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방 문을 연다。
안에 들어가、그대로 침대에 쓰러진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지금까지의 피로를 쏟아내듯 한숨을 쉬니、의식이 이완됐다。
「……지쳤다」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말이다。
그것은 거짓없는 속내。
그래、나는 지쳐있다。
무척 지쳤다。
「…………」
몸을 비틀어、바르게 눕는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느긋히 생각한다。
어째서인가、라고。
언제나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사건이 벌어지는 건 어째서일까。
돌이켜보면、알프레드에게 검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을 때부터다。
원작 지식은 여전히 애매하고、어렴풋이 등장인물을 기억하는 정도지만、
적어도 알프레드는 『비록 악으로 기울어져도、
저는 루크님께서 무엇을 이루는지 보고싶다!!』라고 말하는 캐릭이 아니다。
애초에、아벨에게 검을 가르치기 위해 집사 때려치는거 아니였어?
다음으로 앨리스。
이 녀석도 틈만나면『……하악하악』하고 헐떡이는 캐릭이 아니다。
좀 더、악역 영애스러웠던 것 같다。
아니……그건 별로 달라지지 않았나?
아무튼、그 파티의 다음날에 치루어진 모의전。
앨리스가 이상해진 것은 분명 그게 원인이다。
요란드는 더욱 의문이다。
원작에 그런 녀석 있었어?
전혀 기억에 없다。
그런 강렬한 캐릭、보자마자 떠올리겠지 아무래도。
아벨을 보고、곧장 떠올렸던 것처럼。
…………。
……역시、그런건가。
모든 원흉은──『나』란말인가。
아니、분명 그렇다。
별로 관여하지 않은 플레이아의 기행이 신경쓰이지만、이것만큼은 생각해도 별 수 없다。
무슨 일이든 예외가 따라오는 법。
다만 분명 이것도、내가 끼친 영향이 돌고 돌아 돌아온 결과인 것 같다。
──『노력』한 것。
원작과의 차이점은 이것 뿐이다。
루크 본래의 오만한 성질은 진즉에 받아들였고、특별히 선인적인 행동을 취한 것도 아니다。
원작 지식이 애매하니까、앞으로 일어날 이벤트에 관한 대책을 강구、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한다。
…………。
…………。
……말이 되는가。
정말 그것 뿐이다。
노력했을 뿐。
단지 그것 뿐인데、왜 이렇게 위험한 녀석들이 내 주위에 집결하는 건가。
……아니、나에게 관련되면서 위험한 녀석으로 변하는……건가?
……젠장。
패배하는 것。
그건 나의 배드엔딩이다 。
행복에서 가장 멀어지는 일이다。
한 번이라도 패배하면 그 좌절에서 재기하지 못하고、분명 우울한 인생이 된다。
그러니까 전생을 떠올린 날부터 현재까지、일체의 타협 없이 노력을 쌓아왔다。
무엇하나 잘못되지 않았을……것이다。
하지만、자각해야 한다。
나의『노력』이 끼치는 영향은、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아무리 축복받은 재능을 가졌어도、『루크』는 학원편에서만 등장……했을 것이다。
어느 단계에서 아벨에게 패배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어차피 그 정도。
그래서 만만하게 봤다。
내가 이 이야기에 끼치는 영향을。
「……뭐、그래도 달라질게 없지만」
그렇다。
무엇하나 변하지 않는다。
노력을 계속하면、앞으로도 귀찮은 일이 끊이지 않겠지。
하지만、우선순위를 잘못 봐서는 안된다。
──『계속 승리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흔딜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무리 골치아픈 일이 생겨도、힘을 추구하는 것만큼은 그만두면 안된다。
……하지만、미아의 건은 내 잘못이다。
정말、좋지 않았다。
자신의 이기적 목적만을 우선한 결과다。
인간의 『마음』은 미지 그 자체。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그것을 알려주었는데。
하아……여전히 약간의 위통이 느껴진다。
괴롭다기 보다는 불쾌함이 강한 통증이다。
이 학원에 오고나서、나도 알게모르게 너무 긴장하고 있었나보다。
그리고、정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스트레스가 지금 위에 온거다。
루크의 성질에 거스르는건 피곤하기 때문에、진즉에 포기하고 받아들였다。
그런 것에 에너지를 사용할 바에는、강해지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게 인과응보라는 녀석인가……으으。
