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성의 아들은 아침이 빠르다。
새의 지저귐도 들리지 않는 깜깜함 속에 일어나 몸단장을 시작한다。
옆에서 자고있는 여동생이 깨지 않도록 이불을 개고、살며시 방을 빠져나간다。
길어둔 물로 세수하고、맑아진 머리로 검을 메고 밖으로 나간다。
밖에는 희미하게 안개가 끼어있다。
눅눅한 공기 속에 비냄새가 살짝 섞여있다。식물과 흙이 축축해진 냄새다。
길가의 풀에는 이슬이 맺혀있지만、비가 내린것 치고는 흙이 말라있다。
산기슭에 있는 마을이다。근처에 강이 흐르며、시야에 온통 자연이 펼쳐져 있다。
이 시기、고맙게도、물의 기운은 어디서든 쉽게 발견되었다。
오늘은 어쩌다 습도가 높았던 걸지도 모른다。
하늘을 올려보자、안개와 깜깜함 때문에 알기 어렵지만 얇게 구름이 끼어있는 것 같았다。
잠시 올려다보는 사이에 산 너머로 흘러간다。위쪽은 바람이 강하다。
잠깐 비구름이 끼었다가、곧바로 떠내려간다 해도 이상할게 없다。
이 상태라면 오늘은 비가 오든 안오든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가볍게 몸을 풀며 발걸음을 옮긴다。
숲속은 축축한 냄새가 더욱 강했다。숨막힐 정도의 푸릇함에 얼굴을 찌푸린다。
빠른 걸음으로 도착한 훈련장에는、다져진 붉은 색의 흙이 드러나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축축했다。점점 더 모르겠다。하지만、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자。
본격적으로 준비운동을 한다。일단 팔。다음은 다리와 허리。휘두르는데 안쓰는 부위는 없다。
목은 특히나 정성스레 푼다。
대강 다 풀고、검을 뽑아들어 정면에 겨눈다。
잠시 호흡조차 멈출 정도로、의식을 집중한다。
깊이 더 깊이 마음속에 파고든다。점차 몸에서 의식만 멀어지는듯한 감각에 빠진다。
발밑의 자갈。바람에 부채질되는 뒤쪽의 나뭇가지。머리 위 아득한 곳의 구름。
자신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의식을 밖으로 넓혀간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의식은 몸을 벗어나、세계에 녹아든다。
검을 치켜들고、내리친다。여태 수도없이 반복한 동작은、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레 몸이 움직인다。
이 움직임은 검을 휘두르는 기본 움직임이다。하나는 전체。이걸 못한다면 검을 사용하는 의미가 없다는 어머니의 말。
어머니의 수행은 기초 중시다。철저히 쥐어짜진다。싫을 정도로。토해도 쓰러져도 신경쓰지 않고。
혼자 단련해도、그 가르침은 살아있다。아무 생각없이 일단 휘두르기。
수 백번 휘두른차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떠있던 의식이 몸으로 돌아왔다。
고작 한 시간도 집중하지 않았는데 권태감이 심하다。몸이 아닌 정신적인 피로감이다。
애초에 이게 의미있는 단련인지도 불명이다。
어림짐작으로 이것저것 하고 있을뿐이니、어쩌면 헛수고로 끝날 수도 있다。
피곤한 탓에 사고가 네거티브해졌다。이 단련은 일단 여기까지 하고、다음은 『태도』의 연습이다。
일의 태도부터 순서대로 기술을 펼친다。
어머니에게 배운 이 기술은、오의 같은게 아니고、어디까지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중 하나다。
승패를 결정하는건 『태도』가 아닌 실력이라고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어머니 자신이 이것 이외에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피를 토하는 단련을 거듭하여、연마의 극치、검성까지 올라섰다。
범인은 상상도 못할 평범하지 않은 노력의 끝에、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평소에 어머니와 검을 맞대고 있어서 알고있다。
어머니를 목표로 삼고、등을 쫓을 뿐이라면 그곳에 도달할 수 없다。
전생 어드벤티지를 가진 나조차 그건 어렵다는걸 깨달았다。
