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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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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그 날의 오전은 따뜻하고 맑았다.

 

요란한 라디오에서 쾌활하게 넘버가 흐르고,

 

살짝 빈티지를 연상시키는 신디사이저 소리와 묵직한 베이스 드럼이 울려 퍼지는 그것은,

 

마치 『아하』와 『티어스・포・피어스』의 중간과 같은―― 라고 해도, 보컬은 여성이지만 ――

 

왕년의 아메리칸・팝을 방불케 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있는 장소는 엘도라 합중국이고,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다.

 

앞서 말한 두 밴드는 커녕, 

 

이 세계에는 『레드・제플린』도 『버글스』도 『데드・오어・얼라이브』도 존재하지 않는다.

 

뭐, 『데드・오어・얼라이브』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상관 없지만.

 

 

「하리」

 

 

갑자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그래 ? 멍하니」

 

 

라디오에 푹 빠져 있었는지, 어느샌가 옆자리의 이토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좋아하는건가 ? 이 곡」

 

 

그녀는 약간 멍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모르는 곡이야. 하지만 그렇네, 꽤 좋다고 생각해」

 

「흐응」

 

 

이토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밥, 이미 와있는데 ?」

 

 

그 말에 따라 테이블을 살펴보자,  웨이트리스가 운반해 온 음식이 빽빽하게 놓여져 있다.

 

그건 그렇고, 루라, 리넨, 라미가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손을대서, 이미 빈 접시가 몇 개나 있다.

 

 

우리가 『몬태나・패밀리』에 들어간지, 대략 일주일 정도 지났다.

 

가까운 시일에, 마마・로자리아와 전면 항쟁이 벌어지겠지,

 

라는 실로 얼굴을 새파랗게 만들기에 안성맞춤인 이야기가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주변에 큰 트러블이 일어난 적은 없다.

 

말하자면, 방심할 수는 없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잠깐의 안식을 얻어서,

 

보스로부터 받은 용돈을 마음껏 쓰며, 찰나의 휴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그 와중이며, 우리는 벨씨를 제외한 평소대로의 5명이서

 

―― 볼일이 있다는 메모가 있어고, 일어났을 때는 이미 없었다 ――

 

『몬태나・패밀리』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있다.

 

심지어, 에레미아가 지금 시간에 가게를 전세내줬다.

 

그녀의 한 마디로 이런 일이 결정되는 것을 보면, 역시 그녀는 마피아 보스라는 것을 떠올린다.

 

정말, 머리를 들 수 없다.

 

 

……라는 것을 생각하는 와중에, 테이블이 상당히 썰렁해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 건더기가 가득했던 클램차우더와, 갓 튀긴 버팔로 치킨이 있었던 접시는,

 

이것도 저것도 전부 소량의 소스가 묻어 있을 뿐이였고, 그 외의 것은 전부 그녀들의 위장속에 들어가 버렸다.

 

아직 요리가 도착한지 10분도 안됐는데, 눈앞의 4명은 엄청난 속도로 먹어치웠다.

 

 

「너희들 말야, 좀 더 고상하게 먹을 수 없는거냐 ?」

 

 

그런 말을 하는 이토도, 아보카토가 들어간 칠리빈・핫도그를 벌써 9개나 처리했다.

 

평소에 활동량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접하는 제대로된 식사라서 그런건지.

 

어쨌든 한가지 확실한건, 그녀들은 외관에 어울리지 않는, 대식가라는 점이다.

 

 

「하리군, 안먹어 ? 엄청 맛있어」

 

 

루라가 나를 염려해주며, 아직 손대지 않은 스파게티 접시를 내밀었다.

 

 

「아아, 고마워. 잘 먹을게」

 

 

접시를 받아들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스프와 조갯살이 듬뿍 들어간 봉골레다.

 

갓 만들어졌다는걸 증며하는 김과 함께 풍겨오는 아히죠 오일의 향기가, 식욕을 돋운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솔직히 나 자신도, 이렇게나 본격적인 식사는 정말 오랜만이라, 상당히 들떠 있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니까,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거야. 지금까지 엄마가 먹여준거냐 ?」

 

 

리넨이, 추가된 버팔로 치킨을 물어 뜯으며 말했다.

 

독설 차원에서 뱉은 말이겠지만, 먹는 방법이 지저분한 것과, 테이블 냅킨을 잘못 사용하는 점이 맞물려서,

 

건방진 소리를 하는 어린애처럼 보였다. 솔직히 조금 재밌다고 생각했다.

 

 

「...... 뭘 웃고 있냐, 너는」

 

「아니, 미안 미안. 먹는게 느린건 나도 신경쓰고 있어」

 

「흥 ......」

 

 

리넨은 치킨이 담긴 버킷을 집어들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걸 내쪽으로 넘겨준다.

 

 

「...... 에 ?」

 

「먹어」

 

「고, 고마워 ..... 하지만, 어째서 ?」

 

「별로 ..... 넌 너무 가늘어. 많이 먹어둬야해」

 

 

그녀는 자리로 돌아가, 다시 치킨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고개를 휙 돌리는 옵션이 붙어 있었지만.

