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과도한 단련으로 쓰러지고、하루 쉬게한 다음날。
단련에서 돌아온 내 발걸음 소리에 깨어난 여동생은、태연한 얼굴로 평소같이 졸린 눈을 과시했다。
아침 식사때도 왕성한 식욕을 선보이고、기운차게 훈련장으로 달려나간다。
아버지가 건네는 걱정의 말은、한귀로 듣고 흘려보내고 있다。
「너무 무리한다면 밧줄로 묶어서 어머니에게 내밀겠다」라는 협박이 먹혀서 그런지、
나와 아버지가 나무그늘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상식적인 단련을 일관하고 있다。
지극히 기초적인 단련이다。
올바른 형태로、올바른 신체의 사용법으로、날렵하고 날카롭게 검을 휘두른다。
때로는 위에서 곧바로 내리치고、때로는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내리친다。
그리고 옆으로 베는가 싶더니 정면을 찌른다。
그것들을 쉴틈도 없이、계속 반복한다。
여전히 『태도』를 하나도 쓰지 못하는 여동생은、이렇게 자신의 기술을 갈고닦고 있다。
어머니의 가르침대로、어머니의 명령대로의 단련이다。
수행을 시작한지 일년이다。
언제쯤 『태도』를 사용할 수 있을까、그런 불안을 품는 시기일 것이다。
그것이 어제의 무리로 이어졌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어떻게든 결과를 내고싶어 안달내는 마음은、나또한 아플 정도로 잘 안다。
나와 아버지는 여동생의 단련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나는 이미 지나간 길이다。그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있다。그래서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니다。
이 세계에서、검은 여자의 길이다。남자는 들어서면 안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우리의 수행에 무엇 하나 참견하지 않았다。
하고싶은 말이 잔뜩 있었을거다。그럼에도 입을 다물었다。그게 예의니까。
하지만、자신의 아이가 지나친 단련 끝에 움직일 수 없게되면、참견하고 싶겠지。
조마조마 하고 침착함 없이、마른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아버지。
그 눈앞에서 여동생은 흘러내리는 땀에 신경쓰지도 않고、
괴로운듯 얼굴을 찌푸리고 쓰러질듯 하여도、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아버지는 몇 번이나 뛰쳐나갈 뻔했다。그 때마다 팔을 붙잡아 그 자리에 억눌렀다。
딸의 꿈을 응원한다면、방해 해서는 안된다。손을 뻗어서는 안된다。
이정도도 뛰어넘지 못하면、검성은 될 수 없다。
타이를 때마다、아버지는 입술을 깨물며 견뎠다。견디며、자신의 딸을 지켜봤다。
나도 이 상황에서 아버지를 내버려둘 수 없다。언제 뛰쳐나갈지 알 수 없다。
그날、집안일에 전혀 손대지 못하고、하루종일 여동생을 지켜봤다。
저녁 식사 전에 아버지를 이끌고 한 발 먼저 귀가했다。돌아온 여동생에게 밥을 배불리 먹였다。
목욕으로 땀을 씻기고、하는 김에 촉진하여、이상없다는 결론을 내린다。아버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동생은 하루의 피로에 금방 잠들었다。자는 아이는 자란다。식욕이 왕성해서 더욱 자란다。
매일 10시간은 자고、배불리 먹는 여동생은、그야말로 쑥쑥 자라겠지。
아버지는 정신적 피로가 쌓여있었다。낮에 못한 집안일을 처리하는 도중에、잠들 정도로。
두 명을 이불로 옮기고 역할을 완수한 나는、또 하나의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
집 앞의 나무상자에 앉아 어머니의 귀가를 기다리기로 했다。
어머니는 밤에 돌아온다 하셨지만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다。
나무상자에 앉은지 꽤나 흘렀지만、여전히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따분했다。
하지만 운좋게도 오늘은 보름달이다。
광원이 적은 이 세계에서는、전생과 비교도 되지 않게 아름다웠다。
보고만 있어도、낮에 그을린 마음을 풀어준다。
이 조용한 밤에는 벌레와 개구리 울음소리만 들려온다。
달구경에 열중하는 10살이라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정신적인 문제로 즐겨버리는건 어쩔 수 없다。
가끔씩 옅은 구름이 달을 가리며、으스름달이 되는 장면은 운치가 넘친다。
수중에 술이 있었다면 참지 못하고 마셨을거다。
그렇게 얼마나 달구경을 하고 있었을까。
무심코 시간 감각을 잃고있었다。
달은 이미 절정을 지나、남은건 떨어질 뿐이었다。
기다리다 지쳤다。
끝까지 기다렸는데、내일 아침에 귀가하는 사태가 된다면 하루의 단련에 지장을 초래한다。