모방으로는 안된다。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갈 뿐이라면、넘어설 수 없다。
자신의 길을 찾아야한다。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는지、짐작도 할 수 없는게 문제지만。
기초를 단련하고、기술을 연마하고、기진맥진이 되었을때 아침 햇살이 들판을 비추었다 。
아침 노을은、몇 번을 봐도 아름답다。설령 비가 내리고 있어도、구름이 끼어 있어도。
상쾌한 햇빛이 피곤함을 달래준다。
오늘도 좋은 날이 될거다。
저걸 보고 자연스레 그런 생각을 하는건、전생에서 이어지는 습성같은 거겠지。
숲을 빠져나오니 인기척이 짙게 느껴진다。
농가의 아침은 빠르다。가끔은 내가 집을 나오는 것보다 빠르게 농사일을 시작한 곳도 있다。
해가 떴다면 일이라고 말하는듯。마을 곳곳에서 활기가 흘러넘쳤다。
요근래 도시로 인구유출이 심각하며、이 마을도 그 영향을 받고있다。
동쪽과 서쪽의 중간에 있는 마을이다。가끔 외부에서 사람이 와도、금방 목적지로 떠나버린다。
이 마을의 아이들도、언젠가 자녀를 남겨두고 어디론가 떠나겠지。
농사중인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며 집으로 이어지는 귀갓길을 걷는다。
도중에、눈이 마주친 주민들은 한결같이 눈을 돌린다。
기본적으로 나는 기분나쁜 것으로 여겨진다。이쪽에서 말을 걸어도、대답은 어색하다。
저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살때 말하고、다섯 살에 곡괭이를 휘둘렀다。그리고 지금은 진검을 휘두른다。
아무리 어머니가 어머니여도、거리를 두고싶어하는 마음을 잘 알 것 같다。
귀신이 씌었다는 소문이 돌던 것도 알고있다。맞지도 틀리지도 않다。
집에 도착하여、문을 벌컥 열었더니、마침 똑같은 타이밍에 문을 열려던 여동생과 마주쳤다。
잠에 취해 반쯤 감긴 눈。패기가 전혀 없어서 어린 티가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아직 8살이다。
「안녕」
「안녕하세요。오라버니」
귀엽다。
세수하고 오도록 재촉한후에 、불안한 발걸을음 배웅하고、아침 식사를 만들고있는 아버지를 도왔다。
이미 깨어있던 어머니는、거실에서 골똘히 생각중이시다。
원래 과묵한 사람이지만、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르다。
뭔가 안좋은 일이라도 꾸미고 있는건가 싶어서 마음을 졸이며、곁눈질로 관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산뜻해진 여동생이 무언가 도울일은 없냐며 찾아왔지만、
아버지는 「다 됐으니까 거실에서 기다려」라고 대답하며 생선구이 접시를 옮겼다。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났다。
가족 네 명이 거실에 모였다。
각자의 위치에 상이 놓인다。이 집에 테이블은 없고 방석에 앉아 식사한다。
남성이 경시되기 쉬운 세상이지만、여자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라 같은 횡포는 우리집에 없다。
그런 집도 지역에 따라서는 있다고 하지만、만약 그런 집에서 태어났다면 진작 가출했다。
나와 아버지、그리고 여동생이 정좌하고 있는 가운데、혼자 책상다리로 앉아있는 어머니는、
허리의 검과 맞물려서 형용하기 힘든 박력이 있었다。과묵한 점도 한몫하고 있다。
그저 그곳에 존재할 뿐인데 평범하지 않은 오라가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두 말할 것도 없이 과묵하고、아버지도 성격상 필요이상으로 말하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식사중에 대화는 적다。하지만 분위기가 팽팽한 것은 아니다。
성장기인 여동생이 볼이 빵빵해질만큼 먹고있는 장면을、아버지가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분위기가 훈훈해진다。
한편、빠른 것에 정도가 없는 어머니는、아버지가 여동생을 바라보는 동안 이미 다 먹었다。
팔짱을 끼고、눈을 감은채 식후 휴식을 취하는 모습。
그 복장이 이른 아침인데도、차려입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시점에서 나는 아직 반절도 먹지 않았지만、예의없는걸 알면서도 입을 열었다。
