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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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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어도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더운 계절의 풍물시는, 막상 사라지면 참으로 쓸쓸한 것이다.
이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울어대서, 성가시다 생각했어도 말이다.

 

오랜 세월 동안 짓밟혀 단단해진 흙바닥과 들판을 기어다니는 벌레가, 시야 구석으로 사라져 간다.
이 장소에 사람은 접근하지 않는다. 나만의 공간에서 홀로 서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잎을 울렸다.

 

새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푸른 나무가 우거진 산들은, 어디까지나 태연히 펼쳐져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이 경치를 보며, 엄청난 시간을 보내왔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매미의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 세상에 매미가 없다는걸 깨닫기까지, 시간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무엇이 보이는가」

 

 

무더운 날씨 속, 물끄러미 먼 곳을 바라보는 아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느새 다가온 어머니는 내 옆에 서서 시선을 더듬으며 묻는다.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그런가」

 

 

훨씬 먼 하늘에서, 검은 점이 지나간다.
저건 뭘까. 새인가, 아니면 해수인가.

 

잠시 둘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눈을 가늘게 뜬 어머니가 불쑥 말을 꺼낸다.

 

 

「보이지 않는 것은 없다. 결국은, 어떤 식으로 포착하느냐다」

 

「하……」

 

「눈이 보인다면, 보일터다」

 

 

선문답과 같은 그것에, 말을 의미를 조금 생각한다.

 

 

「그건, 의식하라는 의미인가요」

 

「의식하지 않아도 보인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

 

「어려운게 아니다. 평소 네가 보고있는 세계는, 네가 만들어낸 세계다. 아집을 버려라」

 

「네」

 

 

어디가 어렵지 않은걸까. 누가 뭐라건 그건 엄청 어렵다.

 

 

「나가서 돌아오지 않으니까 걱정했다. 찾아보니 이런데서 먼 곳을 보고 있군.

마침 잘됐다. 검은 들고 있군. 준비해라」

 

 

빠르게 단언한 어머니는, 검끝을 내게 겨누고 있다. 이것을 정안의 자세라고 한다.
어머니가 말한, 걱정했다준비해라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기 어렵다만, 귀가가 늦어진 벌인건가.
여름은 해가 늦게 지니까 시계가 없으면 금세 시간 감각을 잃어버린다.

 

 

「어머니」

 

「준비해」

 

「……」

 

 

기둥마냥 움직이지 않는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고하다.
이렇게 되면, 한 수 배워볼까.

 

똑같이 자세잡은 나에게 어머니는 말한다.

 

 

「언제든지 와라」

 

「그럼, 갑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 상단에서 내려친다

어머니는 슬쩍 옆으로 피하고, 내가 내려친 틈을 타, 검을 휘둘렀다.

목을 향해 다가오는 검을 순간 받아들일까 망설이다가, 다시 생각하여, 그 자리에 웅크리며 피하기로 했다.

 

 

머리 위에서, 검이 공기를 가른다.
그렇게 공방이 한 바퀴 돌았기 때문에, 일단 거리를 두고 다시 시작이다.

 

 

「회피가 순간 늦었군」

 

「꿰뚫어 보셨군요」

 

「무엇을 생각했나」

 

「받을까 하고」

 

「망설이지 마라」

 

「웅크리며 피하는 것과 어느쪽이 좋습니까」

 

「피하면서 다리를 노려라」

 

「그것도 피해졌다면, 위에서 베어질 것 같습니다」

 

「다리를 노린 일격으로, 최소한 자세를 무너뜨려라. 공격의 주도권을 주지마」

 

「간단히 말씀하시고」

 

「간단하다. 이번엔 이쪽에서 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머니는 눈앞에 있었다.
안면을 노린 찌르기에서 살의가 느껴진다. 고작 찌르기 하나에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고 말았다.
과하게 옆으로 피함으로서, 어머니의 공격으로 쉽게 다음으로 이어졌다.

 

추격해오는 검. 피할 여유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받을 수밖에 없다.
검을 검으로 받아내고, 날카로운 소리에 이어서, 삐걱삐걱 금속음이 울려퍼진다.

 

 

「받은건가」

 

「받았습니다」

 

「어리석은」

 

 

어머니의 검에는 특징적인 무늬가 달려 있다.
여러개가 겹쳐있는 붉은 물결무늬. 그 색은 처음 봤을 때보다 진해진 것 같다. 머지않아 붉은 검이 될지도 모르겠다.

 

 

「검으로 받아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는가」

 

「그렇게 말씀하셔도」

 

「본래, 이런 얇은 검으로 받아낼만한 것이 아니다」

 

 

날밑 싸움은 불꽃이 튀길 정도가 되었다.
한층 힘을 가하는 어머니는, 귀신 같은 형상으로 노려본다.
신장과 체격, 전부 우월한 사람과의 힘겨루기는 죽을 만큼 힘들다.

