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31. Pray

본문

―― 루디, 할 말이 있어

 

―― 알아, 내가 먼저 얘기할게. 두려울 것 하나도 없어

 

 

 

knocking on heaven's door』 에서


옛날,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 자주 바다에 데려가 달라고 했다

모래사장과 구석에 테트라팟이 쌓여 있는 그런 해변이다

하지만, 추운 지방 출신인지라, 그곳은 도저히 헤엄칠 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래도, 오후에 봤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의 수평선은, 여태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천국에서는 다들 바다 이야기를 한다더라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프랜시스에게 오후의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 아니, 아니야. 들려주는 게 아니다

보여주자

언젠가 그녀에게, 오후의 바다를 보여주자

그녀가 정말 천국에 갔을 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늘이 자줏빛으로 물들어 있다

 

서쪽 하늘의 태양이, 오렌지색을 내뿜으며 지고 있는걸 보니, 시각은 벌써 해질녘이다



『몬태나・패밀리』의 저택

 

나는 그곳의 옥상에 서서, 그 해질녘을,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리의 풍경과 함께 멍하니 보고 있었다

서해안의 특징인건지, 온난한 기후에 비해, 바닷바람은 적당한 냉기를 띄고있다

그리고, 담배 한 개비라도 있으면, 분위기 잡기 딱 좋은 시츄에이션일거다

 

 

(없는 것을 원해도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뒤쪽에서, 바람소리에 섞여,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누가 왔을까. 하지만, 왠지 나는 돌아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 건 했다며, 흑발 흑안」

 

 

 

그것은 리넨의 목소리였다. 도저히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담담한 그런 톤

 

그녀는 그대로 내 옆에 와서 펜스 위에 손을 얹었다

 

그녀 또한 나를 향하지 않고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어깨는 ? 괜찮은거야 ?」

 

「그런 상처, 별거 아니야」

 

 

 

리넨은 냉담하게 툭 내뱉었다

 

 

 

「『정제』만 사용하면, 대부분의 상처는 자연치유로 끝난다.

한숨 자면 흔적도 없이 멋대로 나으니까, 하늘에 비는게 얼마나 쓸모없는지 알 수 있지」

 

「그거 참 좋네, 앞으로는 척・노리스・팩트라도 읊어봐」

 

「뭐야, 그게 ?」

 

「기도야, 하느님보다 강력한 놈」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나는 리넨을 곁눈질했다

 

탱크톱을 입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확인해보니, 바로 어제 도려내진 어깨가

 

거짓말처럼 깨끗히 나아있었다

『정제』라는 것이 어떤 약인지 나는 잘 모른다

 

일단, 한 알 먹으면, 마블・히어로 같은 신체능력을 일시적으로나마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편리하지만 동시에 불안을 부추기는 얘기다

 

 

 

「..... 미안했어」

 

 

 

말하기 힘들었는지, 리넨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 무슨 말이야 ?」

 

「시치미 떼지마, 너를 지키긴 커녕, 죽기 직전에 도움받았다. 덕분에 살아있지」

 

「아아, 그런」

 

 

 

거기까지 듣고나서, 그녀가 하는 말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처음 이 저택에 왔을 때. 프랜시스를 만났을 때를 말하는 거겠지

 

 

 

「신경쓰지마. 서로 살아남았으면 된거야」

 

「..... 그걸론 안 돼. 그러면 내가 이토에게 진게 돼」

 

 

 

그녀는 침울한 톤으로 말했다

 

 

 

「그 녀석은 너를 지킬 수 있는데, 나는 지키지 못 한다. 

그 녀석은 할 수 있는데, 나는 못 한다.

그런게 있어선 안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영원히 그 녀석에게 얕보일 뿐이다」

 

 

 

....... 과연, 아무래도 그녀가 사과한 것은, 나에 대한 죄책감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자존심과 콤플렉스의 문제인 것 같다

 

뭐, 그녀가 나에게 죄책감 따위를 가질 리가 없겠지

 

왠지 약간이라도 걱정한 내가 바보 같다

 

 

 

「..... 너, 실은 이토의 광팬이지 ?」

 

「하앗 ! ?」

 

 

 

내가 앙갚음 삼아서 말하자, 리넨은 상당히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치만 너.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이토와 엮이려고 하잖아.
스스로 깨닫고 있는지 몰라도, 꽤나 동경하고 있는걸로 보이는데

 

「아니야 ! 착각도 정도껏 해라 ! 그저, 내가 그 녀석보다 아래로 보이는 것을 납득하지 못할 뿐이다 !」

 

「아아, 알았어. 그렇다고 해둘게」

 

 

 

꽤 재밌네, 이 녀석.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그녀는 나를 노려보며, 주먹을 꾹 쥐고 있다

 

아무래도,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것 같다

 

 

 

