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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알프레드。

이세계/극히 오만한 악역 귀족의 소행

by 야사카 2022. 12. 1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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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알프레드・딕。

왕국 기사단 부단장을 맡고 있었지만、옛날 일이다。

진즉에 은퇴하여、지금은 길버트가의 집사를 하고 있다。

이미 상당히 오래 해왔지만……여실히 생각한다。

 

내가 왜 집사따위를 했을까、라고。

 

나는 싫다……귀족이라는 족속들이。

맞지 않아、나에게는。

그럼 어째서 집사를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뭐 은혜갚기지。

 

당시、나는 전장에서 터무니없는 판단미스를 저질렀다。

내 지시로 수많은 동료들이 죽어버렸다。

지금도 꿈에서 나온다。

죽어간 동료들의 모습。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너의 미스가 아니라고 단장이 말해줬지만、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사를 때려쳤다。

 

지도역이라도 맡아달라 했지만、무슨 낯짝으로 하라는거냐。

동료를 죽게한 무능한 병신이 맡아도 될만한 자리가 아니다。

그래서 거절했다。

 

당연히 나는 길거리를 떠돌았지만、길버트가의 선대가 거두어줬다。

별난 분이었다。

말투도 여의치 않은 평민출신인 나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집사의 행동거지를 가르쳐 주셨다。

 

당시부터 귀족을 싫어했지만、그 분 덕택에 가치관이 아주 조금 바뀌었다。

 

하지만、역시 그분이 별났을 뿐이다。

 

당대부터 평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인간이 아닌 것처럼 깔보는 망할 귀족으로 전락했다。

아니、귀족은 이게 평범한거다。

오히려 깔보기만 하고 아무런 악행에도 손대지 않은 길버트가는 나은 편이다。

 

뭐、이 일은 나에게 맞지 않지만 요령이 생겼다。

몸과 마음을 완전히 떼어놓는 것이다。

담담하게 일얼 해낸다。

그거면 된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오늘도 변함없다。

변함 없……을 터였다。

 

「나아아아아아!!」

 

돌연 내 앞에서 괴로운듯 소리치기 시작한 이 녀석의 이름은、루크・위잘리아・길버트。

길버트가의 장남이다。

메이드들이 곧잘 이야기하는데、이 녀석은 무슨 일이든 태평한 얼굴로 해낸다고 한다。

실제로 이 녀석은 이상하리만큼 요령이 좋다。

 

하지만、나는 이 녀석이 싫다。

이 녀석의 눈이 짜증난다。

모든걸 깔보는 그 눈이。

 

그랬는데……이 날은 뭔가 달랐다。

무언가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고、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명백히 이상하다。

아무리 싫어하는 귀족이어도、나는 받은 은혜를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그 이전에、이런 명백한 이상사태를 방치할리 없잖아。

그래서 나는 되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루크님! 핫! 역시 몸상태가───」

 

「아니이이으으으읏!!!」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뭐야 진짜。

집사가 되기 위해 온갖것을 습득했지만、이 녀석의 상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보다、갑자기 뭐야 진짜。

 

단 한번도 시선을 맞추고 얘기한 적이 없단말이지。

같은 인간으로도 보지않는다。

나의 귀족 혐오를 응축한 듯한 꼬마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여전히 시선 안쪽에서 깔보는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확실히 시선을 맞추고、무언가를 필사적으로 호소하려 한다。

그 부분에 약간의 호감이 생긴다。

뭐 지금까지 너무 안좋았기 때문에 생긴 평가지만。

 

「나 에게……검 을……가르、쳐라……」

 

……이 녀석 지금 뭐라 지껄인거지? 

검 을 가르 쳐라? 

검을 가르쳐달라고 말했지? 

검술은 기사 가계라도 아닌이상 귀족들이 혐오하는 것이다。

그건 너무 당연한 얘기다。

길버트가도 예외는 아니다。

검술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야만인의 유희 정도로 생각할 듯한 이 녀석이、

지금 나에게 검술을 가르쳐달라고 지껄였다고? 

 

 

「……네? 지금 뭐라 하셨는지?」

 

그건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너무 현실성이 없는 말이라 뇌가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에에에……검으으으을……」

 

「이거 실례。늙은 저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하아……하아……그런가」

 

아무래도 내 귀는 멀쩡한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정말 뭐냐고 이 녀석。

왜 그렇게 일일히 괴로운 듯이 외치는건데? 

급기야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고 자빠졌다。

 

뭐 됐어。

나는 조금 생각에 잠긴다。

아마도、이 녀석은 검을 얕보고 있다。

하루아침에 익힐 수 있는게 아니라고、검술은。

마법처럼 우아하게 책상에 앉아 차나 홀짝이며 배울 수 있는게 아니야。

수없이 땅바닥을 구르며 익히는 것이다。

 

그런걸 이 녀석의 부모가 허락할리 없다。

야만스럽다느니 위험하다느니、그런 말을 듣고 곤욕을 치르는건 나다。

뭐、이 녀석도 진심은 아니겠지。

귀족의 시간 떼우기、잠깐의 장난。

조금이라도 귀찮음을 느끼면 금방 그만두겠지。

 

나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알겠습니다。저라도 괜찮으시다면、그 역할을 맡도록 하겠습니다」

 

「…………」



───이 때의 나는、정말 이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

 