 

『오늘은 무슨 변덕이지 ?』라는 의문은 나만 가진게 아닌듯,

 

이토와 루라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리넨을 바라보았다.

 

왠지, 불쾌하다는 표정도 섞여 있었지만.

 

 

「흐응 ......」

 

 

그러자 유일하게 라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리넨을 히죽히죽 바라보고 있었다.

 

린넨이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 없이 그녀를 노려본다.

 

 

「..... 뭔데 ? 불만이라도 있어 ?」

 

「아니, 별로오」

 

「그치만 말야」라고, 들고있는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말을 이었다。

 

 

「역시, 한 번 자버리면 좋아하게 되는거야 ?」

 

 

「크흡 ...... 콜록 케헥 ! ?」

 

 

순간, 리넨이 성대하게 목이 메었다.

 

 

「「하아 ! ?」」

 

 

거의 동시에 이토와 루라 두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무리 전세라고 해도, 레스토랑에서 그 성량은 안좋잖아 ?

 

뭐, 별로 남말은 못하겠다. 나도 하마터면 스파게티를 뿜을 뻔 했으니까.

 

하지만, 맞아, 그거다. 그녀들은, 나와 리넨이 프랜시스에게 습격받은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게 『행위 전인지 후인지』까지는 모르는거다.

 

아니, 십중팔구 리넨과 행위를 끝낸 후라고 생각하고있겠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런거다.

 

 

「뭣 ..... ! 무슨 소리야, 갑자기 !」

 

 

기습을 당해, 상당히 화난 모습으로 리넨이 덤벼들었지만, 라미는 어이 없어했다.

 

 

「에에 ? 그치만 잤잖아 ? 저기, 솔직히 어땠어 ? 기분 좋았어 ?」

 

「아니, 그건, 그러니까 .....」

 

 

라미의 질문을 듣자마자, 리넨은 갑자기 횡설수설을 시작했다.

 

모습이 달라진 건 이토, 루라도 마찬가지였고,

 

방금전의 당황한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자리에 앉아 흥미진진하게 리넨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십대 소녀라는 것은, 어떤 세계에서도 정사 뉴스위크의 속보 레벨로 소중히 취급하는 것 같다,

 

라는 언젠가 들은 이야기는,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

 

 

「저기, 어떤 플레이했어 ? 이상한 짓도 했어 ? 어때 ? 설마 『뒤쪽』까지 사용 했다거나 ! ?」

 

 

리넨의 태도 신경쓰지 않고, 라미는 마치 머피도 두려워할것 같은 머신건 토크로 캐물었다.

 

 

「..... 했어」

 

「응 ?」

 

 

리넨은 사라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래서야 들릴리가 없고, 라미는 무심하게 되묻는다.

....... 역시 여기까지 오니 불쌍하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구조선을 보내기로 했다.

 

 

「저기, 그 ――」

 

「안 했어」

 

 

나는 리넨의 목소리를 덮으며 말했다

 

그러자, 전원이 내 쪽을 바라본다 ――멀찍이서 바라보던 웨이트리스까지 ―― 그것에 순간 압도되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말을 이었다.

 

 

「안기 직전에, 프랜시스가 습격했어. 나머지는 알겠지 ? 그 이후에 재개하기에는 나도 리넨도 여유가 없었어」

 

「..... 흐응」

 

 

아까 리넨에게 말한 것과 같은 억양. 하지만 그 얼굴은 정반대로, 실로 재미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옆에서 이트와 루라가 맥빠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리넨이 왠지 나를 분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참견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그 태도는 너무한 거 아니야?

 

 

「시시해. 그럼 결국, 리넨는 아직도 처녀인거네」

 

「..... 아까부터 말야. 식사중에 언급할 내용이 아니잖아」

 

 

심통난 라미에게 루라가 질린 듯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라미는 그런 그녀를 신경쓰지 않고, 그저 테이블에 머리를 얹고 흔들고 있었다.

 

뭔가 고민하는듯 했다.

 

 

「으ー음 ...... 눈앞에 흑발군이 있는데 말야. 전원 처녀라니, 너무 바보같지 않아 ?」

 

 

그 말에 대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고 해도, 생각하는 부분은 있는듯, 나 이외의 세 사람은 아무래도 어색해 하고 있었다.

그런 시간이 십여 초 정도.

 

 

「응, 안돼 ! 이런건 안 돼 !」

 

 

라미는 갑자기 일어나 그런 말을 꺼냈다.

 

 

「다들, 어짜피 오늘 한가하지 ?」

 

 

아무래도 생각이 있는 듯, 라미는 모두에게 그렇게 물어왔다.

 

뭐, 확실히 다들 한가하다.

 

이토와 리넨은 훈련과 무기 손질 정도일 것이고, 루라도 산책은 하지만 나머지는 둘과 비슷하다.

 

심지어 나는 섣불리 거리에 나갈수도 없다.

결국, 한가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밖에 대답할 수 없다는거다.

모두가 똑같은 결론에 이르렀을거다. 우리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미는 그것을 보고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여기가 윈스턴・힐즈인 것이 최고란말이지」

 

 

뒤이어 그녀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렇게 말했다.

 

 

「『매춘 거리』에 가보자!」

 

 

...... 안좋은 예감이, 딱 들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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