잠이나 자자。
그러면、분명 또 힘낼 수 있어──。
++++++++++
「오랏!! 간다 아벨!!」
「잘 부탁드립니다!!」
블러드 선생님의 신호와 동시에、마력 조작으로 검에 마력을 두른다。
최근에 수면 시간 이외의 모든 것을 이 연습에 쏟아붓고 있다。……근데、정말 너무 어려워서──
「몇 번이나 말했잖냐!! 마력 조작에 의식을 너무 쏟았다!!」
「──큿」
눈앞까지 닥쳐온 불꽃 화살。
맞기 직전에 옆으로 뛰었다。
위、위험해……아주 조금、반응이 늦었다면 직격했을 것이다。
「전투는 벌써 시작됐다고!? 시선을 나에게 고정해라!!」
「네!!」
「오랏!! 한 번 더 간다!! 생각을 멈추지 마라!!」
봐야한다。
자세히 보고、생각하고、예측한다。
──『단마』
블러드 선생님께 처음 배운、“마법을 벤다”는 기술。
이건 마법을 발동할 수 없는 검사에게 있어서、대마법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기술。
마력 조작이나 마도구에 의해、검에 마력을 휘감는 것으로 가능하게 된다。
피한다、피한다、그리고 벤다。
그렇게 조금씩 거리를 좁힌다。
서두르지마、생각을 멈추면 안된다。
움직임이 단조로워지고 있지 않나。
다음에、블러드 선생님은 어떻게 행동할까。
계속 생각해라!
──『신체 강화』
일단 1단계。
루크군과 싸웠을 때、나는 단번에 자신의 한계인 『신체 강화×5』를 발동했다。
하지만、그걸로는 안된다。
루크군은 기다려줬지만、너무 늦어서 명확한 약점이 된다。
──『신체 강화』
그렇기에 1단계씩。
서두르면 안된다。
좋아、이걸로 2단계!
지금 내가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하지만、충분하다。
예측을 반복하고 피한다。
그리고 『단마』로 벤다。
블러드 선생님과의 거리가 점점 줄어든다。그렇게되면 선생님은 언제나──
──『불꽃의 벽』
역시……!
나의 유일한 마법인 『신체 강화』는、마법을 베는 『단마』와 궁합이 좋다。
강한 참격은、강한 마법을 벨 수 있으니까。
──『단마』
「……에」
「아직 멀었구나──아벨」
나는 『불꽃의 벽』을 갈랐다。
그러자、눈앞에 선생님의 주먹이──
++++++++++
「아야야……」
「별 문제 없어보이지만、계속 아프면 신관한테 가봐라」
「괘、괜찮습니다……」
그 이후로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블러드 선생님은 기사의 가계인만큼、검사는 아니지만 검을 잘 안다。
그래서 어드바이스가 언제나 적절하고 알기 쉽다。……입은 험하지만。
게다가……즐거워。
스승님의 수업은 힘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여기서는 그 힘의 사용방법을 알려준다。
그래서 아무리 아프고 괴로워도……신선해서 즐거워。
다만、역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스승님과의 나날 덕분。
스승님이 없었다면、스타트 라인에 설 수도 없었을 것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더 강해질 수 있어。
그게 기쁘다。
너무、너무나 기쁘다。
「……뭐랄까 아벨 너말야、가끔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더라」
블러드 선생님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되돌렸다。
「에、에엣!? 그……그런가요?」
「그래。……별 흥미 없으니까 물어보진 않겠는데──너무 조급해 하지 마」
「……조급?」
블러드 선생님의 말에 약간 걸리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조급하다』는 자각이 없었으니까。
「아아。아무래도 내 눈에는 조급한 걸로 보인다。더 말하자면、강해지는 것에 너무 집착해」
「그런……걸까요」
「필사적인 것은 좋아。하지만 너무 조급해하면、뭐랄까 그……시야가 좁아진다。
멍청한 선택을 하는 것은、대게 그런 여유롭지 못한 녀석이다」
「…………」
분명……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힘』에 집착하고 있다。
주체할 수 없을만큼。
「알겠냐、이 학원이 소수의 학생만 받는 이유를? ──전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즉、우리 교사들도 진심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혼자 끌어안지 마」
──정말、난 축복받았어。
「감사합니다……!」
「……아아、어울리지도 않은걸 지껄였네! 오늘은 끝이다! 이만 가봐!」
「아、네!」
블러드 선생님은 파리라도 내쫓듯이 손을 흔들었다。