「그 ...... 그런 것보다, 넌 어떤데 ? 너, 그 정신나간 수인 여자를, 에레미아측에 붙인 것 같잖아」

 

 

 

리넨은 조금 화난 듯, 손가락질을 하며 물었다

 

 

 

「프랜시스 얘기인가 ?」

 

「그 녀석 말고 누가 있어. 그래서, 어떻게 그 녀석을 홀린거야 ? 이 난봉꾼」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별로,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반대야, 내 이기심을 그 애가 받아준 것 뿐이다 

 

「하아 ?」

 

 

 

리넨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뭐 당연한 반응이다

 

 

결과를 말하자면, 그녀는 살아남았다

 

어젯밤, 이토에게 불려온 벨씨가 그녀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그녀가 생명력이 강한 『수인』인 것도 있어서인지,

 

목숨을 건지고 지금은 윈스턴・힐즈에 있는 집중치료실 ICU에 넣어졌다고 한다

 

일단, 생명에 지장이 없는 정도로 회복했다고 하여, 가슴을 쓸어내렸었다

 

 

 

「...... 뭐, 어쨌든. 프랜시스가 살아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귀찮은 일이 남아있다

 

 

 

리넨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어째서 ?』 라고 물어보지 않았다. 대충 내 예상이 맞을테니까

 

 

―― 그 순간, 또 한 번, 뒤쪽에서 발걸음 소리

 

난 이번에는, 돌아보며 확인했다

 

 

 

「..... 왜, 하리와 단 둘이 있는거야. 리넨」

 

 

 

불쾌하다는 표정의 이토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너한테 일일이 보고하고 만나야할 의무라도 있나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더니, 리넨도 불쾌하다는 듯 응수했다

 

 

 

「그래, 또 누군가에게 끌려가면 곤란하니까」

 

「흥, 그땐 조금 방심했을 뿐이다」

 

「필요없어, 이제 내가 지킨다」

 

「..... 하, 극진히도 시중드네. 기왕이면 아랫도리도 시중들어 주는건 어때 ?」

 

「아 ?」

 

「..... 아 ー 이토 ?」

 

 

 

놔두면 끝도없이 싸울 것 같아서, 나는 대화에 끼어들었다

 

 

 

「뭔가, 우리를 찾아온거 아니야 ? 급해보이던데」

 

「아아 ...... 레자보아・하운드가 부른다. 아마도 『이번 건』에 관한거다」

 

 

 

이번 건,  말할 것도 없이, 프랜시스의 일이겠지

 

 

 

「...... 뭐, 잡담이나 하려는건 아니겠지, 각오해 둬」

 

 

 

리넨은 그렇게 말하고, 빠르게 옥상 문으로 향한다. 나와 이토도 그 뒤를 따랐다

 

 

 

「..... 저기, 리넨이랑 단 둘이서 무슨 얘기 했어 ?」

 

 

 

문득, 이토가 날카로운 말투로, 『단 둘』을 묘하게 강조하고 물었다

 

 

 

「별로, 실없는 얘기였어」

 

「...... 그래」

 

「...... 무슨 일 있었어 ?」

 

「아무것도 아니야」

 

 

 

왠지 기분나빠진 듯한 이토가,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뭔가 말실수라도 한건가, 에레미아의 얘기가 끝나면 넌지시 사과해두자

문득, 뒤돌아 윈스턴・힐즈 거리를 바라봤다

해질녘의 그 거리는, 불빛 뒤에있는 것을 전부 덮으며, 몹시 평온하고 신성하게 보였다

 

 

 

 

 

 

「아, 하리군. 여기야 여기」

 

 

 

샹들리에가 빛나는 살롱

 

그 문을 열자, 루라가 나를 발견하고 손짓하고 있었다

사각 테이블을 둘러싼 소파에 다들 앉아있다

 

앞쪽 소파는 비어 있고, 오른쪽은 루라와 벨씨, 왼쪽은 라미가

그리고 안쪽 소파에는 에레미아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앉아」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나와 이토는 앞쪽 소파, 리넨은 라미의 옆에 앉았다

 

 

 

「..... 다들 모였으니, 시작해도 될까 ?」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그저 에레미아를 바라본다

 

 

 

「우선, 프랜시스에게 휘말리게한 사죄와, 그녀를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 고마워」

 

「...... 서론은 집어쳐」

 

 

 

이토가 나직이, 하지만 강하게 말했다

 

 

 

「한마디 더 하자면, 시작전 얘기가 긴 것이 당신의 결점이야. 레자보아・하운드」

 

「어이, 이토」

 

 

 

리넨이 그것을 제지하려고 했지만, 이토는 무시하고 말을 잇는다

 

 

 

「어차피 이제, 『공생관계』가 되는건 피할 수 없잖아. 말해, 아직 우리에게 원하는게 있겠지 ?」

 

 

 

이토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에레미아는 순간 눈을 돌렸다

짧은 침묵

그 후 그녀는 입을 열었다

 

 

 

「..... 돌려 말하지 않을게, 『몬태나・패밀리』에 들어와줘」

 

 

 

우리를 둘러보며 그녀는 똑바로 말했다

그녀는 그 뒤이어 말한다

 

 

 

「지금, 우리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야, 알고있지 ?」

 

「..... 네 여동생 얘기잖아 ?」

 

 

 

그녀의 물음에 대답한 사람은 벨씨였다

프랜시스 ? 무슨 말이지 ?