「어머니。괜찮을까요」
「뭔가」
「오늘 예정은?」
「지도하러 간다。산 너머다」
「귀가는 언제쯤이 될런지요」
「내일 밤이다」
「내일인가요。오늘 밤은 어쩌시겠습니까」
「저쪽에서 신세진다。오늘、내일로 지도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여동생의 단련은 어쩌시겠습니까。괜찮으시면 제가 보겠습니다만」
「필요없다。할 일은 전해뒀다」
어머니의 시선을 받은 여동생은 곧바로 대답하려 했다。
그러나 입 안에 음식이 한가득이었다。결국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대답했다。
「괜찮으신가요?」
「무엇이」
「혼자 하게해도」
「가끔은 괜찮겠지。이상한 버릇이 붙는다면、돌아와서 교정한다。이 기회에 뼈저리게 느낄거다」
「관대하게 부탁드립니다」
일단 대화가 끊긴다。
어머니는 여동생의 식사 장면을 몇 초 바라보더니、예고없이 벌떡 일어섰다。
「이제 간다。낮까지 오라고 들었다」
「어머니를 턱짓으로 부르다니 엄청난 배짱이네요。어느 집 분인가요」
「모른다」
「……평소와 같은 분인가요」
「이름이 길었다」
「그러신가요」
이 주변을 잘 아는건 아니지만、산 너머에 이름이 길다면 귀족밖에 없다。
검성에게 지도를 맡길 정도면、부유한 집인건 틀림없을테고、
어머니가 실례되는 행동을 할까봐 걱정된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도시락을 건네는 장면을 바라보며、
출발 전에 적어도 잔소리 한마디쯤은 해둘 생각으로 남은 음식을 쑤셔 넣었다。
집 앞에서 어머니를 기다린다。
뒤쪽에서 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그대로 기다리고 있으니 말에 탑승한 어머니가 나타났다。
「말인가요」
「아아。저것으로 가면 싫어한다」
저것은 펫을 뜻한다。
마구간 옆의 펫 오두막에 살고 있다。
「없는 동안、집은 맡기겠다」
「맡겨주세요」
「그럼」
출발 전의 대화를 쓸데없다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어머니가 고삐를 느슨히 잡고、배를 차서 달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느긋했던 속도가、점점 빨라진다。
「부디 실수 없도록 해주세요ー」
손을 흔들며 잔소리를 뱉는다。
말 위의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고、대신이라는듯 외투를 펄럭이며 멀어져갔다。
제대로 들렸을까。들렸다 해도 듣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며、펄럭이는 외투가 작아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어머니의 등이 작아질 무렵、뒤쪽에서 문이 열리며 여동생이 나타났다。
「오라버니。어머니는?」
「이미 떠나셨다」
「그런가요」
「무언가 용무라도」
「아뇨。배웅할 생각이었습니다만」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살피는 여동생은 기분탓인지 분해보였다。
혼자 잽싸게 먹고、쫓기듯 떠났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에 맞춰 허겁지겁 먹는 것은、몸에 안좋겠지。
「다음에 같이 배웅할까」
「네」
「밥은 잔뜩 먹었니」
「먹었습니다」
「맛있었니」
「맛있었습니다」
「다행이다」
대부분 아버지가 만들었지만、나도 조금 거들었기 때문에 그 감상은 소박하게 기뻤다。
「그럼 오라버니。저는 수행하겠습니다」
「식후 휴식은 중요해」
「문제 없습니다。일단은 집 앞에서 휘두르고 있을테니、무언가 있으면 불러주세요」
「알았어」
문을 닫는 것도 잊고、목도를 챙기러 달려나가는 여동생。
기운 넘치는건 무엇보다 좋은 일이다。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면 더욱 좋다。나도 아버지의 가사를 돕도록하자。
통에 물을 붓고 비누를 녹인다。
하얗게 탁해진 물에 세탁물을 담가 첨벙첨벙 씼는다。
비눗물은 차가우며、손을 찌르는듯한 자극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이까짓거 아무것도 아니다。완전히 익숙해진 것이다。