아무리 이 육체가 3~4시간의 수면으로 충분하다 해도、그걸 허용하는건 멍청한 짓이다。
내일 할까。
아침에 말하면 되겠지。뭣하면 때려서라도 깨워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상자에서 일어났을 때、조용한 하늘에 희미하게 발굽 소리가 울려퍼졌다。
산쪽 방향。어둠 너머에서、누군가가 말을 타고 달려온다。
위험할뻔 했다。
나는 그 자리에 머물며 소리의 출처가 다가오는걸 기다렸다。
전체적인 모습이 보일 무렵에、어머니의 얼굴과 모습이 선명히 보일만큼 다가와 있었다。
어머니는 집 앞의 나를 발견하더니、말의 속도를 조금씩 줄였다。
「늦어졌다」
「어서오세요」
짧은 인사를 나눈다。
어머니는 마구간으로 이동하여 시원스레 말에서 내렸다。노고를 치하하듯 목을 쓰다듬는다。
이미 물과 먹이는 마구간에 준비해뒀다。이제 말이 알아서 먹고 알아서 쉴 것이다。
「저녁은 어떻게 하셨는지요」
「저쪽에서 출발하는게 늦어졌다。도착할쯤에는 늦은 밤일거라며 받아왔다」
「그건 다행입니다」
「아아。……그래서?」
어머니는 외투를 벗으며 묻는다。
「무언가 있었군。이런 늦은 시간까지 날 기다린걸 보면」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만、일단 빨리 전달하고 싶어서요」
「그건、아버지가 말하는 것보다 먼저라는 의미인가」
「아버지는 검 수행에 문외한이니까요。쓸데없는 감정이 섞이면 어떤 뒤틀린 얘기가 될지 알 수 없어서요」
「아키에 관한건가……」
여동생의 이름을 부르며、어머니의 시선이 집으로 향해진다。
마침、여동생이 자고있는 방 근처를 보는 것 같았다。
「둘 다 이미 잠들었나」
「여동생도 아버지도 오늘은 유난히 피곤한듯 합니다」
「그런가」
어머니의 시선이、이번에는 나의 허리로 향한다。검을 포착했다。
「딱 좋군」
「좋지 않습니다」
「검을 가지고 있군」
「좋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훈련장이면 문제 없겠지」
「날밑싸움은 울려 퍼질겁니다」
「무슨 말을 하고싶지?」
「이웃에게 민폐입니다」
「문제없다。마을 주민은 다들 알고있다」
「그저 포기하고 있을 뿐인건?」
한숨을 내쉬었다。
여동생이 고집스러운건 이 사람이 물려준거다。
여동생에게 조차 애먹고 있는데、근본인 이 사람을 설득하는건 나에게는 불가능하다。
바위를 주먹으로 때리는 것처럼 쓸데없는 일이다。마지못해 훈련장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오늘은 이미 목욕 했습니다만」
「근처의 강에서 씻어라。나도 그리한다」
「호쾌하네요」
「네가 씻는동안 내가 주위를 보겠다。걱정마라」
「그럼 어머니가 씻을때는 제가 망을 보겠습니다」
「필요없다。다 씻으면、너는 곧바로 돌아가라」
「하지만、어머니를 혼자 두고 가는건 어떨까 싶습니다」
「내 알몸을 엿보고 흥분할 변태는 이 마을에 없다。이상한 걱정따위 하지마」
「의도가 어떻든、누군가가 엿보는건 기분 나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좋다」
마음속 깊이 진심인 것 같다。
이 호쾌함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겠지。
「……오늘은 보름달이군」
숲속、나무에 숨으면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중얼거렸다。
밤인데、숲은 평소보다 밝다。발밑을 조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나뭇잎 사이로 달빛이 비친다。
「어머니는 보름달에 무언가 추억이라도?」
「딱히 없다。하지만 저걸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감성이 썩은건 아니다」
「어머니조차 그리 생각하시니、보름달의 아름다움은 이 세계에서도 각별한 것이겠죠 」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고 말한다。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머니의 이런 올곧은 점은 좋아한다。
그걸로 아버지를 함락시켰으니까、인생에 좋은 방향으로 기여하고 있다。
보통은 안좋은 쪽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이지만。
곧 훈련장에 도착한다。
달은 산맥 바로 위까지 떨어졌다。
자칫하면 이대로 밤을 새울지도 모른다。여기까지 오면 그것도 좋겠지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뽑아라」
「저는 그저 얘기하고 싶을 뿐입니다」
「검을 맞대며 듣겠다」
「막무가내」
「너라면 가능할거다」
「그렇다면、다소 말투가 거칠어지는건 용서해 주시길」
「상관없다。그걸 강제한 기억은 없다」
「그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미력을 다하겠습니다」