아마, 궁금증이 표정에 나왔나보다, 벨씨는 그녀 특유의 무관심한 표정인 상태로, 설명을 시작했다

 

 

 

「하리군. 프랜시스가 교회에서 죽인 『마마・로자리아』의 부하들 시체를 봤잖아 ?」

 

 

 

나는 그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뇌를 스쳐갔다

그것을 보고 그녀는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한 대로다. 카르텔 구성원을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해도, 다른 패밀리의 인간이 고문하고 살해했다.

이건 아주 위험해, 특히 이 세상에서는 최고로 위험한 일이야」

 

 

「......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는 건가요 ?」

 

「『될지도』가 아니야, 되는거야, 확실히」

 

 

 

나의 의문을 에레미아가 정정했다

 

마마・로자리아, 붉은머리 로지 

 

나를 납치하고, 『크리피 로즈』의 복용자로 만들려한, 거대 마약 카르텔의 보스다

 

 

 

「심지어 프랜시스가, 『몬태나・패밀리』의 구성원 대부분을 베어 죽였어.

이대로라면 조직의 존속은 고사하고, 레자보아・하운드의 목숨도 위태롭다는거다」

 

 

 

이토는 「당연히, 그 여동생도」 라고 말하더니, 팔짱을 낀다

 

짐작은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안 좋은 상황이다

 

 

 

....... 프랜시스가 살아남고, 와 해피엔딩, 은 당연히 없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간접적이지만 내가 원인을 만들어 버렸다

 

 

 

「…… 제멋대로인건 알고 있어. 그래도 부탁해.

당신들이 이쪽에 붙어준다면, 패밀리 부흥까지,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에레미아는 그렇게 말하고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프랜시스가 돌아올 장소를 지켜줘. 그 아이에게 속죄할 기회를 만들어줘」

 

 

 

그 말은, 조직을 지키는 보스로서의 의무이자, 언니로서 여동생에 대한 애정이다

 

 

 

「.... 그렇다고 하네. 어떤가, 제군 ?」

 

 

 

연극 배우같은 몸짓을 하며, 벨씨는 우리를 둘러보았다

 

 

 

「왜 네가 진행하고 자빠졌어 ? ...... 원래 그럴 예정이었다, 이론은 없어」

 

「리넨이 그렇다면, 나도 오케이」

 

 

 

리넨은 무뚝뚝하게, 라미는 웃으며 찬성을 표한다

 

 

 

「..... 뭐, 어찌됐든, 이대로라면 굶어 죽을거야. 식사와 잠자리만으로도 불만은 없다」

 

「나, 나도 ! 조금, 무섭지만 ......」

 

 

 

이토는 팔짱을 끼고, 루라는 약간 움찔하며 찬성을 표한다

 

 

 

「..... 당신은 어때, 하리씨 ?」

 

 

 

에레미아는 그렇게 말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 해야할 말은 정해져있다

 

 

 

「반대할리가 없잖아. 게다가 아직, 프랜시스에게 할 말이 남았어」

 

「...... 고마워」

 

 

 

상당히 우회 했지만, 이걸로, 『몬태나・패밀리』에 참가라는 당초의 목적은 이루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더욱 거대한 소용돌이의 입구에 섰을 뿐이다

 

 

(...... 프랜시스)

 

 

너에게 바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언제가 될까 

구름 한 점 없는 오후 바다의 수평선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도대체 언제일까

부디, 조금만 더 견뎌줘

돌아올 곳, 제대로 지켜보일테니까

 

 

 

「..... 하리, 왜그래 멍하니 ?」

 

 

 

대화가 끝나고, 완만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하는 가운데, 이토는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아니, 그저 .....」

 

「그저 ?」

 

 

 

궁금해하는 표정의 그녀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분명, 예쁠거야」

 

「에 ?」

 

「오후의 바다는, 분명」


제2장:남자의 용도

 

 

―완―

'이세계 > 흑발 흑안의 남자라는 이유로 여자 마피아들에게 노려지고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33. Boys  (0) 2022.10.28
32. Eat  (2) 2022.10.18
30. Door  (0) 2022.10.07
29. Knock  (1) 2022.10.01
28. Affection  (0) 2022.09.28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