더러움을 없애기 위해 문지르고、비비고、때로는 발로 밟기도 한다。
이 작업 중에는 딱히 생각할 것도 없이 무심으로 하고 있지만、이럴때 세탁기의 고마움을 알 수 있다。
세탁기는 무리여도、상자에 핸들을 장착하고 빙글빙글 돌리면 원심력으로 탈수는 가능하지 않을까。
시험삼아 만들어보고 싶긴하다。하지만 나는 손재주가 없고、수행을 해야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 시간은 없다。
타인의 손을 빌리는 것도 생각해봤지만、애초에 가족 이외에 친한 사람이 없다。연인은 커녕 친구조차 없다。
어머니는 장래 사위로 가라고 말하지만、현재로서 그것은 이루어질 것 같지가 않다。
자유연애 이전에 날 피한다。아마 이 마을에는 날 사위로 삼아줄 여자는 없다。
암담한 나의 인생에 무심코 초연해진다。전생의 경험이 있는데도 전생보다 힘든 상황이다。
어딘가에서 무언가 손을 쓰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건 확정이다。평생 독신일 수도 있다。
나이 10살이 되어 장래에 대한 불안에 짓눌릴 뻔한 나의 귀에、추격을 가하듯 즐거운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집 앞에서 들려온다。살짝 엿보니、근처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여동생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웃는 얼굴로 화기애애한 노인들과 달리、여동생은 가면같은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귀기울여보니、유익한 대화는 아니었다。
「기운차네」「노력하고 있네」「상태는 어때」
그런 잡담이다。
마을 어른들은 여동생이 신경 쓰이는듯 하며、기회만 있으면 찾아온다。
검성의 딸이며 후계자로 내정。어쩌면 다음 검성이 될지도 모른다。유망주인건 틀림없다。
지금부터 친해져도 손해볼건 없다。
그런 타산이 있든 없든、이런 시골마을에서 친절하게 대해주는건 고마운 일이지만、
당사자인 여동생은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하고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노인들은 아쉬워하며 이리저리 흩어져갔다。
노인들이 없어진걸 확인하고、여동생이 얼굴을 빼꼼 내민다。나를 발견하고는 얼굴을 활짝 핀다。
「오라버니」
「다들 가버렸어」
「좋은 일입니다」
「좋지는 않겠지。가끔은 대화 해보는게 어때」
「시간 낭비입니다」
「낭비인가」
「낭비입니다」
얼굴을 보아하니 설득은 무리라는걸 알 수 있다。
어머니。당신의 고집스러움은 확실히 아이에게 계승 되었습니다。쓸데없는 것을。
「네가 집을 이어야 하니까。이웃과의 교제는 중요해」
「실례지만。제가 이을쯤에는 다들 죽어있을까 하고」
「그럼 아이라면 친하게 지낼 수 있겠네」
「오라버니。방해가 들어올테니、훈련장에서 수행하고 오겠습니다」
「도망치지마」
「나중에 봬요」
「어ー이」
도망치는 여동생의 목덜미를 잡으려 했지만、슬쩍 피하고 달려나간다。
이상한 곳에서 재능의 편린을 느끼게 한다。
성별 차이가 있지만、두 살 많은 내가 아직은 더 낫다。따라잡으려면 따라잡았다。
하지만 따라잡아도 뭘 어떻게 구슬려야할지。작전이 필요하다。의견을 받자。
「아버지」
「뭐니?」
「고집쟁이에 대해 상담이」
「무슨 일 있었어?」
거실에서 한숨 돌리던 아버지에게 설명한다。
아버지는「아ー하」하고 묘하게 기쁜듯한 얼굴을 하고서、턱을 만지며 몇 초 생각한다。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무리네」
「웃는 얼굴로 단념하지마세요」
「나기……엄마의 딸이니까」
「아버지의 딸이기도 합니다」
「나도 의외로 고집쟁이야」
「농담도」
평소의 모습을 보면、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비교대상이 다이아몬드 머리라서、혹시 철광석 수준의 머리일지도 모르지만。
「그 아이는、겉은 엄마지만、속은 나를 닮았으려나」
「그런가요」
「반대로 너는 엄마와 무척 닮았어」
「그렇지는……」
「무척 닮았어。나에게 검의 재능은 없으니까」