입이 험하고、좀 무섭지만、엄청 좋은 선생님이다。
나는 입구로 향한다。그리고、다시 한 번 인사했다。
「감사했습니다!」
「……오우、또 보자고」
문을 닫고、마법 수련장을 뒤로했다。
블러드 선생님의 훈련은 상당히 하드。
지금 당장 쓰러질 정도로 피곤하고、전신이 욱신거린다。
하지만、그 모든게 기분 좋다。
아마 충실하기 때문이다。
이 학원에 입학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다들 좋은 사람이다。
나를 제외하면 귀족들 뿐이고、 좀 더 바보취급 당할거라 생각했다。
뭐、다들 자기 자신의 일로 벅차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
프레이아 선생님이다。
모퉁이에서 나타나、나의 진행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엣、눈치채지 못했어?
나……그렇게 존재감이 없나。
조금 쇼크……。
「───」
프레이아 선생님……뭔가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생각에 빠진건가。
그럼 이대로 말없이 보내는게 좋으려나……아니、인사도 없이 무시하는건……좋지 않아!
나는 빠른 걸음으로、프레이아 선생님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저、저기!」
조금 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그렇지 않으면、눈치채지 못할 것 같아서。
하지만、그게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뺘옷!」
선생님은 기성을 지르며、들고있던 자료를 성대하게 흩뿌렸다。
「에、에에에에에에!?」
뺘、뺘옷……이라니?
아니、그런 것보다! 저질렀다! 내、내가 괜히 말 걸어서──
「──아벨」
여전히 공중에서 자료가 펄럭이는 가운데、프레이아 선생님은 팔짱을 끼고、
전혀 동요하는 기색 없이 당당히 서 있었다。
그 한없이 차갑고、얼어붙을 듯한 시선을 나에게 향한채。
「교사를 놀라게 하고、그 반응을 즐긴다。정말 좋은 취미구나 아벨」
순간、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프레이아 선생님과 달리、나는 터무니없이 동요하고 있었으니까。
마、말도 안되는 오해를 하고 있어……!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아、아닙니다!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저기、그저 인사를……」
「……호오、인사。그렇다면、고작 인사로 놀라버린 나의 잘못이라는 말이군?」
「아뇨아뇨아뇨!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저기、그게……」
「──됐어」
프레이아 선생님……무서워。
조금 앨리스씨를 닮은 분위기랄까……아무래도 거북해。
나는 선생님과 함께 흩어진 자료를 줍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아벨」
프레이아 선생님이 말을 걸어왔다。
그것만으로 심장이 뛰어오른다。
「뭐、뭔가요……?」
나는 조심조심 대답했다。
「너는……그、뭔가 들었나? 예를 들어、그래、예를 들자면──루크에게 뭔가 들었나……?」
그건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거짓말 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솔직히 대답했다。
「엣……루크군? 딱히 아무것도……」
「다、다른 학생은 어때? 뭔가 말하지 않았나?」
뭔가 프레이아 선생님의 기백이 엄청나……。
「아、아뇨……없다고 생각합니다。루크군、먼저 말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런가……」
그때、프레이아 선생님이 아주 살짝 미소지은 것 같았다。
안도한 것처럼。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흩어진 자료를 전부 주웠다。
「가까운 시일내에、앨리스와 로이드의 서열전이 진행된다。
조금이라도 올라가고 싶다면 꼭 보도록」
「아、알겠습니다」
「그럼 난 가보겠다。──교사를 놀래키는건 적당히 하고」
「아니라니까요……!」
그리고、프레이아 선생님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뭐랄까、프레이아 선생님은 역시 조금 무섭지만──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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