 

 

「어머니」

 

「뭐냐」

 

「슬슬. 항복해도 ?」

 

「여유가 있는 동안, 포기하지 마라」

 

「여유 따위……」

 

「말대꾸는 필요없다」

 

 

마침내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게 되어, 힘에 밀려났다.
츠즈즉 흙먼지를 일으키며, 발로 선을 그리게 된다.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멀어졌지만, 어머니가 쫓아오는 기색이 없다.
어느새 검은 검집에 수납되어, 엉거주춤한 발도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삼의 태도 ――――」

 

 

아, 그건.

 

 

「『비연』」

 

 

발도한 검에서 참격이 날아온다.
그 자체는 불가시의 공격이다. 검의 궤도에서 유추할 수밖에 없다.
비거리는 사용자에 따르지만, 어머니의 이것은 적어도 10m 이상 날아간다.

 

기술을 썼다면 손대중은 필요 없다. 일순간의 망설임이 목숨을 앗아간다.
정신은 오래 살았지만, 이 몸은 아직 10살이다. 죽기에는 너무 이르다.

 

얕게 숨을 들이마시고, 눈앞의 공격에 집중한다.
상단에 내건 검을 재빨리 내려치며, 날아오는 참격을 베었다.

 

 

「……지금건, 일의 태도인가」

 

 

어머니는 일련의 흐름을 흘겨보고 있었다.
스승이 아닌 어머니의 얼굴로, 이마에 주름을 잡고 있다.

 

 

「아뇨. 특별히 의식한건 아닙니다」

 

「그런가. 뺨이 찢어졌다」

 

 

문질러 보니 손등에 피가 묻어 있다.
아픔은 없다. 상처는 그리 깊지 않다. 종이 한 장만큼이 상쇄되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인사는 필요없다」

 

 

붙들 틈도 없이, 혼자 잽싸게 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의 등을 쫓는다.
어느덧 해는 저물고, 하늘은 주황색으로 물들고 있다.
햇빛을 받아 길게 뻗은 그림자는, 밋밋한 섬뜩함으로 어디까지나 따라온다.
눈앞의 숲은 어슴푸레하다. 일단은 그곳까지, 밋밋함은 동반 하겠지.

 

 

 

 

 

 

 

 

 

「몇살이 되었나」

 

「10살입니다」

 

 

귀가길, 나무들로 둘러싸인 곳에서, 어머니는 문득, 의문스럽다는 느낌으로 묻는다.

 

 

「그런가. 아직 10인가」

 

「이미 10입니다」

 

「여동생은 8이군」

 

「빠르군요」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인 어머니.

 

 

「검을 시작한지 벌써 일년이 되는군」

 

「어떻습니까」

 

「소질이 뛰어나다」

 

 

말하는 와중에도 무표정인건 변함이 없다.
그것은 검성으로서의 얼굴이며, 그 평가는 사사로운 감정을 섞지 않는 정당한 것이겠지.

 

 

「언젠가, 나를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기대되네요」

 

「아아. 하지만 앞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길에 헤매지 않도록 정신 똑바로 차리자

 

 

말하는 사이에 숲을 빠져나왔다.
포장도 안 된 자갈길을 걷는 우리는, 때때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
논과 밭. 보이는 집은 나무로 되어 있다. 조금 전까지 있던 훈련장은 동떨어져있다.

그곳과 마을을 잇는 길은, 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마을 사람들은 접근하지 않는다.
가끔 삼의 태도가 날아가는 것을 생각하면, 올바른 판단이다.

 

 

「그에 비해, 너는 조금 이상하다」

 

 

아들에게 해도 되는 말인가, 그건.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참고 듣는다.

 

 

「어째서죠」

 

「고작 10살이, 정면에서 나와 대결을 펼치는건 너무 이상하다. 심지어 남자 주제에 말이다」

 

「검성의 아들입니다. 재능은 어머니가 물려준거구요. 어찌보면 당연한게 아닐까 합니다.

거기에 성별은 관계 없겠죠」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무척 유감스럽다는 모습이다.

 

 

「삼의 태도를 베어낼 정도의 재능이다. 실로 아까워. 네가 여자였다면, 가문을 잇게했다」

 

「가문에 관해서는 참견할 생각이 없습니다. 부디 자유롭게」

 

「그렇게하지. 그런데, 너는 요리를 할 줄 아는가」

 

「갑자기 뭔가요」

 

 

「얼마 전, 지도하러 간 집에서 자녀 자랑을 들은 것이다. 딸은 재색 겸비.

아들은 완만청종[각주:1]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말을 들으면 받아칠 수 밖에 없다. 딸 얘기라면 나도 겨룰 수 있지만,

막상 아들로 겨루자니, 아무래도 맞물리지 않는다. 심지어 네 앞날을 염려했다」

 

「뭐라고 했습니까」

 

「하루 종일 검을 휘두르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며, 훈련으로 아무리 고통받아도,

결코 꺾이지 않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라고 했다」

 

「어머니. 남자는 보통, 검을 휘두르지 않습니다」

 

「잊고 있었다. 너 같은 가냘픈 꼬마가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니,

길가의 남자들을 알지 못하고, 지나치게 보고 있었다」

 

「어머니. 제가 특별히 이상한겁니다. 부디 아버지를 그렇게 취급하는 일만은 없기를」

 

「그건 원래 꽃집이다. 꽃을 사랑하는 것이 어울리는 남자를, 어떻게 그리 볼 수 있겠는가」

 

「아버지에 한정된 얘기가 아닙니다」

 

「나약한 것들이」

 

「어머니……」

 

「농담이다」

 

 

어머니는 무표정으로 말한다.