「와라」
――――삼의 태도『비연』
발도하며 참격을 날렸다。
완전히 허를 찔렀다 생각한 그것을、어머니는 쉽사리 피한다。
피하자마자 덤벼든다。
「그래서」
이합、삼합을 검을 맞대며、어머니는 평소대로 입을 열었다。
그게 너무나도 평소대로였기 때문에、이 사람은 나에게 이걸 요구하는건가 하고 머리가 아파졌다。
「아키가 어쨌는가?」
「어제、무리를 했습니다」
오늘 첫 날밑싸움。
삐걱삐걱하고 검과 검이 대립한다。보름달에 비추어진 도신은、붉게 빛나보였다。
「아류로 가르친것 이상의 것을 한 것 같습니다。어제 하루종일 드러누웠습니다」
「그런가」
둘이 동시에 뒤로 뛴다。
자세를 낮추고 직진해온 어머니는、돌진의 기세를 살려 그대로 찌르기를 날렸다。
자칫하면 사의 태도일지도 모르니、피하는 것은 포기하고、검으로 아래에서 위로 튕겨낸다。
어머니는 크게 젖혀진듯한 형태가 되었다。
허리를 노리고 일섬을 날린다。
그걸、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튕겨져 올라간 검으로 받아낸다。
「오늘은 어쨌는가」
「하루종일 자고 건강해져서、평소처럼 수행을 했습니다」
「알았다」
이번에는 내 검이 튕겨진다。
대화에 의식을 쏟고있던 만큼 대응하지 못하고、자세가 무너졌다。
「별일은 아닌것같군」
그리말하며 칼등으로 배를 때린다。전혀 봐주는게 없다。내장 안쪽까지 충격이 오는것 같았다。
무릎을 꿇고、뱃속부터 치밀어 오르는걸、이를 악물고 참는다。애초에、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무리를 했는가。너에게는 없던 일이다」
「콜록、커헉。……말씀의 의미를、잘……」
「너는 무리하지 않았다。무리는 멍청한 짓이란걸、가르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여동생의 수행에 너를 기준으로 삼은건、잘못된 것 같다」
「나름대로、무리는 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나름대로겠지。앞뒤 생각하지 않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알고있어」
「여동생을、바보라합니까」
「젊음에서 오는 바보짓이다。나에게는 이제 불가능해。부럽군」
「나도 젊어요」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느긋히 나에게서 떨어지는 어머니는、거리를 두고 자세잡았다。
내가 일어나는걸 기다린다。아직 한 방 먹었을 뿐이다。이런거、준비운동도 되지 않는다。
「여동생을 너무 엄하게 벌하지 말아 주세요」
「너는 저것에 무르지」
「오빠이기에」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저것은 언젠가 너를 넘어선다。손이 가는건 지금뿐이다」
「쉽게 넘어서게할 생각은 없습니다。평생 벽이되어 막아보도록 하죠」
「……그런가」
얘기하는동안 간신히 구역질이 가셨다。
입안은 시큼했다。난폭하게 입가를 닦고 일어섰다。
배의 통증 때문에、한 걸음 비틀거린다。
「쓸데없는 걱정이었군」
「무슨 말씀인지요」
「아버지 말이다」
어머니는 검을 하늘로 치켜들고、도신에 달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붉은 칼무늬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각도를 바꾸니 광량이 변하고、느낌도 변한다。내가 제대로 일어날 때까지의 시간 때우기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저건 저렇게 보여도 분별하고 있다。사사로운 정으로 참견하지 않는다」
「하지만 초췌해져 있었습니다」
「그런가。나의 남편은、상냥한거다」
「무척 상냥한 사람입니다。그런데、어째서 참견하지 않는걸 알고 있습니까」
「반한 남자의 일이라면 알 수 있다。전부라고는 안하겠지만、대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사랑한다는건 그런거지」
「남편 자랑은 됐으니까、제가 이해할 수 있게 얘기해주세요」
「반했다느니 그런 얘기는 너에게 일렀나。다른 이유를 말하지。
저걸 사위로 받아올때、숨김없이 모든걸 털어놓았다。그게 이유다」
「무엇을 털어놓은겁니까」
「나의、모든것」
붕 하고 검이 공기를 가른다。
어머니는 느긋히 정면에 겨눈다。이미 달빛따위에 관심조차 없었다。
더 이상 휴식은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다。
어머니처럼、나도 검을 정면에 겨눈다。
하지만、어머니처럼 양손으로 잡은 자세가 아니라、오른손만으로 검을 잡고、왼손은 하늘로 향했다。
무기가 하나 더 있는게 아니면 무의미한 자세일 것이다。
「흠……」
「……」
「……오지 않는가。그렇다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 나에게 어머니는 안달냈다。
그리고 저쪽에서 덤벼온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세로베기。어머니가 가장 특기로 삼는 참격。
