고있는 겐씨를 바라본다。
한 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너희들 가계는、정말 고집스럽지……」
「어머니가 물려준 겁니다。탓하려면 그쪽을 탓해주세요」
「아니、증조모가 물려준거다。그 사람도 이런 느낌이였으니까 말야。그러니까 탓할 수 없지」
조모의 얼굴도 모르는데 증조모의 얘기를 해도 곤란하다。
분명 미야비님이랬나。그 노파가 그렇게 말했다。검성에 대해서도 말했지만、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기를 부추기는 수밖에 없겠군」
작은 목소리였지만 나에게 들리도록 중얼거렸다。
겐씨는 나를 막고싶은 것 같다。쓸데없는 참견이다。
「어머니에게는 제가 말해두겠습니다。제대로 허락 받고 갈테니 걱정마시길」
「아무리 나기여도 그런걸 허락할리 없잖아。
자신의 아이를 위험지역에 혼자 보내다니、아무리 그 녀석이어도……」
「가끔 아이의 어리광 정도는 들어주지 않겠습니까?」
「……부탁하니까、어린애다운 말좀 해라」
여전히 머리를 싸매고있는 겐씨는 어떻게든 단념시키려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나를 위해 고민해주는 것이니、최대한 어울려주고 싶지만、지금부터 아키의 단련이 있다。
슬슬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례했습니다」라며 떠나려는 나에게、겐씨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적어도、이걸 입고가라」
방금 돌려준 상의를 던져왔다。
이건 짐승내 때문에 좋아하지 않지만、모처럼의 호의를 무시하면 안되겠지。
「햇볕에 말리면 냄새가 빠지려나요?」
「해봐라。짐승내는 끈질기다」
「해볼게요」
상의를 들고 집을 나선다。
그 직전에 큰 한숨이 들려왔지만、이번에는 들려줄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돌아보지 않고 문을 닫는다。이번에는 선물을 사오겠다며 다짐하고、그 자리를 뒤로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아버지에게도 마을에 가는 것을 전해야할까 망설였다。
만약 만사가 생각대로 풀린다면 꼬박 하루는 집을 떠나있는 것이고、어머니를 경유하여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설교는 확정이다。태어나서 처음으로 주먹이 날아올지도 모른다。
이제와서 주먹 정도는 무섭지 않지만、아버지를 화나게 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면、사전에 전하면 어떻게 될까 싶었지만、어떻게도 안 될 것 같다。
둘 중 하나。뭐든 하나를 골라야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숨기는 것은 이제 슬슬 지긋지긋하다고 느끼는 자신이 있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숨기는 일 뿐이다。
전생의 지식따위、아버지는 고사하고 어머니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망언으로 치부된다。미친놈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그 노파와 동류 취급은 피하고 싶다。
전생의 일을 시작하여、말하지 못할 일이 잔뜩 있다。
그렇기에、적어도 이것만큼은 말하고 싶다。
솔직히 말한 뒤가 무섭지만、아버지를 위해서라도、전부 말한 다음에 마을로 향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어린아이의 어리광을 밀어붙이다 해도、할 건 하고 밀어붙여야겠지。
천칭이 기울었다。
아버지에게 말하는 방향으로。
우선 설득 문구부터다。잘 풀리지 않는다면 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대화의 흐름을 상상하며 집 근처까지 도착했다。
생각에 잠겨있는 시선은 아래를 향해 있어서、집 앞의 인기척에 눈치채지 못했다。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든다。
집 앞에는 아키가 있었다。
목도를 허리에 차고、언짢은 분위기를 주위에 흩뿌리고 있다。
나의 귀가가 늦어져서 화난건가 싶어서 초조했지만、자세히보니 아닌 것 같다。
옆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최근에 마을의 노인들조차 피하기 시작한 아케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고 쉴새없이 말을 걸고있는 그 사람은 본 적 없는 풍모의 노녀였다。
끝이 노랗고、뿌리로 갈수록 하얀 머리카락。정돈하지 않은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다。
그래도 불결해 보이지는 않았다。적당적당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품었다。
왼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다。자세나 체형으로 보아 보행 보조에 필요한 느낌은 아니다。
양다리로 멀쩡히 서있다。무척 건강해 보인다。
오른손으로 시선을 돌리고 눈을 부릅떴다。
축 늘어진 소매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다。한쪽 팔이 없다。이 세계에서 불구를 본 것은 처음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상적인 사람이다。
