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아 선생님이 시합종료를 선언한다。
그 순간、루크가 만들어낸 거대한 『태양』은 거짓말처럼 무산되었다。
몸 안쪽부터 끌려가는 듯한 그 독특한 감각도 사라졌다。
마력의 상실과 동시에 솟아오르는 무력감、그리고 모든 것을 깔보는 루크의 시선。
아아、못 참겠어。
몸속이 오싹오싹하고 하복부가 뜨거워진다。
지금 저 시선이 나에게 향하지 않은 것이 너무 유감이다。
「정말、루크는 터무니없네……」
「……하악하악」
「괘、괜찮아 앨리스? 얼굴이 빨간데……」
「걱정할 필요 없어。괜찮으니까 내버려둬」
「그래……그럼 다행이지만」
평소라면 몸의 욱신거림은 금방 가라앉는다。
아니、가라앉힐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은……다르다。
가라앉기는 커녕、나의 몸은 점점 뜨거워졌다。
아니……실은 알고 있었어。
진즉에 한계였다。
계속 참아왔다。
나의 모든 것이 바뀐───『그 날』부터。
루크와 만나기 전、나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인간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의심해 본 적은 없다。
그도 그럴게、주위에서 나를 보는 눈이 항상 똑같았으니까。
그러니까 거슬렸다。
그 파티에서 루크를 처음 봤을 때。
지금까지 내가 주위에 향했던 것과 똑같은 눈을 하고 있었으니까。
하찮은 어중이떠중이를 보는 눈。
굴욕감으로 물들이고 싶었다。
오만으로 가득찬 그 마음을 꺾고、증오로 가득찬 그를 더욱 때려눕힌다。
그렇게 하면 얼마나 유쾌할까。
나를 증오해도 무엇하나 할 수 없는 그를 상상하니、몸속이 오싹오싹 떨렸다。
하지만───그런 일은 없었다。
굴욕감에 물든 것은 나였다。
승부조차 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나또한 하찮은 어중이떠중이였을 뿐이다。
무력한 나。
비참한 나。
불쌍한 나。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어마어마하게 시커먼 감정이 나를 뒤덮었다。
그리고……나는 바뀌었다。
혐오해야할 그 감정은 『쾌락』이 되고、『사랑』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그 일그러진 감정은 점점 부풀어 올랐다。
자신조차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확실히、나는 근본부터 다시 만들어졌다。
이미 이전의 나로 돌아가는건 불가능하다。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그것은 동시에 고통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는 결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다。
만나러 가면、검을 휘두르거나 마법서를 읽거나 둘 중 하나。
나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무언가에 홀린듯 연찬을 거듭하고 있었다。
채워지지 않는 목마른 감정으로 『힘』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때、나는 이해했다。
그는───너무 거대한 『빛』이라고。
빛은 희망과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그것이 너무 크면 어떻게 될까。
바라보는 자의 눈을 멀게하고、다가오는 자를 태워버린다。
그런 너무나도 거대한 빛。
강렬한 빛은 사람을 홀리고、미치게 한다。
루크가 바로 그것이다。
그의 속성이 『어둠』인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나는 루크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니、이건 그렇게 예쁘고 달콤한 감정이 아니다。
좀더 찐득거리고 역겨운 『의존』이나『광애』같은 감정。
어느새인가 나는 그가 없는 세계를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상냥하게 대해주지 않았다。
사랑을 속삭여주지도 않았다。
그럼에도、내 마음은 다른 색이 스며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여태까지 해본 적 없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어중한 것이 아니다。
필사적으로、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루크의 시선에 조금이라도 들어가고 싶어서。
괴로운 나날이었다。
시간이 허락되는 한 마법을 탐구하고、밤은 쌓여가는 욕망을 발산하기 위해 비참하게 자위에 열중한다。
어느덧 그게 나의 일상이 되었다。
……루크라는 너무나도 거대한 빛의 옆에 서기 위한 일이라고、자신을 타일렀다。
루크를 잊을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도 생각 했었지만、무리였다。
한 번이라도 그 강렬한 빛에 홀리면、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
다만、보람이 있었는지 루크가 나를 조금씩 봐주기 시작했다。
그게 너무나도 기뻐서 견딜 수 없었다。
아무리 괴로워도、그것만으로 얼마든지 힘이 솟아났다。
하지만───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루크의 그것은 감미로운 독처럼 천천히 나를 범했다。
좀 더。
좀 더、좀 더。
좀 더、좀 더、좀 더、좀 더、좀 더───。
나의 욕망은 가속도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끝도없이 부풀어 오르는 욕망。
