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힐즈는, 엘드라 합중국 안에서도 특히나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한다.
자산가, 영화배우, 히트차트 단골 뮤지션, 그러한 성공자들이 이 장소에,
거대한 수영장과 고급차가 몇 대나 들어찬 차고 딸린 대저택 짓고 있는 상태라 하며,
에레미아가 말하길, 『합중국 자본주의가 쌓아올린 거리』라고 한다.
뭐 그런 거리니까, 돈과 시간이 남아도는 주민이 당연하게도 넘쳐나는 셈이다.
매춘가
오래전, 일본에서는 하나마치라고 불리기도 했다. 1
말하자면, 풍속점이 몰려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세계는 남자가 총인구의 1%밖에 없는 세계.
내가 알고있는 풍속과는 다를거란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지금은 오후 5시 정도。
어두워지기 시작한 거리에는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지며, 하늘은 파란색보다 오렌지색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우리들의 시야에는, 실로 화려한――정신없다고도 말할 수 있는――디자인의 간판이나,
네온사인이 박혀있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다.
이곳은 매춘가, 하지만 역시 내가 알고있는 그것과는 약간 달랐다.
「악취미군」
이토가 거리를 둘러보고, 악평을 내뱉었다.
시큰둥한 느낌을 내려고 했지만, 어딘가 안절부절한 모습이 엿보인다.
그럴만도 하다.
거리의 간판이나 벽 곳곳에 그래피티가 그려져있는데,
무시무시하게도, 그려져있는 대부분이 『남자의 나체』인 것이다.
섹시한 포즈――라고, 해두자――를 취하고 있는 것, 아슬아슬한 복장인 것, 가랑이를 강조한 것 등등,
전부 잘생긴 남자가 여성의 성욕을 자극하려고 애쓰는 구도 뿐이다.
「우하아, 굉장해 ......」
내 옆의 루라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는 감탄하면서도 기죽은 듯한 표정이었다.
「뭘 쫄아있는거냐, 나참」
듣고 있었던 것인지, 리넨이 그렇게 말했다. 그녀를 바라본다.
「고 고, 고작 남자의 여 여 옆구리나 복근 정도로, 뭐, 뭐 뭘 그리 놀라는거냐, 부끄럽지도 않냐......」
그녀 본인이 부끄러운 모양이다.
하지만 그 눈은 확실히 뜨고 있으며, 남창의 그래피티를 보고, 부끄러운 듯이 눈을 돌리고,
또 다른 것을 본다 ..... 그런 동작을 바쁘게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도 이런 장소에 특별히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말하면 화낼 테니 결코 말하지 않겠지만.
「뭘 멀뚱히 서있는거야 다들 ? 어서가자 !」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라미만 하이텐션이었다.
매춘가 입구에서 실로 즐거운 듯, 손을 붕붕 흔들고 있다.
「왜 저 녀석만 저렇게 자연체냐 ...... 저 녀석도, 그...... 『아직』이잖아 ?」
이토가 푸념하듯 중얼거리자, 리넨이 한숨을 내쉬고 대답한다.
「내가 알고싶네, 그런거. 저 녀석의 저렇게까지 들뜬 모습은 처음본다」
「헤에. 그래도 뭐, 들뜬 모습이 어울리긴 하네」
내가 무심코 그런 말을 꺼내자, 리넨이 이쪽을 보며 입꼬리를 부자연스럽게 올렸다.
그것은,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고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후흐 ...... 그런 너는 안어울리네, 그 『머리』와 『눈동자』」
「알고 있어, 시끄럽구만 ......」
리넨이 언급한대로 나는 지금, 금색 가발과 파란 컬러 렌즈를 끼고 있다.
눈썹과 속눈썹도 가발 색에 맞춰서, 마스카라로 간단하게나마 염색했다.
하룻밤뿐이지만, 이거라면 어지간하지 않는 이상, 들키지 않을 것이다.
리넨의 정보에 따르면, 윈스턴・힐즈는 합중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남자가 돌아다니기 쉬운 거리다――물론, 밤길을 혼자서 돌아다니면, 덮쳐달라는 것과 다를게 없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남자가 많은 매춘가이기 때문에, 남자 혼자 돌아다녀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흑발흑안』은 상황이 다르다.
세계에 10명 있을까 말까한 녀석을 노리지 않는 바보는 아무도 없다는게, 외출 허가를 내려주며 에레미아가 했던 말이다.
내 세계 느낌으로 말하자면, 도둑에게 『여기에 크리스티, 소더비스에서도 볼 수 없는 보물이 호위도 강화유리 케이스도 없이 걷고 있어 !』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과 다를바 없다. 2
무서운 일이다.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귀찮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금발벽안으로 변장중인거다.