이래서야, 속마음은 어떤지 표정에서 엿볼 수가 없다.

 

 

「남자는 보통, 요리와 세탁을 하고, 아이를 돌본다고 한다.

여자가 밖에서 돈을 버는 동안, 집을 지키는 것이 남자의 일이다.

생각해보니, 네 아버지이자 내 남편도 그랬다. 하지만 너는 하루종일 검을 휘두르고 있다.

가문을 잇는게 아니라면, 너는 장래에 어딘가의 가문에 사위로 간다.

이대로는 안 된다며, 쓸데없이 이름이 긴 부인에게 주의받고 말았다」

 

 

「어머니. 그건 혹시 귀족 얘기 아닙니까」

 

 

글쎄다, 라며 시치미를뗀다

 

 

「귀족의 사위로 갈 수 있다면, 가사 능력을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너에게 그런 얘기는 오지 않았다.

온다 해도 정략결혼 같은 웃기지도 않은 내용이라면 즉석에서 베어넘긴다」

 

「연애 결혼을 권장 하시는군요」

 

「네 아버지와 나는 열렬한 연애였다. 너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구애했다고 들었습니다」

 

「매일 다니며 거리를 좁혔다. 고생해서 설득하고 함락시켰다. 검성이라는 자가 말이다.

알겠는가, 연애에 신분은 관계 없는거다」

 

「부러운 얘기네요. 하지만 실로 유감입니다만, 저에게 구애하는 여자애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마을 여자들은 뭘 하고 있어」

 

「어머니. 하루종일 검을 휘두르고, 다 큰 어른과 검으로 겨루는 남자를 무서워하지 않는 여자는 없습니다」

 

「볼수록 아깝군. 여자였다면, 지금쯤 5~6명은 가볍게 구애했을텐데」

 

 

그거 참 부러운 이야기다.
그건 그렇고, 다시 태어나고도 여전히 인기 없다는건, 이미 영혼에 새겨진 저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의 장래를 생각하면, 집안일을 가르치는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부터 아버지에게 집안일을 배워라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그러면 검의 수행이 소홀해집니다」

 

「안 돼. 양립해라」

 

「어머니. 시간은 유한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하루종일 검을 휘두르려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됩니다」

 

「진심으로 휘두르면 단축된다. 빈 시간에 신랑 수업을 해라」

 

「그런 짓을 하면, 일의 태도나 삼의 태도로 훈련장이 망가집니다」

 

「일의 태도는 몰라도, 삼의 태도는 꺼내지 마라, 어째서 꺼내는가」

 

 

가끔 멋대로 나온다.
뭔가 요령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머니」

 

「변명은 듣지 않아. 양립해라」

 

「아뇨, 그게 아니라」

 

「뭐냐」

 

「아버지에게 이 일은 전했습니까」

 

「아직이다. 지금부터 전한다」

 

「어머니. 전 이미, 요리 할 수 있습니다」

 

 

딱 그 자리에 멈춰서는 어머니.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바라본다.

 

 

「그런 바보 같은」

 

「어머니는 가끔, 제 요리를 드시고 계십니다」

 

「말도 안 돼. 내가 그 녀석의 맛을 모를리가 없다」

 

「어머니의 취향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설마……」

 

 

반론을 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여기서 입씨름해도 소용없다. 진위여부는 아버지에게 확인하면 된다.

 

 

「그럼, 그 이외를 배워라」

 

「요리, 세탁, 청소. 대부분 배웠습니다」

 

「어느새……」

 

「어머니가 겨울에 감는 빨간 머플러는 제가 짰습니다」

 

「그건 기성품이 아니었나」

 

「여동생의 검은 것은 아버지가」

 

「왜 반대로 하지 않는가」

 

「여동생이 귀여운 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성의 표정으로 휙하고 앞을 바라본 어머니는, 쿵쿵 발소리를 내며 걷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침내 구보가 되어, 아버지가 기다리는 집으로 급히 돌아갔다.
약간의 문답 끝에 아버지는 어머니를 위해 새로 목도리를 짜게 되었고,

나도 여동생을 위해 새로 짜게 되었다.

 

하지만, 머플러는 두 개나 필요없으니, 나는 양말을 짜기로 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도,「양말로 할까」라고 제안했지만,

어머니는 머플러를 짜달라며 고집스럽게 양보하지 않았다.

 

그 속마음은 무표정의 그림자에 가려져 엿볼 수 없었지만,

겨울이 되고, 날짜마다 번갈아 목도리를 두르는 어머니를 보며 흐뭇하게 생각했다.


 

  1. 고상하고 침착하며, 남에게 상냥하고 솔직하며, 거역하지 않고 따르는 것. 여성을 가르칠때 사용 되었던 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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