「재능의 유무로 판단할 것은 아니겠죠」
「뭐、그렇지。그래도 역시 닮았다고 생각해……。이렇게、눈치보지 않고 돌진하는 부분이라든지」
「기쁘지 않습니다」
「그래? 칭찬한건데……。그건 그렇고、점심은 주먹밥으로 괜찮니」
「……그럼、동생 몫은 제가 만들어도 될까요」
「응。같이 만들까」
정성을 가득담아 만들도록하자。
물통에 물과 함께、근처에서 따온 과일을 짜넣고 한줌의 소금도 넣는다。
달콤함을 더한 수제 스포츠 드링크다。먹을 수 있는 과일인건 어머니에게 확인 받았다。
이것과 주먹밥을 들고 훈련장으로 향한다。여러가지 생각한 끝에、위장부터 공략하는 작전이다。
여동생을 설득할 마음 한가득으로 훈련장에 도착해보니、그곳에 정작 여동생이 없었다。
평소대로라면 한가운데에서 목도를 휘두르고 있어야한다。
어디있는지 주위를 살펴보니、나무그늘까지 무언가가 기어간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 흔적의 끝에서 발견한건、무참히 큰대자로 뻗어있는 나의 여동생이었다。
가슴이 들썩이는걸 보아하니 살아있다。아마도 피로감에 녹아웃 했겠지。
기어서라도 나무그늘로 피신한건 현명하다。자칫하면 탈수와 일사병으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 대신、옷이 진흙투성이가 되었지만。
나의 방문을 눈치챈 여동생은、고생하며 일어나려 했지만、결국 무너졌다。
「무리한 단련은 몸을 망친다」
「무리따위、안했어요」
「그런 대사는 일어나서 해라」
안색을 살펴본다。새파랗다。
흘러나오는 땀은 멈출 기색도 없이、이러고있는 사이에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자세히보니 팔이 경련하고 있다。얼마나 혹사하면 이렇게 되는건가。
시킨 것 이상의 일을 하고있는 것 같다。너무 지나쳤다。
기운찬건 좋지만、지나친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점심밥 가져왔어」
「……잘먹겠습니다」
「일어나」
「조금、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일단。이것부터 마셔둬」
등에 팔을 두르며 안아 일으킨다。달아오른 몸이 몹시 뜨거웠다。
물통을 입에 갖다 대었다。입 가장자리에서 한줄기 흘리며、필사적으로 꿀꺽꿀꺽 마시고 있다。
「맛있는가」
「달아요」
「소금도 들어있어」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아요」
「다행이네」
한 번으로 반절 비우고、두 번째에 완전히 비워냈다。
내 몫으로 가져온 것도 마저 먹인다。
그걸 반쯤 마시고 이제야서야 진정된 것 같다 。
후 하고 숨을 내쉬는 얼굴에 생기기 돌아오고 있었다。
땀으로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를 헤치며 말을 나눈다。
「과도한 수행은 엄금이다」
「네」
「또 하면 벌이다」
「알겠습니다」
「대답만 그럴싸하니 딱밤」
「아읏!?」
맞은 이마를 감싸지도 못하고。
힘이 빠진듯 늘어져있는 여동생은、아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오라버니……」
「조금 쉴까」
「네……」
「돌아가면、어머니에게 혼내달라 해야겠네」
「오라버니……용서를……」
그것만큼은 봐달라고 눈빛을 보내온다。
안타깝지만、너를 위해서라도 그만둘 수 없다。
다시는 이런 터무니 없는 짓을 못하도록 몸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머리를 쓰다듬어주자、여동생은 조금 기쁜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하게 껴안으면 부러질 것 같은 가녀린 몸。이렇게 작은데도、매일 검을 휘두르고 있다。
나도 휘두르고 있지만、조만간 따라잡히겠지。
이 세계에서는 여자가 강한듯 하니까、오히려 부러질 것 같은건 내쪽일지도 모른다。
장난기가 발동하여 코끝을 간지럽히니 귀엽게 몸을 비틀었다。
가슴에 꼬옥 안아보자、이상한 소리를 냈다。
반응이 재밌어서 무심코 이런저런 짓을 해버린다。다음에는 뭘 해볼까。
이런 식으로、한여름의 점심시간。나무그늘 아래에서、여동생과 단란한 한때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