그걸 참아야 한다는 고통。
이 고통은 나날이 커질 뿐이었다。
그러니까、이렇게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루크의 『검은 태양』을 목격한 순간───내 안의 무언가가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그건 족쇄였던 것 같다。
족쇄가 풀린 나의 마음。
지금까지 억눌러왔던 욕망이 흘러넘치며、순식간에 뒤덮였다。
「기숙사에서는 아침과 저녁식사가 가능하다。몇 가지 규칙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유다。마음대로 해라。
그리고、너희들 사이좋게 지내라고? 그러는게 좋을거야。
이 학원에 입학한 시점에서、너희는 나름대로의 지위가 약속된 것과 같다。
그런 자들과 커넥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이 학원의 혜택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기숙사에 있었다。
의식이 몽롱하다。
「그럼 해산이다。내일부터 수업이 시작된다。듣고싶은 수업이 있다면 늦지 않도록」
2층이 남자、3층이 여자다。
지정된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문을 열고、들어간 후、닫는다。
그리고、잠근다。
침대 위에 쓰러진다。
그리고 시트 속으로 파고들었다。
자연스레 손이 하복부로 향했다。
좋지 않아。
버릇이 된 것 같다。
하지만、지금은 이 불타오르는 듯한 몸의 욱신거림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나는 속옷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흐읏」
한동안 자신을 위로했다。
어떻게든 이 열을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하지만……소용없다。
아무리 위로해도 통증만 커져갔다。
만족할 수 없다。
「……하악……하악」
족쇄가 부서진 나의 마음은 티끌만한 이성만 남아있었다。
───여태까지 잘 참았어。
그런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이제 무리。
참을 수 없어。
나의 다리는 자연스레───루크의 방으로。
뇌의 냉정한 부분이 자신을 긍정할 이유를 찾는다。
생리는 얼마 전에 끝났다。
그러니까 괜찮아。
게다가 나는 루크의 약혼녀。
장래를 약속한 사이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으니 루크의 방에 도착했다。
묘한 긴장감이 이제와서 나를 반겼다。
하지만 몸은 그 이상으로 욱신거렸다。
마음을 굳게먹고、노크했다。
문은 곧 열렸다。
「너인가。뭐하러 왔지?」
명백히 싫은 듯한 그。
오물을 보는 듯한 그。
나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듯한 그。
그 모든 것이 나를 고양시키고、티끌만큼 남아있던 이성마저 덧칠했다。
「들어가도……될까」
「……아아」
루크는 의외로 순수히 들여보내 주었다。
문을 닫고、나는 곧장 자물쇠를 걸었다。
「도대체 너는───하?」
옷을 벋는다。
천천히가 아니다。
곧장 상의를 벗고、속옷도 전부 벗었다。
「정말 뭐하는 거야……?」
루크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가 평소와 조금 다르다。
그게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 없었다。
「……읍」
나는 그대로 루크에게 접근하여、입술을 포갰다。
그의 입 안에 혀를 넣는다。
그대로 혀를 섞으며、나는 루크를 넘어뜨렸다───。
++++++++++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들어온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창밖을 바라본다。
좋은 아침이다。
정말로……좋은 아침……。
…………。
…………。
비、빌어먹으으으으으으을!!!
남자는!!!
남자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생물이냐!!!
───쿵。
나는 벽에 머리를 들이받았다。
최악이다。
저질렀다。
이성이 전혀 기능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룻밤의 실수가 일어난다는 것을、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깨닫게 되다니……。
젠장!!
여기 경비는 어떻게 된거야!!
이것도 자유에 포함되는 거냐고!?
커넥션은 이런게 아니잖아!!
……하아、침착하자。
나쁜 건 어디까지나 나다。
이정도로 여성에게 내성이 없었다니。
자기 자신이 한심해 죽겠다。
뭐……검술과 마법에만 몰두 했으니까……。
「안녕、루크」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방에는 나를 제외하면 한 명 뿐이다。
「밤일도 능숙하다니。당신은 정말 흠잡을 곳이 없네」
「……닥쳐。어서 옷을 입어라」
「어머、아직은 괜찮잖아」
……망할。
이 녀석의 성격은 몰라도、외모만큼은 최고라는 특징을 너무 가볍게 봤다。
이렇게나 폭력적인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니。
「───어때? 지금부터 한 번 더?」
「…………」
나는 앨리스를 바라본다。
더렵혀지지 않은 첫눈처럼 새하얀 피부。
빨갛고 요염한 입술。
신이 조각한 것 같은 완벽한 곡선의 몸。
그 모든 것이 나의 정욕을 폭발시킨다。
아아……정말───。
「───엉덩이 치켜들어」
남자는 어리석은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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