「그러니까, 멀뚱히 서있지 말라니까 ! 가자 !」
「아, 알았어. 당기지마 !」
라미의 인내심이 한계를 맞았는지, 리넨의 손을 잡아끌며 매춘가의 안쪽으로 이동해갔다.
「...... 각오를 다지자, 루라」
「아, 알고 있어 ......」
이토의 말에 루라는 양손으로 뺨을 찰싹 때리고, 딱딱한 동작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토는 이토대로 루라를 부추긴 것 치고는, 똑같이 긴장한 듯, 움직임이 어딘가 어색하다.
「괜찮아, 이토 ?」
그러자 이토가 이쪽으로 돌아봤다. 역시 긴장한 것 같다. 얼굴이 잔뜩 굳어있다.
「아, 응 ...... 그보다 너는 어때, 괜찮은거냐」
「뭐 ...... 익숙해져있어, 이런 분위기」
「에 ?」
「말하지 않았나 ?」
이토는 나의 물음에,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녀의 눈은, 『자세히 설명해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숨길 이유도 없으니, 대답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말야, 달리 돈 버는 방법도 몰랐고, 가끔씩 했어. 의외로 잘 벌린단 말이지, 이게」
「..... 그건 말야, 그 ――」
이토는 말하기 어려운듯, 말끝을 흐린다.
「역시 그 ...... 『위에』 올라타거나 한거야 ? 여러 녀석에게」
「..... 뭐, 그야, 그런 일이니까」
「몇명정도 ?」
「일일이 세지 않았지만 ...... 뭐, 나름대로」
「...... 흐응」
이토는 곧장 발길을 돌려 매춘가 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불쾌하다 ..... 라기보다는, 실로 재미없다는 듯.
나는 왠지 외면당한 기분이었다.
「...... 뭐해, 어서 가자」
「아, 응, 알았어」
...... 싫었으려나, 역시.
노골적으로 기분 상한듯한 이토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매춘가의 안쪽은 입구 이상으로 화려하고 노골적이었다.
노출이 많은 차림을 콜보이가 흡연중인 아줌마를 꼬셔서, 100랄짜리 지폐를 받아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일본에 있을때도 정말 자주 봤던 광경에, 어딘가 그리움마저 느껴졌다.
매캐한 싸구려 담배 냄새와 손님들이 맛도 모르면서 허세만으로 구매한 술의 맛,
주정뱅이들의 소란스러움과 소소하게 불어오는 찬바람.
문득 하늘을 올려보니, 네온사인에 밝기를 전부 빨린 듯, 캄캄했다.
이곳은 이미, 잠들지 못하는 밤의 왕국이다.
……그렇게 분위기에 취해있는 사이에 나는, 미아가 되어 있었다.
「위험해 .....」
아무래도 거리의 이것저것에 한눈 팔려있는 사이에 혼자 떨어진듯하며, 이토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건 위험하다.
왜냐하면 이토에게, 『떨어지지마』라고 강하게 주의받은 직후인 것이다.
아무리 이곳이 남자에게 비교적 안전한 장소며, 내가 변장을 했어도, 그걸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 사실 내 몸보다는, 이걸로 이토가 더욱 기분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 번 상한 그녀의 기분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날 걱정해주는건 잘 알지만, 그래도 그녀는 요즘 과보호가 심하다.
아무튼, 어서 이토네를 찾아야한다.
「어찌해야하나 ......」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을 때.
툭 툭.
그런 식으로 누군가가 가볍게 어깨를 두들겼다.
이토 ?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보니 아니었다.
그곳에는 나보다 조금 연상 정도의 갈색머리 콜보이가 있었다.
심지어 왠지 화난 듯한 표정으로.
「어이, 이런곳에서 농땡이야 !」
「하아 ?」
무심코 얼빠진 목소리가 나왔고, 콜보이는 말을 이었다.
「뭐야, 그 태도. 오늘 오기로한 헬퍼지 ? 빨리 와, 어서 !」
그는 갑자기 내 팔을 붙잡고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당황하여 팔을 떨쳐내려고 몸을 비틀었다.
「아니, 잠깐 ! 아니야 ! 사람 잘못 봤어 !」
「됐으니까, 서둘러 ! 곧 있으면 쇼라고 !」
생각보다 힘이 강했고, 정신없는 모양인지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아서, 손쓸 방법도 없이 콜보이에게 연행되었다.
쇼라니 ? 이 세계의 쇼는 어떤 느낌이지 ?
바보인가 나는. 그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이 있잖아.
아아, 그렇다.
또 귀찮은 일에 휘말렸잖아,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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