다음날、이 녀석은 약속대로 나타났다。

내심 실망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오지 않았으면 가르치지 않고 끝났다。

하지만 왔으니 가르쳐야만 한다。

 

귀찮아 죽겠네。

 

일단、어제 주인님에게 전달했다。

엄청 싫다는 표정이었지만、이래저래 허가받았다。

나는 루크에게 검을 건넨다。

당연히 레플리카다。

 

「그럼 일단 『형태』를 보겠습니다。제 뒤를 이어 똑같이 검을 휘둘러 보시길」

 

검을 지향하는 자여도 형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지극히 단순、재미없으니까。

만약 내 제자에게 검을 가르친다면、일단 실전 기술을 먼저 가르칠 것이다。

우선 검에 흥미를 갖게하고、그 다음이 형이다。

어차피 모든 기초가 담긴 이 『형태』는 피해갈 수 없으니까。

 

하지만 상관없다。

내 목적은 이 꼬마에게 검은 재미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거니까。

 

「자、자자자、자아아아알……하아……하아……빨리 해라」

 

……어제부터 진짜 뭐냐고 이 녀석의 정서불안은。

나 참、빨리 하라고? 

가르침을 청한 입장이잖아。

내가 제자를 받는다면 일단 그 근성을……아니、생각해도 소용없네。

 

얼른 끝내버리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몇 번。



겨우 몇 번、검솜씨를 보기만 해도 그 이상함에는 싫어도 깨닫게 된다。

검을 휘두른다、그건 그리 단순한게 아니다。

 

발놀림、중심의 이동、힘의 전달 방법、타이밍、호흡……

그 모든 것을 터득해야 비로서 제대로 검을 휘두르는게 가능하다。

 

그래서 아마추어가 검을 휘둘러도 엉터리 움직임이 되어 버린다。

그걸 이 녀석은……이 녀석은 단 한 번 내 움직임을 보고 따라했다。

아니、우연일지도 모른다。

 

……확신에 가까운 그 직감을 나는 간신히 부정했다。

 

그로부터 잠시동안 형태를 지속해봤다。

그리고、그건 이미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괴물。



그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루크님。실례지만、어디선가 검을 경험한 적은?」

 

있을리가 없잖아。

대답은 이미 내가 알고있다。

나는 하루종일 이 녀석과 함께 있다。

그럼에도 물어본 것은、이해할 수 없는 이 존재를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한 결과다。

 

「……있을 것 같나?」

 

진심으로 깔보는 눈으로 그렇게 되물었다。

하지만 이미 그딴건 상관없다。

너무나도 사소한 일이다。

 

「……계속 하겠습니다」

 

「…………」

 

또 다시 형태를 계속했다。

아무래도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봤을때 처음 느끼는 감정은 『공포』인 것 같다。

한 번도 이기지못한 단장에게도 느끼지 못한 감정을、검을 쥔지 몇 분밖에 되지 않은 꼬마에게 품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움직임이 세련되어 간다。

폭력적인 성장 속도。

이 꼬마가 알리 없지만、스타트 지점이 평범한 검사가 필사적으로 노력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한 시간이 흘렸을 무렵。

어느 한 동작을 목격한다。



어라、그 동작 나보다 낫지 않아? 



내 솜씨가 녹슨게 아니다。

이 녀석의 집사이자 호위인 나는、이 나이가 되도록 검을 놓아본 적이 없다。

 

멍하니 메이드들의 대화를 떠올린다。

루크님은 굉장해。

뭐든 그 자리에서 금방 해내버려。

분명 천재야。

누구든 그런 말을 했다。

 

……아니、그딴게 아니야。

 

이 녀석은 그딴 진부한 말로 단정지을 수 없다。

 

괴물、인외、일탈자。

 

그런 말이 어울린다。

 

「루크님、오늘은 이정도로」

 

「……뭐야? 벌써 끝인가?」

 

「네、루크님께서는 오늘 처음 검을 잡으셨습니다。서둘러서 좋을건 없습니다」

 

「그렇군。그런 건가」

 

나는 루크님을 방까지 안내하고、주인님의 곁으로 향했다。

자연스레 발걸음이 빨라졌다。

무심코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2、3년……겨우 2、3년이면 나를 뛰어넘는다……」

 

지금 나는 분명 기분나쁜 미소를 짓고 있겠지。

근데 말야、누구든 웃지 않겠냐고

 

나름대로 나는 왕국 기사단 부단장이었던 사람。

이 나라에서、검솜씨로 No.2의 지위에 있던 사람이라고。

나는 철들었을 무렵부터 검을 휘둘렀다。

그런 나를、한 동작 뿐이어도 검을 쥔지 겨우 1시간인 꼬마가 뛰어넘는다고? 

 

「……크핫! 위험하잖아」

 

선망、질투。

그런 시시한 감정조차 품지 않게하는 압도적인 재능。

틀림없다。

그 녀석은 검을 휘두르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보고싶다……」

 

그 녀석이 어디까지 올라가나 보고싶다。

나는 저항할 수 없는 격렬한 감정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아니、매료당한 것이다。

악마의 폭력적인 재능에。

 

나는 기세대로 문을 노크했다。

 

「주인님、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들어와」

 

자、어떻게 꺼내볼까。

뭐 상관없어。

알몸으로 지면에 납작 엎드려서라도 간청할 생각이다。



───루크님에게 검을 가르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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