대항하는 나도、가장 특기로 삼는 『태도』를 선보인다。
「――――오의 태도 『선풍』」
상대의 공격을、소용돌이로 휘감듯 받아넘기는 기술。
어머니의 검을 측면에서、원을 그리며 등뒤로 넘긴다。
거기에、한층 힘을 가하여、평소보다 한 걸음 더 내딛게 했다。
그 한 걸음이 우리의 거리를 없애고、어머니의 손목을 붙잡는걸 가능하게 했다。
일부러 비워둔 왼손은 이를 위한 것이다。
일단 팔을 붙잡으면、설령 힘으로 뿌리친다 해도、치명적인 지연이 발생한다。
어머니의 목덜미에 검을 휘두르기까지、넘쳐나는 유예가 있었다。
「……제법이군」
어머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금의 일전은 완봉했다。그건 사실이지만、어머니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내가 뭘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부주의하게 공격을 걸어왔다。대련이란 이런 것이다。
「쓸데없는 옛날 얘기지만、듣고싶다면 언젠가 너희에게도 얘기해주지」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그건 그렇고、오늘은 평소보다 열기가 대단하구나。
이의 태도가 아닌 오의 태도라니。그런 사용법은 처음이다。한 방 먹었군」
「하……」
「무엇에 감화되었나」
「……」
어머니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꿰뚫었다。
아들에게 향하기에는 과격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표정이었다。
무심코 숨을 삼키고、곧바로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덜미에 겨누고있던 검을 거두고、잡고있던 팔을 놓으며 거리를 벌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베일것 같았다。
「어머니。피를 토하는듯한 노력을 엿보고、분발하지 않는 자는 없습니다。그게 여동생이라면 더욱이」
「그런가」
「여동생이 그토록 노력하고 있는데、나는 뭘 하고 있는거냐며 손가락을 빠는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어머니。당신의 말대로、딱 좋은 기회입니다。지도를 부탁드립니다。날이 밝을때까지、어울려 주세요」
「……좋은 얼굴이다。하지만、남자가 해도 좋은 얼굴은 아니군」
「남녀의 차이따위、사람의 본질에서 가장 동떨어진 곳에 있습니다。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입니다。
특히 지금은、검의 실력만 있으면 돼」
「옳다。하지만、세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지금은 관계없는 일이지만」
보름달이 지켜보는 가운데、밤새 겨루었다。
산 그림자에 달이 숨어도 상관없다。
시간의 흐름을 잊고、영원이라 생각할만큼 유구한 시간을 검성과 접전한다。
그날 밤、도대체 몇 번 쓰러졌을까。세는것이 어려울만큼 땅을 핥았다。
마지막에는 기력으로 서 있었다。정신을 잃기 직전에 어떤식으로 휘둘렀는지、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머니께 업혀、귀가중이었다。
「……아」
편안한 진동과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
그리움마저 느껴지는 냄새에 휩싸여 있다。
무심코 내뱉은 작은 중얼거림을、어머니는 민감하게 포착했다
「일어났나」
「……네」
어머니의 물음에 간신히 대답했다。하지만 졸음과 피로로 의식이 몽롱했다。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 때문에 눈이 아플정도였다。
「강해졌다。노력하고 있군」
잠결 너머로 듣는다。
어머니가 직설적으로 칭찬하는건 드물다。
평소에는 매도를 섞어서 슬쩍 칭찬한다。귀신이 씌었다든가 이상하든가 그런 말을 붙인다。
「하지만、너무 노력하지 마라。너는 적당히로 좋다」
대답할 힘이 남아있질 않다。
답지 않다、라고 생각한다。무슨 심경의 변화일까。
「어머니……저는……」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산더미 만큼。잔뜩。
하지만 눈꺼풀이 무거우며、입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다가오는 졸음에는 이길 수 없었다。
잠들기 직전、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남자니까」
긍정도 부정도 못하고、애초에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 말은 박힌 가시처럼、언제까지나 가슴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