하얗게 변했지만、원래 금색 머리카락이라면 서쪽 사람임에 틀림없다。
기억을 더듬어봐도 저 노인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적어도 이 마을의 주민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
도대체 무슨 볼일일까 의아해하며 두 사람에게 접근한다。
가까워질수록、두 사람의 표정이 확실히 보였다。
아키는 얼굴을 찌푸리고 지극히 귀찮아보였다。
타인을 접할 때 늘 그렇지만、눈빛이 너무 안 좋다。
가끔 입을 열며 무언가 말하고 있지만、무례한 말을 하고있을 것 같다。
그에 비해 척완의 노녀는、싱글벙글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아키의 태도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입의 움직임을 보아、머신건 토크수준으로 얘기하는 것 같다。
아키가 진저리 치고있는 것은 그 때문인가。
노인이 수다쟁이인 것은、나라나 지역이 달라도 변함없다。
나와 두명의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보고만 있자니 너무 불쌍해서 먼저 말을 걸었다。
「아키。손님인가?」
「오라버니!」
언짢음으로 가득찼던 표정이 순식간에 활짝핀다。
심정적으로 구원의 손길이였을까。타산적인 녀석이라며 쓴웃음 지었다。
「어머니의 지인이라고 합니다!」
「어머니의?」
손을 붕붕 흔들며 나를 부른다。빨리 오라고 전신으로 어필중이다。
그 옆에서 노녀가 나를 응시하고 있다。나도 그 사람에게 시선을 돌린다。
다가가며 시선이 맞았다。다가갈수록 고동이 빨라진다。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노녀의 눈동자속 감정에 위기감이 치솟는다。나는 이 감각을 알고있다。
빠른걸음에서 전력질주로。검에 손을 얹으며 외친다。
「그녀석에게서 떨어져!!!!」
「에――――」
나의 눈 앞에서――――아키의 등뒤에서、노녀는 지팡이에 숨겨둔 검을 뽑았다。
시간의 흐름이 완만해지고、느릿한 동작으로 아키가 돌아본다。이미 노녀는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안돼 늦어버려。
이미 『삼의 태도』를 날렸다。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늦는다。『삼의 태도』가 도착하기 전에 아키가 베인다。그 광경이 뇌리를 스쳤다。
「――――큿」
최악의 미래였다。그것은 코앞까지 다가왔다。1초 후에는 그렇게 된다。
이러는 도중에도 노녀의 검은 멈추지 않는다。그 검은 아키를 두동강 낸다。
위험해。안돼。죽는다――――。
체념이 마음을 지배했다。
내 다리로는 늦는다。무슨 짓을해도 늦는다。구해줄 방도가 없다。
하지만 아키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 순간、아키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목도를 뽑고、노녀의 안면에 던진다。동시에 몸은 뒤로 뛰고 있었다。
아키를 두동강 냈을터인 검은 목도를 자른다。
그리고――――다시 한 번 휘둘러진 검이 아키의 몸을 갈랐다。
어깻죽지에서 선혈이 흩날린다。
피와 함께 아키의 몸이 공중에 떠오른 직후、삼의 태도가 노녀에게 닿았다。
대비하고 있던 노녀는、불가시의 검을 몸을 돌려 피했다。
겨우 도착했을 때、내던져진 아키의 몸이 지면에 쓰러진 순간이었다。
「――――이거 참。제법이네」
노녀의 중얼거림。
여동생을 시야의 구석으로 보고있다。
대량의 피가 하염없이 쏟아진다。
시야가 빨갛게 물들었다。
「――하?」
끓어오르는 감정 때문에 뇌가 이상해진 것 같다。
그것 이외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하고싶은 말이 많았지만、아무것도 말도 할 수 없었다。
「삼의 태도인가……。너、남자애 맞지?」
노녀가 뭔가 말한다。아무래도 좋은 것을 지껄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너……뭐냐?」
「너라니……하아、나 참。나기 녀석 도대체 교육을 어떻게――――」
또 아무래도 좋은 것을 지껄이기에 덤벼들었다。
최속으로、찢어죽일 생각으로、때려죽일 생각으로、혼신의 힘을 다하여。
그 일순간에 얼마나 주고받았는지 모르겠다。가볍게 열번은 주고받은 것 같다。
『태도』를 사용하려는 순간、노녀는 등뒤로 크게 물러났고、그만큼 아키와의 거리가 생겼다。
「남자애、맞지……남자인 척 하는 여자애가 아니겠지……」
뺨의 상처를 만지는 노녀。그 일거수일투족에 분노가 치솟는다。
나의 감정은 진즉에 폭발했다。
뭘 망설이는 거야。이런 녀석은 죽여도 상관없어。어서 죽여라。
「방해야。빨랑 죽어 망할 할망구」
「……나 참。실패했다。남자 주제에 뭐야。처음이야 이런 건」
할망구가 검을 역수로 쥔다。돌연 공기가 무거워졌다。농밀한 살기가 피부를 찌른다。
어머니를 방불케 하는 위압감。
응하는 것 이외에 방도가 없고、대비할 수 밖에 없다。
일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그게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본능으로 이해했다。
서로를 노려본다。
나와 노녀는 움직이지 않았고、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 주위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